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BS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
■ 방 송 : FM 98.1MHz (18:25~20:00)
■ 방송일 : 2020년 7월 10일 (금요일)
■ 진 행 : 정관용(국민대 특임교수)
■ 출연자 : 김보협(기자)
◇ 정관용> 김보협 기자, 오늘 <뉴스사이다> 주제는?
◆ 김보협> 박원순 사망, 팩트 혹은 오보입니다. 박 시장의 실종 사실이 알려진 건 어제 방송 무렵이었죠. 대략 6시 안팎. 그때까지만 해도 박 시장 딸이 경찰에 실종신고를 했다는 것이었고 이후 경찰이 대대적인 수색에 들어갔다는 정도가 공식적으로 확인됐습니다. 그런데 그 무렵부터 박 시장 사망 혹은 자살 추정 보도가 쏟아졌죠. 경찰이 박 시장의 시신을 발견하고 사망 사실을 공식화 하기 이전까지 무수한 단독과 속보들이 나왔습니다.
◇ 정관용> 경찰이 수색 중인 시각부터 사망 기사가 나오기 시작했다구요?
◆ 김보협> 미디어오늘에 따르면, 첫 보도는 월간조선이었습니다. “[속보] 박원순 시장 시신 발견, 성균관대 부근에서 발견”이라고 오보를 냈다가 삭제했습니다. 월간조선 보도 직후 수많은 인터넷 매체에서 비슷한 보도 쏟아냈구요. 로톡뉴스라는 곳은 오후 6시52분에 “[속보] 박원순 서울시장, 극단적 선택… 성균관대 근처서 시신 발견”이라는 제목으로 보도했습니다. 오후 7시쯤엔 10곳 정도가 보도했구요. 월간조선을 인용하지는 않았지만, 월간조선 정도가 보도했으니 사실이겠지 하면서 따라썼을 걸로 보입니다.
◇ 정관용> 경찰이 시신을 발견하지도 않았는데 벌써 병원에 도착했다는 보도도 있었죠.
◆ 김보협> 청년의사라는 매체였습니다. 오후 9시30분경 “[속보] 실종된 박원순 서울시장, 서울대병원으로 이송 중… 사망한 듯”이라는 제하의 추정 기사를 내보냈습니다. “실종 4시간여 만에 발견돼 이송 이미 사망 상태인 DOA로 알려져”. 이 매체가 의사 혹은 의사단체와 어떤 관련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DOA라는 의학전문용어까지 써가면서 추정 보도를 한 겁니다. Dead on arrival, 즉 병원에 도착했을 때 이미 사망상태였다는 뜻인데요. 하지만 이 시각은 경찰이 수색 중이던 시각이었습니다.
◇ 정관용> 이른바 찌라시라고 불리는 출처 없는 정보도 SNS에 막 올라오던데요.
◆ 김보협> “잠시 뒤 엠바고 해제, 서울대병원 빈소 예정”, “한 시간 전 서울대병원 옮김. 엠바고 상태. 대통령 결재 남은 상태”, “서울대병원 DOA(Dead on Arrival)” 등 확인되지 않은 정보가 유통되기도 했습니다. 엠바고, 보도유예라는 표현을 쓰니 더 신빙성어 보이죠. 마치 사실은 확인됐는데 언론의 보도를 통제하고 있다는 인상을 주니까요. 그러다 보니 수색에 바빠야 할 경찰이 오보 대응에 나서기도 했습니다. 미디어오늘이 밤 10시께 경찰과 통화했습니다. “자꾸 사망했다는 보도가 나오는데 오보다. (박 시장이) 사망했다면 지금 경찰들이 야간 수색을 진행 중이겠느냐”며 “왜 자꾸 그런 보도들이 나오는지 모르겠다”고 토로했습니다.
◇ 정관용> 언론이 이래도 되는 걸까요?
