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참위 "세월호 DVR 조작정황 추가발견…특검 요청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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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서울 중구 포스트타워 사참위 대회의실에서 박병우 세월호참사진상규명국 국장이 세월호 DVR 수거과정 조작 정황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사진=이은지 기자)

 

사회적참사 특별조사위원회(사참위)가 지난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참사 당시 상황이 담긴 선내 영상 저장장치인 DVR(Digital Video Recorder)이 조작된 정황이 추가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사참위는 해당 의혹과 관련해 '특별검사'의 수사가 필요하다고 보고, 국회에 이를 요청하기로 했다.

사참위는 22일 서울 중구 포스트타워 사참위 대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밝혔다. 사참위 문호승 세월호진상규명소위원회 상임위원은 "사참위는 지난 1년여 동안 CCTV 복원영상 데이터를 심층조사한 결과, 2014년 8월 법원에 증거물로 제출된 영상 데이터를 비롯해 복원데이터 전반에서 조작의 흔적을 발견했다"며 "검찰 수사는 CCTV 데이터의 일부만을 분석한 나머지, 이를 발견해내지 못했고 DVR 채증과정도 따로 분석한 바 없어 수중영상에서 확인되는 DVR 본체가 실제와 다르단 점을 놓쳤다"고 지적했다.

앞서 2014년 8월 광주지법 목포지원에는 같은 해 4월 10일부터 참사 당일인 16일까지의 영상파일이 증거자료로 제출됐다. 이는 그 해 6월 22일 해군이 수거한 DVR 하드디스크와 노트북 등을 토대로 복구한 데이터로, 해당 데이터는 '디스크 투 파일'(Disk to File)의 형식으로 법원이 촉탁한 회사와 개인에 의해 복제되기도 했다.

22일 사참위가 기자회견에서 PPT를 통해 세월호 DVR 영상데이터 조작 정황으로 든 증거.(사진=이은지 기자)

 

사참위 박병우 세월호참사진상규명국 국장은 "(2014년) 4월 10~16일의 모든 영상자료를 복구해놓은 데이터 중 하나의 섹터(sector)를 저희가 선정했는데 해당 섹터에 오니 영상 재생이 안됐다. 가장 큰 이유는 주변부에 있는 섹터 하나를 그대로 복사해 여기 따다 붙였기 때문"이라며 "한두 군데가 아니라 1만8353개다. 아주 규칙적이지도, 아주 랜덤하지도 않게 임의의 패턴을 갖고 붙어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혹시나 프로그램 상 오류가 아닐까, 도 생각했지만 복구하는 과정에서 실수가 중복될 수는 없지 않나. 저희가 1년을 계속 조사하면서 이 부분은 사람의 손을 타거나 직접 조작을 하지 않으면 이런 현상이 일어날 수 없다 특정하게 됐다"며 "(데이터상) 물리적 결함이 있는 '배드 섹터'(Bad Sector) 중 (2014년 4월) 15~16일이 압도적으로 많은 74%인 데다 (참사 당일인) 16일이 62%가 넘는데 이는 대단히 심각한 정황"이라고 설명했다.

사실 사참위는 지난해 3월 이미 참사 이후 DVR을 수거한 주체인 해군이 증거인멸을 위해 DVR을 조작했을 가능성이 상당하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당시 사참위는 해군 측에서 수거 당시 분리된 상태라 진술한 케이블선이 여전히 묶여 있었던 점과 DVR 손잡이 안쪽 부분의 고무패킹 부착 여부 등을 들어 해군이 수거했다고 주장한 DVR과 검찰이 확보한 DVR이 다른 판본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번에는 법정에 제출된 DVR 데이터 사본의 기술적 문제 등을 근거로 조작 정황에 무게를 더 실은 것이다.

22일 서울 중구 포스트타워 사참위 대회의실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박병우 세월호참사진상규명국 국장이 세월호 선내 모형을 가리키며 DVR 수거과정을 설명하고 있다.(사진=이은지 기자)

 

아울러 사참위는 바다 속에 잠수해 직접 선내에서 DVR을 인양해온 해군 병사가 유가족들에게 수거과정을 설명한 24분 51초짜리 영상도 'DVR 조기수거'를 뒷받침하는 증거가 된다고 밝혔다. 이 영상은 '4·16기록단'에 의해 촬영된 영상으로 본래 34분에 이르는 분량이지만, 중간마다 '빨리감기'가 돼 있어 10분 정도가 압축된 것으로 파악됐다.

