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양도세 '원천징수' 후폭풍…개미들 "행정편의주의적" 반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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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 투자자들 "투자할 돈 무이자로 정부에 줬다 돌려 받는 셈" 비판
여러개 증권사 투자할 경우, 통합 시스템 없이는 '혼란' 커질 것
금융투자협회 "시스템 개발 등 구체적 논의 이제 시작"

(그래픽=고경민 기자)

 

동학개미의 의욕을 꺾지 않겠다며 주식 양도세의 공제 한도를 대폭 올린 정부가 세금을 '반기별 원천징수'로 걷겠다고 하자, 또 한 번 개미들이 거센 반발을 예고했다. 해외와 달리 1년에 두 번 세금 환급에 시간과 비용을 들이는 것은 행정편의주의적인 태도로써 주식 투자의 장애물이 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정부가 지난 22일 발표한 세제개편안에 따르면 국내 주식과 공모펀드로 연 5천만원 이하 수익을 거둔 사람은 비과세 혜택을 받는다. 이때 과세 방법은 금융회사를 통한 소득은 반기별 원천징수다. 지난 번 월별 원천징수에서는 한 발 양보한 방안이지만, 여전히 원천징수인데다가 해외와 달리 1년에 두 번이란 점에서 여전히 개인 투자자들의 불만이 높다. 한 개인 투자자는 "행정편의주의적 발상을 기어코 바꾸지 않았다"면서 "이자 없이 정부에 돈 줬다가 돌려받고 돌려받느라 시간 소요하고, 마치 증시 억제책"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반기별 원천징수를 하게 되면, 주식 매매로 수익이 발생할 때 금융회사는 반기별로 계좌별 누적수익을 계산해 잠정 원천징수액을 제외한 금액만 개인들이 인출할 수 있게 한다. 금융회사는 반기마다 계좌별 소득금액을 통합 계산해 원천징수세액을 계산하고 결손금은 다음 반기로 이월 공제한다. 연말까지 미공제 결손금은 국세청에 통보하고, 그 후 환급이 필요한 사람은 다음해 5월 말까지 과세 표준과 세액을 확정신고하면 제출한 환급 계좌에 환급금을 이체해주는 방식이다.

2020년 세법 개정안(자료=정부 제공)

 

이러한 과세 방식이 도입되면, 주식 투자자는 주식 투자에서 기대할 수 있는 복리 효과가 없어지는 불이익을 받게 된다. 투자에 쓸 수 있는 돈을 일정 기간 '무이자'로 정부에 줬다가 돌려받는 셈이어서다. 해외 주식 양도세의 경우 연간 단위로 정산하며 다음 해 5월에 납부하기 때문에 복리 효과가 약화될 일이 없다.

특히 여러 개의 증권 계좌를 가지고 투자를 하는 경우 일단 세금을 냈다가 다시 돌려 받는 과정을 거치는 불편함을 겪을 수 있다. 예를 들어 A씨가 1번 증권사 계좌에서 6천만원, 2번 증권사 계좌에서 6천만원 수익을 냈고 3번 증권사에서 7천만원 손실이 났다고 가정해보자.

원천징수세율 20%로 가정했을 때 A씨는 1번 증권사와 2번 증권사에서 낸 각각의 이익에서 5천만원을 공제하고 나머지 금액의 20%인 200만원씩 총 400만원을 일단 세금으로 내야 한다. 3번 증권사에서는 손실이 났지만 다른 증권사에는 알 수가 없다. 하반기에는 수익이 아예 없다고 치면, 연 수익은 5천만원이니까 다음 해 5월에 냈던 세금을 모두 환급받는다.

다른 투자자와 형평성 문제도 생길 수 있다. B씨가 1번~3번 증권사에서 각 5천만원씩 수익을 낼 경우 B씨는 세금을 일단 한 푼도 내지 않는다. 연말이나 다음해 5월 정산 때, 전체 수익 1억 5천만원에서 공제액을 뺀 1억에 대한 20%, 2천만원을 내야한다. 세금을 안내도 되는 A씨는 먼저 세금을 냈다가 환급 받고, 2천만원을 내야 하는 B씨는 일단 과세가 면제됐다가 나중에 내는 것이다.

이에 대해 금융투자업계의 한 관계자는 "개인투자자들은 원천징수로 복리 효과가 사라지고 투자 이익 감소로 이어진다는 점을 가장 우려하고 있다"면서 "납부한 세금을 돌려주는데 시간과 비용이 들어가 '과세 간소화'라는 정책 방침과도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업계의 한 관계자는 "해외의 경우 양도세 정산 시기가 1년인데 지난 번에는 월별, 이번에는 반기로 주기를 짧게 만든 이유를 모르겠다'면서 "개인투자자들의 불편을 가중시켜 투자 해외 투자로 자금이 더 빠르게 유입되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금융투자협회 관계자는 "펀드에서 발생하는 이익이나 파생결합증권에 대해선 원천징수 방식으로 세금을 부과하고 있다. 이런 프로세스와 유사한 시스템을 만들 수는 있을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정부의 세법개정안 큰 틀이 나온 것이라 현재는 완벽하게 나온 게 아니다. 이제부터 어떻게 구체적으로 구현할 지 논의가 시작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관계자는 "일본, 독일 등 해외 사례를 어떻게 우리나라에 접목할 지 정부, 국회와 함께 업계도 논의하지 않겠느냐"면서 "투자자 관점에선 한 꺼번에 몰아서 신고하는게 제일 간편하고 깔끔할 수 있고, 기재부 입장에서는 세수 투명성을 최우선으로 봐야할 것이다. 어떤 부분이 더 고려되어야 하는지 계속해서 논의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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