◆ 김보협> 이름도 잘 들어보지 못한 인터넷 언론사들이 오보를 마구 쏟아낸 반면, 기성언론들은 그나마 사실확인 뒤 보도하려고 노력했습니다. 그래도 속보경쟁이라는 유혹은 피하지 못했구요.
무엇보다 한국기자협회가 마련한 ‘자살보도 권고기준 3.0’을 따르지 않은 보도들이 많았습니다. 일부만 말씀 드리면, <기사 제목에="" ‘자살’이나="" 자살을="" 암시하는="" 표현="" 대신="" 사망="" 사실을="" 알리는="" 표현을="" 선택한다="">. ‘자살’, ‘스스로 목숨 끊다’, ‘극단적 선택’, ‘목매 숨져’, ‘투신 사망’ 등과 같은 표현 대신 ‘사망’, ‘숨지다’ 등과 같이 객관적 사망 사실에 초점을 둔 표현을 사용하라는 거죠.
◇ 정관용> 기자들도 그런 보도 권고기준이 있다는 걸 알 거 아녜요.
◆ 김보협> 알긴 알지만, 자세히 알지 못하고 속보 경쟁에 내몰리다 보면 무시하게 되는 경우 많습니다. 이런 조항도 있습니다. <자살 동기를="" 단순화한="" 보도는="" 매우="" 위험하다.="" 자살은="" 단순화하기="" 어려운="" 복잡한="" 요인들로="" 유발된다.="" 따라서="" 표면적인="" 자살="" 동기만을="" 보도할="" 경우="" 결과적으로="" 잘못된="" 보도가="" 될="" 가능성이="" 높고="" 유사한="" 상황에="" 처한="" 사람에게="" 자살을="" 부추길="" 수="" 있다="">. 또 <자살 사건을="" 보도할="" 때에는="" 고인의="" 인격과="" 유가족의="" 사생활을="" 존중한다.="" 유가족의="" 심리="" 상태를="" 고려하여="" 세심하게="" 배려해야="" 한다.="" 고인의="" 인격과="" 비밀은="" 살아있는="" 사람처럼="" 보호해야="" 한다="">. 이런 조항들입니다.
다시 말해서, 타살 흔적이 없다라는 사실을 바탕으로 자살이며 자살 동기는 이런 것일 것이다라는 식의 보도는 대단히 위험합니다. 오늘 박 시장 유족 쪽에서 유서를 공개했으니 자살은 사실로 굳어진 거 같습니다만, 그 유서에도 동기를 추정할 단서는 없습니다. 그러므로 정말 유리그릇 다루듯이 조심해서 보도해야 합니다.
◇ 정관용> 오죽하면 유족들이 고인의 명예를 지켜달라고 했을까요
◆ 김보협> 문미란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 유족 대리해 언론에 호소문을 냈습니다. "여러분께 간곡히 당부드린다"며 "고인에 대해 일방의 주장에 불과하거나 근거 없는 내용을 유포하는 일을 삼가 주시길 바란다"고 호소했습니다. 또 "사실과 무관하게 고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행위가 거듭될 경우 법적으로 엄중히 대처할 것을 말씀드린다"고 덧붙였습니다.
◇ 정관용> 피해자쪽도 마찬가지죠.
◆ 김보협> 네, 박 시장의 죽음을 피해자인 고소인의 탓으로 돌리면서 비난하고 ‘신상털이’ 하는 움직임도 있는데요. 이건 명백한 2차 가해입니다. 이에 맞서고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한 맞대응 움직임도 일고 있는데요. 일각에서는 서울특별시장으로 치르고 고인의 경력을 치켜세우는 것도 2차 가해에 해당한다는 주장도 나옵니다. 참 어려운 문제인데요. 저는 고인에 대한 애도와 고소인, 혹은 피해자의 인권 존중이 양립할 수는 없을까 함께 고민했으면 합니다. 자살>자살>기사>뉴스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