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기웅 "제 몫을 해서 '믿음'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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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컷 인터뷰] '꼰대인턴' 남궁준수 역 박기웅 ②

지난 3일 오후, 서울 강남구 논현동의 한 카페에서 MBC 수목드라마 '꼰대인턴' 남궁준수 역을 연기한 배우 박기웅을 만났다. (사진=젤리피쉬엔터테인먼트 제공)

 

데뷔작 '괴담'(2005)에서부터 주연을 맡았고 이후 '동갑내기 과외하기 레슨 2'(2007), '두사람이다'(2007), '은밀하게 위대하게'(2013), '신촌좀비만화'(2014), '메이드 인 차이나'(2015)까지 출연 영화에서는 주로 주연이었다. 드라마 '연애결혼'(2008), '서울무림전'(2008), '더 뮤지컬'(2011), '각시탈'(2012), '풀하우스 테이크 2'(2012)에서도 주연을 맡았다.

박기웅은 연기를 하면서 중요한 건 배역의 크기나 비중이 아니라는 것을 서서히 알게 됐다. 작품을 고를 때도 이 이야기가 얼마나 재미있는지를 가장 먼저 살피는 이유다. 최근 종영한 MBC 새 수목드라마 '꼰대인턴' 남궁준수는 주연 치고 분량이 그리 많진 않았다. 하지만 대본이 너무 재미있었고, 남궁준수만큼 이렇게 자유롭게 연기할 만한 캐릭터를 만나긴 쉽지 않다는 걸 알았기에 출연을 결심했다.

지난 3일 오후, 서울 강남구 논현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박기웅은 예전만 해도 시청자나 업계 관계자들에게 듣고 싶은 '거창한 반응'이 있었으나 지금은 그렇지 않다고 밝혔다. 본인에게 주어진 역할에서 제 몫을 했으면 하고 바랄 뿐이란다.

◇ 배우들이 마음껏 놀 수 있었던 현장

박기웅은 '꼰대인턴' 남궁준수 역을 연기하며 어느 때보다 자유로웠다고 말했다. 연출자인 남성우 PD의 영향이 컸다. 박기웅은 "감독님이 완전히 (분위기를) 풀었다. 저뿐만 아니라 누가 됐든 본인이 생각하는 방향보다 좀 더 갔다 싶으면 잡아주시고 나머지는 자유롭게 했다. 건평이 넓은 목장처럼 다 풀어놓은 '프리한' 분위기였다"라고 설명했다.

상대 배우들하고도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 인터뷰에서 여러 번 강조했듯 같이한 동료들이 다 '사람 좋고 착해서' 좋은 이야기만 했다고. 박기웅은 "선배님들도 그렇고 저도 그렇고 다 노는 분위기였다. 진짜 논다는 게 아니라, 배우들이 마음껏 놀고 풀 수 있는 환경이었다. 이 정도로 해 버리니까 좀 무섭더라"라고 돌아봤다.

이어 "왜냐하면 정말 생각지도 못한 것들이 나온다. 다만 요럴 때 (배우가) 좀 이기적이면 뭔가 문제가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그건 감독님이 잡아주시겠지만. 다들 성향이 좋은 배우들이 놀기 시작하니까 생각지도 못한 것들이 팍팍 나오더라. 현장에서 아이디어가 나오고. 그게 되게 큰 힘을 발휘한 것 같다, 우리 작품에"라고 부연했다.

박기웅은 남궁준수 역을 연기하며 어느 때보다 자유롭게 작업했다고 말했다. (사진='꼰대인턴' 캡처)

 

남궁준수와 비슷하게 '똘끼'가 있게 그려진 이태리 역할의 한지은과는 호흡이 어땠는지 묻자, 박기웅은 "아무래도 이런 캐릭터는 에너지를 끌고 가야 하지 않나. 부닥칠 때도 계속 텐션이 생기니까 재미있게 했는데, 다만 이 신의 목적이 무엇인지 염두에 두고 얘기를 많이 했던 것 같다"라고 답했다. 박기웅은 "이 얘기를 하고자 하는 신의 목적이 뭔지 말하고, 여기선 그것만 하면 된다고 둘이 얘기를 하고 시작했다. 요 작품이 배우들끼리 그런 얘기를 엄청 많이 했다. 그래서 배우들이 좀 더 친해질 수 있었다"라고 전했다.

