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일감정 때문?…방송가 '왜색'은 왜 유효기간 끝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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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컷 딥이슈] '욱일기' 등 군국주의 상징 넘어 '왜색' 자체도 문제
예능·드라마 불문 일본식 건축물·소품·연출 내보냈다가 '뭇매'
2000년대까지만 해도 일본 연예계 기획·시스템 '벤치마킹'→차별화
"20~30대 시청자들 일본 '라이벌' 인식…일본색은 매력 아닌 반감"
"주변화 된 TV 방송사들 젊은 소비자 트렌드 못 따라가는 현상"

(사진=방송 캡처)

 

방송가 왜색 논란의 고리가 좀처럼 끊이지 않고 있다. '더 킹'부터 '여름방학'까지 일본식 건축물, 소품, 연출 등의 문제가 수면 위로 급부상했다.

tvN 예능 프로그램 '여름방학'은 17일 첫 방송을 하자마자 왜색은 물론 일본 게임 표절 의혹에 휩싸였다. 촬영을 위해 개조한 바닷가 주택이 일본의 '적산가옥'과 유사하고, 일상 규칙 등은 일본 소니사 게임 '나의 여름방학'을 떠올리게 한다는 지적이었다.

'여름방학' 제작진은 SNS에 "시청자분들이 느낄 수 있는 불편함을 세심하게 고려하지 못한 것 같아 죄송한 마음"이라며 "불편함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문과 창틀 등 집을 다시 손보고 있다"라고 사과했다.

그러나 '나의 여름방학'과의 유사성 의혹에 대해서는 "해당 게임을 알지 못하며 전혀 참고하지 않았다"고 부인했다.

(사진=방송 캡처)

 

tvN 예능 프로그램에서의 왜색 논란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달에는 tvN 예능 프로그램 '놀라운 토요일-도레미마켓'이 일본식 소품을 사용해 논란을 빚었다.

문제가 된 것은 방송에 출연한 배우 김강훈이 착용한 의상이었다. 이 의상에 적힌 '大一大万大吉'(대일대만대길)이라는 문구가 임진왜란에 참전한 일본 가문의 문장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에 제작진은 "역사적으로 중요한 사실을 인지하지 못한 점 사과의 말씀 드린다"며 "이 사실을 알려주신 여러분께 송구한 감사의 말씀 드린다"고 밝혔다.

해당 의상이 방송까지 나오게 된 과정에 대해서는 "제작진이 평소 거래하는 의상 대여 업체에서 구한 것이며, 출연자 김강훈은 물론 제작진, 대여 업체도 알지 못했다"며 "현장에서도 의구심을 가지지 못한 채 녹화가 진행됐고, 방송까지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결국 이 논란은 제작진이 △재방송·다시보기(VOD) 서비스 중지 △모자이크 작업 시작 △대여 업체에 의상에 대한 정보 전달 △출연자 김강훈 측에 사과 등의 조치를 취해 마무리됐다.

(사진=방송 캡처)

 

SBS 드라마 '더 킹-영원의 군주' 역시 두 차례 왜색 논란으로 곤욕을 치렀다.

타이틀 영상에 등장하는 대한제국 궁궐 이미지 중 일부가 일본 건축물, 왕가 문장 등과 유사할 뿐 아니라 우리나라 군함에 일장기를 넣어 일본 군함으로 묘사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더 킹' 역시 관련 논란을 인정하고 이를 수정했다. 연출을 맡은 백상훈 PD는 "이유 여하를 불문하고 이런 논란을 불러일으킨 것에 대해 연출자로서 진심으로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라고 고개를 숙였다.

2000년대까지만 해도 국내 가요계와 방송계는 일본 아이돌 그룹이나 방송 프로그램을 '벤치마킹' 하는 경우가 많았다. 일본 연예계 기획과 제작 시스템이 '선진적'으로 여겨졌던 셈이다. 도 넘은 군국주의 묘사가 없다면 '왜색'은 오히려 차별화된 매력이 되기도 했다.

그러나 일본 제품 불매운동 등 반일 정서가 확산되면서 과거처럼 '욱일기' 등 군국주의 상징뿐만 아니라 일본 분위기가 짙은 요소들까지 지탄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이택광 문화평론가는 20일 CBS노컷뉴스에 "20, 30대 사이 애국주의가 강해지면서 이전 세대와는 다른 '반일감정'을 갖고 있다. 과거에는 우리가 '피해자'라는 의식이 있으면서도 국내 방송사들이 일본 영향을 많이 받았다"면서 "그러나 이제 젊은 시청자들은 일본을 우리와 '동등한 경쟁관계', 즉 라이벌로 느낀다. 일본색에 매력은커녕 반감을 느끼고, 굳이 그럴 이유도 없다는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프로그램 제작진이 시청자들의 이러한 인식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유튜브, 넷플릭스 등 모바일 플랫폼이 강세를 보이면서 '과거' 플랫폼인 TV 방송사들이 젊은 시청자들 사이에서 소외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 평론가는 "문화가 급변하면서 생산자와 소비자 사이에 충돌이 발생하는 것"이라며 "시청자들은 오히려 유튜브, 넷플릭스 등으로 미국 정서를 더 가깝게 느낀다. 그런데 여전히 TV 프로그램들은 일본 분위기를 쫓고 있다. 기성 방송사들이 젊은 트렌드를 이끌어 가는 영향력 자체가 점점 사라지고 주변화 되는 현상"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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