국방부(사진=자료사진)
국방부가 지난달 발표한 3만t급 경항공모함 도입 사업에 대한 찬반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핵심 쟁점은 비용에 비해 쓸모는 낮은데 괜히 주변국만 자극할 수 있다는 것이다.
경항모 도입은 막대한 사업 규모와 전략적 함의로 볼 때 다각도의 심층적 논의가 당연히 필요하다. 10월 국회 국정감사에서도 주요 의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피상적 수준에 그치거나 한 측면만 강조하는 일방적 논리, 사실관계가 정확치 않은 주장은 배격돼야 한다. 국가 운명과도 연결된 중대 안보 현안이기 때문이다. 4개 쟁점별로 찬반 논리를 따져본다.
1. 천문학적 비용? 軍 "수십년 내다본 계획, 예산 내 가능"
경항모 반대론의 출발점은 대체로 가격 대비 성능(가성비)이다. 예비역 육군 장군인 신원식 미래통합당 의원의 지난달 국회 국방위 발언이 대표적이다.
신 의원은 경항모 보유 비용이 30~40조원에 이를 것이라면서 "우리 안보 위협과 직접 관련이 없는 전력에 이런 막대한 비용을 쏟아붓는 것은 예산 낭비"라고 말했다.
그는 경항모 1척 건조 비용을 1.8조원으로 잡고 탑재 항공기 확보 비용은 3~4조원, 여기에다 호위전단 구성과 운영비까지 뭉뚱그려 최대 40조원으로 추산했다.
하지만 이는 너무 과다 계상됐다는 반론이 나온다. 해군은 기존 또는 건조(예정) 중인 이지스함과 잠수함 등을 임무별로 활용할 것이기 때문에 별도 호위전단 구성 부담은 크게 줄어든다고 주장한다.
경항모 건조만 놓고 봤을 때는 이지스함(1조원)의 약 2배, 2030년대 중반까지 건조를 목표로 할 경우에는 매년 국방예산의 2% 남짓 소요된다.
정경두 전 국방장관은 당시 답변에서 "경항모는 30년, 50년 이후를 대비하는 전력이어서 지금부터 준비해야 한다"며 "우리 국방비용 예산 범위 안에서 수용 가능하다"고 밝혔다.
박근혜 정부에서 이뤄진 차세대전투기(FX) 1차 사업(F-35A 40대 도입) 예산이 약 7.7조원인 점을 감안해도 무리한 수준이라 할 수는 없다.
경항모 찬성론자들은 막대한 토지 보상비가 따르는 육지 공항 건설이나, 우리의 조선 능력이 수반된 경제적 파급효과 등의 변수도 계산에 넣을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경항공모함 등 함정 건조 계획. (이미지=국방부 제공)
2. "떠다니는 값비싼 표적"…항모는 한물 간 무기체계?일각에선 중국의 이른바 '항모 킬러' 미사일 등을 거론하며 취약한 방어력을 문제 삼기도 한다. 항모보다는 차라리 이지스함이나 잠수함의 가성비가 높다는 것이다.
해군은 이에 대해 경항모가 능동위상배열레이더나 어뢰음향대항체계 같은 자체 방호 능력을 갖고 있고 호위전단이 제공하는 다양한 공격·억제 능력까지 더해져 시너지 효과를 창출한다고 설명한다.
무엇보다 미국, 프랑스 등 전통 군사강국이 항모전단을 유지하거나 오히려 증강하고 있고 중국, 일본도 경쟁에 본격 가세한 사실은 항모가 결코 한 물 간 무기체계가 아님을 입증한다는 것이다.
다만 3만톤급 경항모는 탑재 항공기가 제한된다는 점에서 대형항모(9~10만톤)는 물론 중형항모(4~6만톤)에 비해 공격력이 떨어지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이는 현실적 여건을 감안해 장기적으로 풀어나갈 문제이지 항모 보유 반대의 이유가 될 수 없다는 반론이 제기된다.
해군은 일부 항모 탑재 F-35B 전폭기에 감시·정찰 임무를 부여하는 방식으로 경항모가 취약한 조기경보 능력을 대체하는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다.
한 전문가는 "첫술에 배부를 수는 없다"면서 "(크든 작든) 항모 보유는 그 자체만으로 전략적 가치가 있다"고 말했다.