만약 '꼰대인턴' 시즌 2가 나오면 출연할 거냐는 질문에 박기웅은 "만약 제작되면 저는 무조건 한다"라며 의지를 나타냈다. 시즌 2에서 남궁준수는 어떤 모습을 보여줄 것 같은지 상상해 봤냐고 하니, 그는 "얘는 그냥 똑같을 것 같다. 기본 성향은 안 바뀔 것 같다"라며 웃었다.

◇ 몸 건강히, 제 역할 하기

'꼰대인턴'을 찍으면서 편한 캐릭터를 연기할 때의 장점을 마음껏 느꼈다는 박기웅은, 사실 자유로운 캐릭터와 각 잡힌 캐릭터 둘 다 표현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다만 지금 좀 더 해방감을 느끼는 건 전작에서 완전히 상반된 캐릭터('신입사관 구해령' 세자 이진 역)를 맡았기 때문이라고. 그는 "각 잡힌 이미지가 있나 보다. 그런 류를 최근에 많이 하다가 이렇게 자유롭게 하다 보니까 좀 더 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라고 말했다.

"(어떤 캐릭터가) 쉽고 어렵고는 배우 성향 차이 같아요. 저는 다 쉽지는 않은 것 같아요. 다 장단이 있겠죠? 주변에 예술 하는 분들하고 이런 얘기를 많이 해서 그런지 비유를 이렇게 하는데, 되게 심심한 노래는 잘 부르기 어렵잖아요. 근데 어려운 노래도 잘 부르기 어려워요. 그건 아티스트 성향 차이인 것 같은데 확실히 제 기준에서 (자유로운 캐릭터가) 만들어가는 재미가 있긴 해요. 그 과정은 힘든데 즐기니까요. 저는 프리(프로덕션) 기간이 힘들어요. 많은 걸 분석하고 준비하는데 그 기간이 지나고 몸에 익어버리면 나아져요."

박기웅은 2005년 영화 '괴담'으로 데뷔해 올해 데뷔 16년차를 맞았다. (사진=젤리피쉬엔터테인먼트 제공)

 

앞서 언급했듯, 누구와 작업하는지도 그에겐 중요한 부분이다. 박해진, 김응수, 손종학, 고인범과 다시 한번 호흡을 맞춘 박기웅은 "눈빛만 봐도 아는 정도는 아니었어도 편했다"라며 "배우들이 좀 힘든 부분 중 하나가 작업할 때다. 저희는 매번 다른 유닛 활동을 하는 것 같아서"라고 말했다.

그는 "음악 하는 분들은 일정 궤도에 오르면 원하는 크루와 작업하는 게 조금은 가능해지지 않나. 같이 작업해 봤던 세션, 엔지니어, 댄서랑 같이하는 게. 근데 저희(배우)는 훨씬 더 한정적이다. 상대 배우를 고르는 게 아니니까, 어떤 스타일의 연기를 하는 배우를 만날지는 따지고 보면 복불복인 거다. 만났을 때 자연스럽게 잘 맞을 수도 있고 생각보다 상극이어서 맞춰봐야 하는 경우도 있다"라며 "그래서 이걸('꼰대인턴'을) 선택한 것도 사실 컸다"라고 설명했다.

어떤 장면이 어떤 목적을 지니고 있는지를 꼼꼼히 살피는 연기 스타일은 언제부터 시작된 것일까. 박기웅은 "20대 초반보다는 지금이 훨씬 더 숙련된 상태다. 연기를 계속하다 보니까. 예전에는 분석을 했다면, 지금은 작가 선생님이 써 놓은 걸 보고도 이해가 된다. 괄호하고 (연기 주문이) 쓰여 있진 않지만 대사를 통해서도 전달이 된다. 그때(예전)보다는 (보이는 것 같다"라고 밝혔다.

"(바라던 게) 거창했던 때가 있었어요, 지금 별로 거창하지가 않아진 것 같아요. 그냥, 몸 건강하게 제 역할 하는 것. 큰 역이든 작은 역이든 해야 될 역할이 있죠. 저희는 구성원이잖아요. 제 몫을 하고 싶어요. 믿음이 딱 있으면 좋겠어요. 그게 되게 어려운 것 같아요. '박기웅 걔 잘하잖아. 중간 이상 하잖아' 하는 거, 이게 되게 오랜 시간과 많은 과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데 저는 딱 그 정도가 좋은 것 같아요. 어마어마한 평가는 부담스러워요. (웃음)" <끝>

배우 박기웅 (사진=젤리피쉬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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