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끝작렬] 비건의 '낡은 사고론'에 거는 작은 희망

노컷뉴스 이 시각 추천뉴스

닫기

- +

뉴스듣기

이 시각 추천뉴스를 확인하세요

오늘의 핫뉴스

닫기
최선희·볼턴 동시 비판하며 "부정적이고 불가능한 측면만 초점 맞춘다"
北 김여정 유화 제스처 화답, 정부 외교안보팀 개편 맞물려 진정세 전환
"적과의 내통"…보수진영은 새 대북접근법, 한미훈련 축소 등 맹비판
북미대화 단절은 강경파 탓…남북협력 위해 비건의 통찰 곱씹어볼 필요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부장관 겸 대북특별대표 (사진=사진공동취재단)
네이버채널 구독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부장관은 최근 한국 방문 때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최선희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을 싸잡아 비판했다.

"둘 다 낡은 사고방식에 갇혀있고, 가능한 게 무엇인지 창의적으로 생각하기 보다는 부정적이고 불가능한 측면에만 초점을 맞춘다"는 것이다.

비건 부장관은 또 "나는 최선희 부상의 지시는 물론 볼턴 전 보좌관의 지시도 받지 않는다"고 했는데 이는 그의 만만찮은 정치 감각을 보여준다.

자신이 만든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합의문 초안을 폐기토록 지시했다는 볼턴의 회고록 주장을 반박한데다 북미 양측 강경파에 협상 실패 책임을 묻고 견제까지 하는 일거양득인 셈이다.

어쨌거나 비건이 흔든 '올리브 가지'가 통했는지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은 며칠 뒤 담화에서 미국 독립기념일 DVD까지 들먹이며 유화 제스처로 반응했다.

그는 미국의 중대한 태도 변화 없이는 대화에 응하지 않겠다고 선을 그으면서도, 원론적이나마 비핵화 입장을 천명하는 한편 적어도 당분간은 우려할 만한 도발이 없을 것임을 시사했다.

이로써 지난달 16일 북한의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로 정점에 달했던 한반도 긴장은 일단 진정세로 돌아섰다.

여기에는 우리 정부 외교안보팀 개편도 긍정적 역할을 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특히 이인영 통일부 장관 후보자는 금강산 개별관광 추진이나 서울·평양 대표부 설치 등을 공론화하며 전향적 대북 접근을 본격화하고 있다.

물론 그에 따른 반작용으로 우려와 비판도 거세다. 보수 야당에선 '적과의 내통'이란 극단적 주장이 나올 정도다.

비단 인사청문회를 앞둔 두 후보자뿐 아니라 문정인 대통령 특보나 정세현 민주평통 수석부의장 등 여권의 주요 정책 조언자들도 보수층으로부터 난타를 당해온 지 오래됐다.


대표적 예로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은 최근 미래통합당 주최 세미나에서 여권의 대북 정책을 이례적인 강한 어조로 비판했다.

그는 "일부 책임 있는 지위에 있는 정치인들이 한미 군사훈련 중단, 주한미군 감축을 거론하는 데 대해 참으로 개탄스럽다"고 말했다.

'남북 종전선언'에 대해서는 "북한이 종전선언에 움직일 리도 없고 관심도 없을 것"이라며 "종전선언이 돼도 모든 걸 백지화하는 북의 행태에 비춰서 크게 의미 없다"고 평가했다.

반 전 총장의 주장은 북핵 문제도 민족 특수성에 앞서 국제주의적 시각을 중시해야 한다는 견해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그는 "'우리 민족끼리'에 중점을 둘 경우 해결은 더욱 더 어려워진다"고 지적했고, 문재인 정부는 물론 김대중 정부의 햇볕정책에 대해서까지 비판적 태도를 취했다.

하지만 이런 회의적 관점은 비건이 비판한 '낡은 생각'과도 묘하게 닮아있다.

김정은 집권 후 북한 대외 기조가 과거와 크게 달라진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따라서 북한의 행태를 '모든 걸 백지화하는 것'이라고 단정 짓는 것은 좀 섣부른 판단이다.

한미연합훈련 연기·축소나 주한미군 감축도 거론 자체를 '개탄'까지 할 일인지 의문이다.

연합훈련 일정 조정은 코로나19 영향으로 오히려 미국 측이 요구한다는 후문이다. 주한미군 감축도 방위비 5배 인상을 위한 압박 카드란 분석이 많다.


설령 주독미군에 이어 주한미군 감축이 미국의 진의라면 우리가 반대한다고 될 일도 아니다. 국제정세 변화에 따른 미군 전체의 재배치 전략(GPR) 일환이기 때문이다.

이는 '인계철선' 논란에도 불구하고 주한미군이 전방에서 철수해 경기도 평택으로 이전했던 노무현 정부 때 경험이 입증한다. 반 전 총장은 당시 외교통상부 장관이었다.

비건은 북미 대화 단절의 책임을 최선희와 볼턴 같은 양측 강경파에 지우면서 이들의 공통점을 하나 지적했다. 창의적 사고 대신 부정적이고 불가능한 측면만 바라본다는 것이다.

남북 대화·협력을 되살리기 위해서도 우리 내부를 둘러보며 곱씹어볼 가치가 있는 통찰이다.

※ 노컷뉴스의 '뒤끝작렬'은 CBS노컷뉴스 기자들의 취재 뒷얘기를 가감 없이 풀어내는 공간입니다. 전방위적 사회감시와 성역 없는 취재보도라는 '노컷뉴스'의 이름에 걸맞은 기사입니다. 때로는 방송에서는 다 담아내지 못한 따스한 감동이 '작렬'하는 기사가 되기도 할 것입니다. [편집자 주]

많이 본 뉴스

상단으로 이동
페이스북 트위터 네이버 유튜브

다양한 채널에서 노컷뉴스를 만나보세요

제보 APP설치 PC버전

저작권자 ©CBSi 노컷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