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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끝작렬]'먼저 간' 박원순과 '남은' 이재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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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이재명은 내 아우…갈등 유발 말라"
이재명 "숙제만 남기고 홀연히 떠난 형님이 밉고 원망스러워"

고(故) 박원순 서울시장(오른쪽)과 이재명 경기지사. (사진=연합뉴스/자료사진)

 



"모두 안녕"

고(故) 박원순 서울시장이 세상에 남긴 마지막 말은 '모두 안녕'이었다.

그는 소풍을 마치고 헤어지듯 그렇게 담백한 말 한마디를 남기고 떠나갔다.

황망함과 슬픈에 젖은 많은 이들이 추모의 글을 남기고 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도 1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제는 다시 볼 수 없는 곳으로 홀연히 가버린 형님이 밉다"고 했다.

'죽은 이'를 상대로 '밉다'고 표현한 것은 그만큼 슬픔과 사랑이 넘치기 때문일 것이다.

박 시장은 소풍을 마치기 사흘 전, "이 지사는 내 아우다. 자꾸 갈등을 유발하려고 하지 말라"고 말했다.

또 "이 지사가 훌륭한 거다. 청출어람이 아닌가"라고도 했다.

지난 6일 서울시청에서 열린 민선 7기 2주년 기자간담회에서 나온 말이다.

잠재적 대권주자로서의 경쟁심보다는 형님으로서 아우를 품는 '따뜻함'이 묻어나는 대목이다.

옳고 그름에 따라 독설을 마다하지 않았던 아우도 형님에 대해서만큼은 깍듯했다.

그는 지난달 24일 기자들 앞에서 박원순 시장을 이렇게 평가했다.

"박 시장님은 제가 모셔야할 분입니다. 제 인생 선배이고, 인권 변호사 선배이시기도 하고, 시민운동 선배이시기도 합니다. 또 제가 시민운동이나 정치 입문하는 과정에서 크게 도움을 주신 분입니다. 그리고 개인적 능력이나 실력이나 성과가 뛰어난 분이잖아요."

두 사람은 마치 다가올 운명이라도 예감한듯 마지막 덕담을 이렇게 언론을 통해 서로에게 전했다.

이재명 경기도 지사가 눈물을 흘리고 있다. 사진은 기사와 무관. (사진=이한형 기자/자료사진)

 

이 지사는 "더 이상 뵐 수 없다는 것이 아직도 믿기지 않는다. 황망한 작별을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했지만, 이제 삶과 죽음의 길은 차갑게 갈렸다.

인권변호사로서 시작해 시민운동가를 거쳐 정치인의 길을 나란히 걸어온 박원순은 먼저 갔고 이재명은 남았다.

혼자 남은 이재명은 "해야 할 일이 산더미 같은데 숙제만 잔뜩 두고 떠난 당신이 너무도 원망스럽다"고도 했다.

운명이다. 이제 박원순은 놓아줘야 한다.

시인 정호승은 이렇게 노래했다.

"시대의 새벽길 홀로 걷다
사랑과 죽음의 자유를 만나
꽃잎처럼 흘러 흘러 그대 잘가라

산을 입에 물고 나는
눈물의 작은 새여
뒤돌아 보지 말고 그대 잘가라"

※ 노컷뉴스의 '뒤끝작렬'은 CBS노컷뉴스 기자들의 취재 뒷얘기를 가감 없이 풀어내는 공간입니다. 전방위적 사회감시와 성역 없는 취재보도라는 '노컷뉴스'의 이름에 걸맞은 기사입니다. 때로는 방송에서는 다 담아내지 못한 따스한 감동이 '작렬'하는 기사가 되기도 할 것입니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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