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이 연일 세종시 행정수도 이전 필요성을 역설하고 있다.
김태년 원내대표가 20일 교섭단체대표 연설에서 "국회와 청와대, 정부 부처를 모두 세종특별자치시로 이전하자"고 언급한 이후, 강력한 차기 대권주자로 분류되는 이낙연 의원, 참여정부 시절 행정자치부 장관을 지내며 수도 이전을 지휘했던 김두관 의원 등도 행정수도 이전 분위기를 적극 띄우고 있다.
지난 2004년 헌법재판소가 "국민의 참정권적 기본권이 훼손됐다"며 위헌 결정을 내린 행정정수도 이전 필요성을 민주당이 다시 꺼내든 이유는 무엇일까?
◇ 김태년, 행정수도 완성 특별위 구성 공식 제안
김태년 원내대표는 21일 "우리 사회의 수도권 집중 해소와 국가균형 발전을 위해 행정수도 완성 문제를 공론화 해야 한다"며 국회 내 행정수도 완성 특별위원회 구성을 공식 제안했다.
그는 전날 교섭단체대표연설에서도 "행정수도 완성은 국토 균형발전과 지역 혁신성장을 위한 대전제이자 필수 전략"이라며 "국회와 청와대, 정부 부처를 모두 세종특별자치시로 이전해 행정수도를 제대로 완성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낙연 의원은 광주시의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전면적인 행정수도 이전을 목표로 여야 협의가 필요하다. 헌재의 위헌 판단이 16년 전인데 당시 관습 헌법이라는 논리가 이상하지 않냐는 문제 제기가 있었다"고 말했다.
김두관 의원도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행정수도 건설은) 개헌 사안이 아니냐는 얘기도 있지만, 법률로도 가능하다. 신행정수도이전특별법을 저희 의원실에서 준비하고 있다"고 힘을 보탰다.
김 의원은 2004년 헌재 위헌 결정으로 논의가 끝났다는 야당의 주장에 대해 "이미 끝난 이야기다. 그렇게 얘기를 하시는 데 저는 끝난 얘기가 아니고 새롭게 시작해야 된다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박병석 국회의장을 예방하기 위해 국회를 찾은 김경수 경남지사 역시 "행정수도 이전은 계획대로 추진하는 것이 국가적으로 필요하다. 실제로 청와대 이전 예정 부지까지 행정중심복합도시 계획에 다 들어있다"고 언급했다.
박 의장도 "수도권은 전국 면적의 11.8%밖에 안 되는데 인구의 과반이 몰리면서 여러 부작용이 발생한다"며 "세종시 국회가 성사되면 국가 균형 발전과 역할을 선도할 수 있을 것"이라고 힘을 실었다.
청와대도 나섰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이날 "여야가 합의한다면 행정수도 이전에 반대할 이유가 없다. 국무회의 등 일부 기능을 세종으로 이전하는 것은 지금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말했다.
◇ 부동산 가격잡기·균형발전·개헌 3가지 포석
왼쪽부터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 이낙연 의원, 김두관 전 의원, 박병석 국회의장 (사진=노컷뉴스 자료사진)
행정수도 이전에 대한 민주당의 이같은 거침없는 행보는 부동산 폭등이 결국 수도권 과밀화와 떼려야 뗄 수없는 관계에 있다는 인식에서 출발한다.
인구 절반 이상이 수도권에 집중돼 있는 한 단기적인 공급·수요 정책만으로 부동산 가격을 잡을 수 없다는 현실적 고민도 자리한다.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해제와 용적율 상향 조정을 통한 도심 고밀도 개발, 재건축·재개발 규제 완화 등 일시적 처방보다는 국토균형 발전을 통한 수도권 과밀화 해소가 근원적 접근이라는 판단이다.
민주당의 한 중진 의원은 CBS노컷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수도권 주민들도 (과밀화에 따른) 피로감이 있어서 크게 반발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영호남 입장에서도 모두 수도권과의 접근성에 사활을 걸고 있는데 (행정수도 이전이) 도움될 것으로 생각할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시로 국회와 청와대, 정부 부처를 옮기려는 첫 번째 이유가 최근 악화된 부동산 민심을 조기에 수습하려는 장기적 처방이라면, 두 번째 이유는 행정수도 이전 논의를 공론의 장으로 끌어들여도 크게 손해볼 것은 없다는 민주당 판단이 깔렸다.
민주당의 또다른 4선 의원은 "대통령 선거 기간이 다가올수록 여야 정치권 모두 충청권 표심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며 "통합당도 대놓고 반대만은 못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 원내 핵심관계자 역시 "행정수도 이전 의제를 민주당이 꺼냈다고 통합당이 계속 외면만 할 수는 없다. 국론에 부치는 시기에 다른 의견을 낼 수 있겠지만 행정수도 자체나 논의기구 설치를 반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통합당도 대선을 치르고 국가균형발전을 담아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당의 이같은 판단 배경에는 2004년 헌재의 위헌 결정 이후 국민 의식이 과거와는 상당히 달라졌다는 분석도 작용한다.
세종시 건설 초기만 해도 제대로 된 행정도시가 될 수 있을 것이냐는 우려가 10여 년이 흐르면서 불식됐다.
또 서울시민들도 '서울이라는 수도가 공동화되지는 않겠구나. 서울이 커지면 커졌지 한국에도 워싱턴시티와 같은 도시가 있는 게 나쁘지 않겠다'는 인식이 자리 잡았고, 이를 통합당이 마냥 외면할 수는 없다는 자신감이다.
민주당은 현재 행정수도 이전 논의가 개헌 논의로 확산되는 것을 경계하고 있지만, 차기 대선 과정에서 아예 행정수도를 명시한 지방분권 강화와 국가균형발전으로 개헌 논의가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것도 나쁘지는 않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세 번째 이유다.
지난 2018년 문재인 대통령이 국회에 제출한 지방분권형 정부 개헌안은 부결됐지만 개헌 조문화 작업은 이미 완료돼 언제든 다시 꺼내들 수 있게 준비돼 있고, 1987년 체제를 뛰어넘지 못하는 현행 헌법에 대한 개헌 필요성은 꾸준히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김두관 의원은 "시대가 너무 많이 변화했기 때문에 그 변화에 맞는 옷을 입혀주는 게 맞다"며 "(개헌 문제는) 대선 때 공약을 내서 국민들의 선택을 받는 대통령이 강력한 의지를 가지고 해야 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