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검색
  • 댓글 0

실시간 랭킹 뉴스

고성·공개망신 견디던 환경미화원 뇌출혈로 숨져…직장갑질 의혹

노컷뉴스 이 시각 추천뉴스

이 시각 추천뉴스를 확인하세요

21일 경북 봉화군청에서 민주노총과 유가족들이 폭언과 고성에 시달리다가 숨진 환경미화원 故김재동씨 사망 사건의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사진=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제공)

 

고성, 반말, 공개 망신.

15년간 경북 봉화군에서 환경미화원으로 일하다가 갑자기 세상을 떠난 故 김재동씨의 휴대전화에서 충격적인 녹취파일 여러개가 발견됐다.

녹취파일에 등장하는 봉화환경서비스 사장의 아들, A이사는 여러차례 김씨에 대한 모욕적인 언사를 퍼부었다.

음성에는 A씨가 전 직원을 모은 자리에서 김씨의 업무 성과를 문제삼아 윽박지르는 소리가 고스란히 담겼다.

일을 못한다는 이유로 "(다른 직원 밑에서) 허드렛일이나 시켜라"고 얘기하거나 다른 직원에게 김씨를 매일 감시하고 일을 잘 못하면 즉각보고 하라고 지시하는 발언도 있었다.

해당 업체 노조 분회장이었던 김씨가 임금 관련 질문을 할 때는 "왜 그걸 나한테 묻냐"고 소리치며 김씨를 밀치는 상황도 있었다.

김씨가 상황을 피하기 위해 퇴근하려 하자 "전 직원을 다 불러서 김재동 못가게 막아라"고 지시하는 내용도 녹음됐다.

실제로 김씨 지인들에 따르면, 당시 A씨의 지시로 회사 직원들이 김씨를 못나가게 몸으로 막았고 차를 가로막기까지 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외에도 A씨는 "당신 내일부터 가로청소(도심 거리 청소)하지마. (다른 직원에게) 김씨는 여기(마당에) 계속 서있게 해요. 일 시키기 싫다"며 모욕적인 지시를 하기도 했다.

몇 달동안 이런 부당한 일을 겪어온 김씨는 결국 회사를 떠나겠단 어려운 결정을 내렸다.

그러나 퇴사 결정을 한 직후인 지난 5일 새벽, 김씨가 갑작스레 뇌출혈로 숨졌다.

21일 오후 봉화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연 '故김재동 사망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위한 대책위'는 이 사태의 근본원인이 해당 업체와 A이사의 노조 탄압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업체가 민주노총 탈퇴를 종용해왔고 임금 협상 등을 극도로 꺼려했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해당 회사에 다녔던 전 직원에 따르면 A이사가 김씨에게 폭언을 시작한 건 김씨가 민주노총 산하 노조 분회장을 맡고 나서부터였다.

김씨가 분회장이 된 이후 A씨가 번번히 김씨의 업무를 지적하고 노조 활동에 대해 간섭하기 시작했고 김씨는 6개월 만에 체중이 10kg 가까이 줄기도 했다고 한다.

노조는 "직장 갑질과 직장 내 괴롭힘을 넘어 인격모독과 인권유린이 반복된 일상이었다"며 "김재동 분회장의 갑작스런 죽음은 스트레스와 업무에 따른 산업재해이자 봉화환경서비스의 노동탄압이 원인"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고인의 죽음에 대한 진상규명과 산업재해 인정, 가해자의 형사 처벌 등을 요구하며 A씨와 업체를 고발할 예정이다.

이 업체에 근무했던 故 김재동씨의 친구 B씨는 "가해자가 법적 처벌을 받지 못하면 또다른 피해자가 생길 수 있다"며 "눈치보고 있는 내부 직원들이 용기를 내 양심선언 해주길 기다린다"고 당부했다.

0

0

실시간 랭킹 뉴스

오늘의 기자

상단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