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혐오 리포트]충(蟲)이 넘쳐나는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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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충(蟲)인가요①]
가해자↔피해자 구분 없는 혐오 '부메랑'…모두가 피해자인 사회가 될 것인가

※우리 사회 혐오의 역사는 길지 않다. 1997년 IMF 이후 취업문이 좁아지면서 본격화되더니 2008년 금융위기를 계기로 일상화됐다. 놀이 수준에서 혐오의 정치학을 넘어 금전적 이득을 취하는 방법으로까지 자리매김(?)했다. 민감하다는 이유로 또는 원인과 대상 및 현상이 복잡하고 광범위하고 대안도 마땅치 않다는 이유로 우리 사회가 적극적인 대응을 하지 못한 게 사실이다. 하지만 혐오의 폭탄을 자녀들에게 물려줄 수는 없지 않은가. 포스트 코로나 시대, 추격 그룹을 벗어나 선도 그룹으로 발돋움하기 위해서라도 문제 해결은 시급하다. 유럽의 '축적된 시간' 못지않은 정치적 철학과 성숙한 시민의식을 보여준 촛불혁명의 주역 아닌가. 이에 대전 CBS는 혐오의 원인을 짚어보고 법과 제도, 교육 측면에서 대안을 제시하는 등 우리 사회의 보다 종합적인 논의를 제안해본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①충(蟲)이 넘쳐나는 사회
②치킨게임, 결국 혐오만 남았다
③먹고사니즘과 능력주의 그리고 희생양
④혐오를 파는 사람들 그리고 #STOP Hate for Profit
⑤1인 1표 말고 1달러 1표
⑥혐오라는 폭탄 돌리기
⑦차별금지법과 기본소득 그리고 UD
(사진=국가인권위원회 홈페이지)

 

# 1. 기자인 A씨는 대한민국 지방대 출신으로 사회 문제에 관심이 많다. 아직 40대지만 사람들과 소통을 위해 노력 중이다. 한 부모 가정으로 영구 임대 아파트에서 가난한 유년 시절을 보냈고, 청년 시절에는 동성애자들과 이야기를 나눈 적도 많다. 최근 들어서는 몇 해 전 40대 여성인 아이 엄마와 초등학생인 두 자녀와 함께 다녀온 일본과 중국, 동남아 여행을 추억하며 코로나19 시대를 보내고 있다.

# 2. 기레기인 A씨는 지잡대 출신의 한남충으로 진지충일 때가 많다. 아직 틀닥충은 아니지만 개저씨가 되지 않도록 노력 중이다. 유년 시절은 한 부모 가정의 임대충 혹은 휴먼거지의 가난충이었고 청년 시절에는 똥꼬충들과 이야기를 나눈 적도 많다. 최근 들어서는 몇 해 전 맘충과 급식충 둘과 함께 다녀온 왜놈, 짱깨, 똥남아 여행을 추억하며 코로나19 시대를 보내고 있다.

(사진=스마트이미지 제공/자료사진)

 

평범한 40대 남성을 설명하는 짧은 글 속에도 적지 않은 혐오의 충(蟲)들이 도사리고 있다. 이 밖에도 일베충, 메갈충, 200충 혹은 300충(부모 수입), 정시충, 수시충 등 각자의 입장에 따라 무수히 많은 충들이 있다. 본인이 선택하지 않은 성별이나 세대, 국가 혹은 피부색 등만으로도 벌레를 뜻하는 충(蟲)으로 전락하는 혐오의 시대.

국가인권위의 혐오리포트 발간에 참여한 홍성수 숙명여대 법학과 교수에 따르면 국내 혐오의 역사는 사실 생각만큼 오래되지 않았다. 1997년 IMF 이후 확산됐고 2010년 일자리와 관련한 외국인 이주 노동자 문제를 기점으로 공론화됐다. 일부 보수 개신교의 반동성애 운동에 이어 2012년 일간베스트(일베)가 등장하면서 폭발적으로 세력화됐고 2016년 강남역 여성 살해사건과 2018년 제주 난민 혐오 등을 통해 이른바 '혐오의 사회'가 보다 더 고착화됐다.

결국 2020년 현재, 대한민국 누구도 충(蟲)이란 혐오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사회가 되고 말았다. 피해자이면서 가해자이고 가해자이면서 피해자일 수밖에 없는 뫼비우스 띠와 같은 혐오의 시대. 앞서 소개한 기자 입장에서 '급식충'을 지적하면 내 아이들이, '맘충'을 평가하면 내 아내가, '틀닥충'을 논하면 내 부모가 부메랑의 표적이 된다. 결과적으로 본인은 물론 가족과 친구, 동료 모두가 피해자인 충(蟲)의 세상인 셈이다.

(사진=국가인권위원회 제공)

 

홍 교수는 최근 한국언론진흥재단에서 진행한 '혐오사회를 극복하기 위한 저널리즘의 역할' 프로그램에서 "혐오와 차별에 고통 받는 동료 시민의 인권을 보호하기 위해 외면하지 말라"고 강조했다. 언론의 역할을 지적한 말을 수도 있지만, 시민들에게 적용해도 무리가 되지는 않을 듯하다.

국가인권위가 '혐오표현 톺아보기 리포트'를 통해 정의한 혐오란 성별과 장애, 종교, 나이, 출신지역, 인종, 성적 지향 등을 이유로 어떤 개인·집단에게 모욕 비하 멸시 위협 또는 차별 폭력의 선전과 선동을 함으로써 차별을 정당화, 조장, 강화하는 효과를 갖는 표현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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