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광훈 목사.(사진=박종민 기자/자료사진)
서울 성북구 사랑제일교회 관련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일주일 만에 600명을 넘어서는 등 감염이 무서운 속도로 번지고 있다. 이 교회 코로나19 감염 확산의 주된 이유로는 '교회 내부 합숙'이 꼽힌다. 10명이 넘는 신도가 교회 내 강당에서 며칠 동안 숙식하며 단체 생활을 했다는 증언까지 나왔다.
서울뿐 아니라 전국에 흩어져 있는 신도들이 이 교회로 모인 배경을 두고, 수백억원에 달하는 재개발 보상금을 지키기 위해서라는 분석이 나온다. 교회가 보상금 때문에 신도들을 합숙시켰다가, 초유의 집단감염 사태를 초래한 셈이다.
◇신도들 며칠씩 합숙…주민들 "노랫소리 들리고 식사도 들어가"
19일 사랑제일교회 앞에 '애국순찰팀'이 텐트를 치고 교회에 대한 명도집행 등에 대비하고 있다. (사진=박하얀 기자)
20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사랑제일교회 관련 확진자들은 이달 들어 교회 안에서 짧게는 2~3일에서 길게는 5~6일 동안 머무르며 사실상 '합숙'을 한 것으로 파악됐다.
인근 주민들 증언을 종합하면, 교회는 4층 강당을 전국 각지에서 올라온 교인들이 묵을 공간으로 활용했다고 한다. 지난 17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한 70대 확진자의 자녀는 "경기도에 사는 어머니가 태극기부대 집회를 나갔다가 알게 된 사람 소개로 사랑제일교회를 왕래했다"며 "한번 서울에 가면 2~3일씩 들어오지 않고 교회에서 주무셨다"고 말했다. 교회 안 공간이 꽉 차면 근처 찜질방에 삼삼오오 몰렸다는 정황까지 있다.
장위동에 20년째 살았다는 한 60대 주민은 "매일 노랫소리가 나고 사람들이 들락날락했다. 식사도 들어가는 걸 보고 언젠가는 터질 것이라고 생각했다"며 "(예배 때)한 번에 2천명도 모인다는데 어떻게 거리두기를 제대로 했겠느냐"고 말했다.
신도들의 '합숙'이 최근 몇 주 동안 이어졌다는 증언도 있다. 교회 인근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A씨는 "여기가 재개발하는 지역이라 교회 다니는 사람들 중 대부분은 외지 사람들이다"라며 "법원 명도집행을 못한 뒤로 사람들이 몰려와서 저렇게 지키고 있다. 주민들이 굉장히 불안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2주 전쯤에도 버스로 사람들이 오는 것을 봤다. 지하철을 타고도 사람들이 엄청나게 온다. 광화문 집회를 못 하면서 사람들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다"고도 했다.
한림대 감염내과 이재갑 교수는 "확진자와 함께 먹고 자면 당연히 감염 위험이 높다. 사람들이 모두 마스크를 계속 낀 채 생활하기 어렵기 때문이다"라며 "지금 교회 수련회나 예배 모임을 막는 이유"라고 경고했다.
◇교회, 재개발 보상금 563억 요구…재개발 조합원에 '협박문자'도
(사진=이한형 기자/자료사진)
이렇듯 전국의 신도와 보수 성향 지지자들이 사랑제일교회로 집결하는 배경에는 이 지역 재개발 사업이 밀접하게 관련이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 교회는 지난 2006년 재개발지역으로 지정된 장위10구역 안에 있다. 해당 구역은 주민의 90%가 재개발에 동의해 현재 나머지 주민 대부분은 이주한 상태다. 하지만 교회는 서울시가 산정한 보상금인 82억원의 7배에 육박하는 563억원을 요구하며 이주를 거부하고 있다.
이런 이유로 재개발 공사는 예정보다 수개월 밀려 아직까지 시작되지 못했다. 장위10구역 재개발조합은 지난 5월 교회를 상대로 명도소송을 내 승소도 했다. 이에 조합 측은 지난 6월 5일과 22일 강제집행을 시도했으나 신도들 반발로 철수했다. 조합은 7월 28일 야간집행 허가까지 받았다. 밤낮 언제든 교회 철거를 할 수 있게 되자, 신도들이 '합숙'까지 하면서 교회 지키기에 나선 것이다.
교회는 19일 재개발 조합원들에게 "땅값 수준인 84억 공탁금으로 교회 전체를 뺏긴다는 생각에 사랑제일교회 성도들은 죽음으로 교회를 지킬 것이라고 다짐하고 있다"는 문자를 보내기도 했다. 또 "코로나 사태로 교회가 비었다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지금도 전국 조직이 순번대로 외곽에서 대기하고 있으며 유사시 교회로 집결할 수 있다"며 "순교할 각오로 지킬 것이다. 사람 몇이 죽어나가면 조합은 박살나게 돼 있다"고도 했다.
인근의 한 상인은 "결론적으로 끝까지 보상금을 받으려고 하는 것 같다. 교회 땅까지 제공해주겠다는데 원하는 게 너무 많다"며 "신도들도 '전광훈 목사를 위해서가 아니라 교회를 위해 와 있다'는 말을 자주 한다"고 말했다.
◇'애국순찰팀' 교회 경비 삼엄…'합숙 시위' 장기화될수도
사랑제일교회 인근 식당, 카페 등 업장 곳곳에 '임시 휴업' 안내문이 붙었다. (사진=박하얀 기자)
문제는 이런 단체 '합숙 시위'가 장기화될 수 있다는 점이다. 19일 오후 찾은 사랑제일교회 인근 상가 대부분은 문을 닫고 가림막이 쳐져 있었다. 음식점이나 카페 문 앞에는 '23일까지 임시휴업한다'는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교회 근처에는 '법을 내세워 사유재산 침해 말라', '깡패용역 동원 강제집행 엄벌하라' 등 현수막이 나풀거리며 스산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교회 출입통로는 구청 공무원이 통제하고 있었다. 문앞에는 일명 '애국순찰팀' 5~6명이 텐트를 치고 지키고 있었다. 텐트 앞에 '교회 말고 정권을 뺏어라'라고 적힌 플래카드가 걸려있었다. 이들은 "교회 안에 사무실이 있어 지키고 있는 것"이라면서도 "우리는 교회 신도도 아니고 아무 관련이 없다. 교회 안에 아무도 없고 텅 비어있다"고 말했다.
사랑제일교회 관련 누적 확진자는 전날 정오 기준 전광훈 목사를 포함해 623명이다. 확진자 중 서울 소재 확진자는 393명이며 경기는 160명, 인천은 35명이다. 비수도권에서는 부산, 대구, 강원, 충남, 전북, 경북 등에서 35명 발생했다. 정부가 확보한 사랑제일교회 신도 4천여명 명단 중 여전히 900여명은 신원이 확인되지 않거나 연락이 닿지 않는 것으로 파악됐다.
서울 성북구 사랑제일교회 앞에 '신독재권력 죽음으로 막아내자!', '사랑제일교회를 음해하는 행위를 중단하라'와 같은 현수막이 걸려 있다. (사진=박하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