3만t급 경항공모함 (이미지=국방부 제공)
3. 한반도 좁은 수역에 항모가 필요?…"국토도 작기 때문에 바다에서 막아야" 경항모의 가성비는 고사하고 필요성 자체를 부정하는 시각도 적지 않다. 동아시아 패권을 노리는 중국이나 태평양과 접한 일본 정도나 필요하지 한국에 무슨 소용이냐는 논리다.
이들은 한반도 자체가 '불침항모' 역할을 하기 때문에 갈수록 성능이 향상되고 있는 미사일과 전투기 전력만 활용해도 우리 영해를 충분히 방어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F-35A 전폭기의 작전반경이 1100km에 달하므로 북한은 물론 중국, 일본도 어느 정도 견제할 수 있다고 한다. 독도나 이어도 방어 목적이라면 항모는 너무 과하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세계 5위 무역국가로서 원양 해상교통로 보호를 위해서도 필요하다는 항변에는 이는 항모를 갖는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는 재반박이 나온다.
예컨대 중동의 호르무즈 해협이나 아덴만 같은 곳에서 상황이 벌어졌을 경우 한국이 설령 항모전단을 파견한다 해도 미국과 협조 없이는 독자적 작전이 불가능할 것이란 주장이다.
하지만 이는 반은 맞고 반은 틀린 말이다. 무기 발달에 따라 원거리 반접근·지역거부 전략 필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황기철 전 해군참모총장은 "국토가 작기 때문에 오히려 바다에서부터 막아내지 못하면 위험하다. 이는 임진왜란 때 이순신 수군의 역할을 보면 자명하다"고 말했다.
그는 "항모는 고정된 지상 표적보다 오히려 생존성이 높기 때문에 안보의 마지막 보루 역할도 하는 국가 전략자산"이라며 "프랑스의 경우 합참에서 항모를 운용하듯 육해공을 떠나 전군 차원에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4. "주변국 자극해 군비경쟁 촉발"…오히려 안보불안 야기?경항모 도입에 반대 목소리가 나오는 또 다른 이유는 주변국을 자극해 군비경쟁을 촉발할 것이란 우려에서다. 안보 때문에 들여온 경항모가 오히려 안보 불안을 야기한다는 역설이다.
중국은 물론이고, 국방비를 국내총생산(GDP)의 1%에 맞추고 있는 일본까지 본격 재무장에 나설 경우 우리로선 감당하기 쉽지 않다. 괜한 빌미를 제공할 수도 있는 셈이다.
하지만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주변국 어디로부터도 아직까지 공식적으로 이렇다 할 반응이 없다는 점이다.
이는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항모 경쟁은 한국이 가장 후발주자인데 그들이 이래라 저래라 할 수 없는 노릇이다. 동북아 항모 경쟁은 우리 의지와 상관없이 기정사실이 됐다 .
해군은 "(주변국과) 대등한 전력을 보유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잠재적 위협에 대해 도발을 거부하고 전략적 의도를 변화시킬 수 있는 최소한의 억제력을 갖추고자 하는 것"이라는 입장이다.
중국, 일본의 급격한 항모전력 증강과 어느 정도 보폭을 맞추지 않는다면 힘의 균형이 깨지고 만다는 논리다.
일본은 이미 오키나와에서 가상 항모 이착륙 훈련을 실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항모 개조가 완료되자마자 실전 배치에 나서려는 포석이다.
일각에선 미국이 경항모는 물론 핵추진잠수함 도입에도 특별히 반대하지 않는 점을 들어 미국의 대중국 포위 전략에 동원될 가능성을 제기하기도 한다.
이에 한 예비역 해군 제독은 "제주해군기지 건설 때도 미군기지가 될 것이란 얘기가 있었지만 낭설이 됐다"며 "반대를 위한 반대 논리"라고 일축했다.
뿐만 아니라 경항모 도입은 9.19 군사합의(단계적 군축) 위반으로 한반도평화프로세스에 역행한다는 비판도 있다. 하지만 전략무기는 통일 이후까지 감안한 장기적 관점에서 전술적 차원과는 분리 접근해야 한다는 반론도 만만찮다.
경항모 도입 찬성론자들은 "주변국의 선의에 의존하고 눈치를 보는 패배적 사고는 이제 청산하고 주도적으로 결정할 만큼 우리 국력도 커졌다"고 강조한다.
신중하면서도 담대한 전략적 결단이 필요한 시점에 와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