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축 아파트에서 입주 두 달 만에 4백여 건의 화재 경보가 울렸으나 모두 오작동이었다. 아파트 입주민들이 실제 화재 경보를 듣고도 대피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어 심각한 안전불감증으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
전북 전주의 한 신축 아파트에서 화재 경보 오작동이 두 달 동안 4백여 건이 발생했다. 관리소 직원들은 현장을 확인한 후에 재차 안내방송을 하고 있다.(사진=안지훈 인턴 기자)
◇ 하루에도 몇 번씩 울리는 화재 경보올해 7월 중순 입주에 들어간 전북 전주시 서신동의 E 아파트는 입주부터 지난 8일까지 두 달여 동안 총 404건의 화재경보가 울렸다. 그러나 404건 화재 경보 모두 시스템의 오작동이었다.
지난해 1월 입주에 들어간 전주시 여의동의 Y 아파트 주민들도 지나치게 자주 울리는 화재 경보에 불안에 떨고 있다.
해당 아파트의 방재실에 있는 화재 경보 시스템을 확인하니 지난 9일 오전에만 3건의 화재 경보가 울렸으나 오작동이었다.
Y 아파트 입주민 A씨는 "비상벨이 시도 때도 없이 울려 불안하다"며 "비상벨이 울리면 사무실로 전화해 '어떻게 해야 하냐, 나가야 하냐'고 물어본다"고 걱정을 토로했다.
실제 불이 났으나 화재 경보가 울리지 않은 적도 있다. 지난 7월 9일 새벽 3시쯤 Y 아파트 16층에서 불이 났다. 그러나 불이 난 라인에서 화재 경보가 울리지 않았다.
한 아파트 입주민은 인터넷의 입주민 정보방에 "경찰이 새벽에 찾아와서 알았어요"라고 글을 남기기도 했다.
올해 7월 중순 입주에 들어간 전주시 서신동의 E 아파트는 입주부터 지난 8일까지 두 달여 동안 총 404건의 화재경보가 울렸다. 시스템 오작동으로 울린 화재 경보 목록.(사진=안지훈 인턴 기자)
◇ 뛰어다니는 관리소 직원들, '양치기 소년'되나...Y 아파트 관리소 직원인 박모(61)씨는 화재 경보가 울리면 해당 감지기가 있는 곳으로 뛰어간다. 직접 눈으로 불이 났는지를 확인한 후에 "감지기 오작동으로 확인됐다"는 안내방송을 재차 실시한다.
박씨는 "점점 양치기 소년이 되는 거"라며 "실제 불이 난 상황에서도 대피를 못 할 가능성이 있다"고 문제점을 지적했다.
이어 "벌써 이틀 만에 다섯 건의 화재 경보가 나갔으나 실제 상황이 아니라고 방송을 했다"고 밝혔다.
박씨는 지난해 1만 3천여 개의 화재감지기 가운데 3천여 개를 교체했다.
E 아파트 관리소는 잦은 오작동에 각 세대로 나가는 화재 경보(지구경종) 자체를 꺼뒀다. 대신 방재실에서만 들리는 주경종을 켜두고 화재 경보가 들리면 Y 아파트처럼 현장을 확인한다.
E 아파트 관리소 직원은 "실제 화재면 비상방송이 나가고 대피를 해야 하지만 불이 나도 방송이 안 나가고 관리소가 확인해야 하니 한 템포 늦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각 세대에 울리는 지구경종을 연동으로 풀어본 적이 없다"며 "연동으로 풀어놔야 정상이고 화재가 발생하면 그 지역에 경보 방송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Y 아파트 관리소 직원인 박모(61)씨는 직접 눈으로 불이 났는지를 확인한 후에 "감지기 오작동으로 확인됐다"는 안내방송을 재차 실시한다.(사진=안지훈 인턴 기자)
◇ "값싼 화재 탐지 설비가 원인"..."인센티브 제도 필요"전문가들은 건축 시공사들이 품질보단 싼 가격의 자동 화재 탐지 설비를 설치하는 게 문제라고 지적하다.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공하성 교수는 "시공사의 안전 의식이 문제"라며 "비용만을 고려해 무조건 싼 탐지 설비를 설치한다"고 비판했다.
이어 "탐지 설비를 화재보험과 연결해 인센티브 제도를 도입한 나라가 있다"며 "좋은 제품을 설치하면 오작동률이 줄어들 가능성이 높기에 화재보험료를 깎아준다"고 해결 방안을 제시했다.
소방청은 화재 경보가 오작동 하는 것엔 복합적인 이유가 있다고 설명한다.
소방청 관계자는 "한 달에 200여 건의 화재 경보가 울리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비화재경보(화재와 유사한 상황에 울리는 경보)와 오작동은 단 한 건도 있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감지기의 품질, 장소에 적합한 감지기 설치, 시스템 문제 등 여러 가지가 원인이 될 수 있다"며 "이러한 문제가 발생하면 소방당국과 한국소방산업기술원, 시공사 측의 합동 현장실사를 통해 원인을 밝혀야 한다"고 덧붙였다.
전북소방본부는 16일부터 해당 아파트에 대해 현장실사와 함께 화재감지기 표본을 추출해 품질 검사를 진행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