사참위가 문제삼은 것은 수거 당시 과정이 촬영된 증거 영상을 보유한 해경이 원본 영상의 4분의 1 가량밖에 되지 않는 8분 25초짜리 영상을 사참위 측에 제출했다는 것이다. 더욱이 해당 영상은 기존 영상을 캠코더로 '재촬영'해 2차 가공된 영상이라는 것이 사참위의 설명이다.

사참위는 해당 영상에서 잠수사가 5분 23초 지점에서 DVR의 손잡이를 포착하게 되는데, 이는 물속에 들어가 안내데스크를 넘어가는 물리적 시간 등을 감안하면 '9~10분'은 소요되는 점을 생각할 때 현실적으로 모순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영상 화면에 '재생플레이·빨리감기' 마크가 뜨는 것, 원(原) 화면을 정확히 캠코더 프레임에 맞추지 못해 '테두리 이격'이 발생한 현상 등 전문 연구소의 감정을 받은 결과, '2차로 인코딩된 영상'으로 판명됐다며, 해군이 전혀 다른 영상에 허위로 제목을 달아 제출했다고 주장했다.

사참위가 세월호 DVR이 '조기 수거'됐을 가능성을 뒷받침하는 증거로 든 현장지휘본부의 문서 일부.(사진=사참위 제공)

 

사고 직후 해양경찰청장을 본부장, 해군본부 인사부장을 부본부장 등으로 두고 운영된 현장지휘본부의 문서에서 '0509 DVR 인양후 인수인계 내역'이라는 문구가 발견된 점도 근거로 언급됐다.

박 국장은 "해당 문서는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 1기 때 조사관들이 서해경찰청에 가서 일괄적으로 문서를 받아 스캔해 갖고 온 증거자료인데, 너무나 많은 자료가 있다 보니 이런 엄청난 일이 있을지 몰랐다"며 "혹시나 세월호 말고 다른 배의 DVR을 가져온 게 있을까 해서 최근에 (2014년) 4월 16일부터 12월 31일까지 국내 침몰 상황·인양자료를 다 달라 했더니 사고 대응기록상 DVR 인양 사례를 발견하지 못했다는 답신이 왔다"고 말했다.

이어 "데이터 조작과정은 한두 사람의 힘으로 이뤄질 수 없다. 직접 수거 과정에 참여했거나 상황을 인지하고 계신 분은 사참위 쪽으로 꼭 연락을 달라"며 "제보해주신다면 공익제보자 신분으로 돌리고 저희의 권한이 허락하는 한 모든 방어막이 되어드릴 것"이라고 호소했다.

검찰이 지난해 11월 세월호 구조지연 의혹 등을 밝히고자 별도의 특별수사단을 꾸렸음에도 따로 특검을 요청하는 데 대해선 "(특수단은) 동료 조사기관이고 저희들과 소통은 정기적으로 하고 있지만, 수사·조사내용을 정기적으로 교류하거나 서로 윈윈하는 쪽으로 가닥이 안 잡혀있다"며 "특수단에 포함시키는 것도 고려를 전혀 안한 바는 아니지만 사안의 엄중함, 현재까지 (특수단 수사) 진행상황을 봐서 종합적으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세월호 유족들은 '참담하다'는 심경을 밝히며 특검을 통해 조속한 진상규명이 이뤄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세월호참사 진상규명 및 안전사회건설을 위한 피해자가족 협의회' 장훈 운영위원장은 "지난 2014년 4월 16일 이후 우리 유가족들은 잔인한 기다림에 살아가고 있다. (사건) 당시 해경은 참사 후 두 달이 넘어서야 겨우 CCTV를 회수했다고 알려주었다"며 "1기 특조위와 사참위의 중간조사 결과가 나오기까지 또 무려 6년의 시간을 기다려 왔다"고 말했다.

또한 "세월호참사 진상규명은 국민의 생명을 보호할 국가의 의무를 묻는 것으로 단 한 마디의 정쟁도 있어서는 안 된다"며 "이번 사참위의 특검 요청은 우리 유가족들의 피와 뼈를 갈아 넣은 기다림의 결과다. 국회는 사참위의 특검 요청을 무겁게 받아들이고 빠르게 추진해 달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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