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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홍경은 온 마음으로 연기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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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컷 인터뷰] 농약 막걸리 살인사건이 일어난 그곳, 대천에 모인 사람들 ④
영화 '결백'(감독 박상현) 안정수 역 배우 홍경 - 2편

영화 '결백' 출연배우 홍경이 18일 오후 서울 마포구 한 카페에서 CBS노컷뉴스와 인터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황진환 기자)

 

배우들은 하나의 얼굴을 가지고 매번 다른 인물이 된다. 홍경도 지난 2017년 '학교 2017'(KBS2)에서 늘 태운(김정현)의 옆에 붙어 다니며 아무 말 대잔치(글자 그대로 아무 말이나 마구 하는 모양새)를 펼치는 원병구를 시작으로 자기만의 방식으로 '다른 인물'이 됐다.

'저글러스'(KBS2)에서는 연봉 1억의 '알바 왕'을 꿈꾸는 철부지 프리터족(freeter·자유롭다는 의미의 free(프리)와 임시직을 뜻하는 arbeit(아르바이트)의 합성어로, 특정한 직업 없이 아르바이트로 생활하는 사람)이자 사랑의 큐피트 좌태이가 됐다. '라이브'(tvN)에서는 철없고 겁 없는 고등학생 만용으로 변신했다가, '라이프 온 마스'(OCN)로 오더니 내 귀에 도청 장치가 있다며 웃음을 터트렸다가 사건 해결에 큰 단서를 제공하는 오영수로 얼굴을 바꿨다.

그런 홍경이 첫 스크린 데뷔작 '결백'에서 또 다른 모습으로 나타났다. 스물여섯 살의 청년이지만 열 살 아이 정도의 지적 능력을 보이는 자폐성 장애를 가진 인물 안정수다. 농약 막걸리 살인사건이 벌어진 아버지의 장례식장에서 화자(배종옥)의 곁을 쭉 지켰던 유일한 목격자이자, 화자의 무죄를 입증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정인(신혜선)에게 결정적인 실마리를 제공한다.

홍경은 나와 다른 누군가가 되기 위해 중요한 건 "열려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영화에서도 자신을 열어두고, 선배 배우들과의 호흡을 통해 많은 걸 보고 배웠다. 지난 18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교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홍경에게서 '결백' 촬영 현장 안팎에서 느낀 것들에 관해 들어봤다.

(사진=㈜키다리이엔티, 소니 픽쳐스 인터내셔널 프로덕션 제공)

 

◇ 홍경에게 정수가 되는 데 필요한 건 '유연함'과 '열린 마음'이었다

"어떤 인물을 온전히 받아들여 그 인물이 된다는 건 진짜 어려운 일인 거 같아요. 저는 연기할 때 열어두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연기할 때 내가 준비하고 생각한 게 있다고 해서 타인이 생각한 걸 듣지 않고 저 혼자 해버리면 안 되죠. 전 영화를 '팀 스포츠'라 생각해요. 언제 어디서든 뛸 수 있는 유연함을 갖춰야 하죠."

홍경은 일할 때만 이런 생각을 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일상에서부터 열어놔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평상시에 의식적으로 노력하는 건 제 말을 아끼고 다른 사람의 말을 많이 들으려고 하는 것"이라며 "영화를 보면서도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는 것들을 조금씩 받아들이려 한다"고 말했다.

아직은 연기 경험도 적고 배워야 할 것도 많은 입장이지만, 홍경은 마음으로 받아들이고 마음으로 연기하려 한다. 그는 "크게 연기가 두 가지로 나뉘는 거 같다. 하나부터 열까지 다 완벽하게 계산된 연기와 그때마다 나오는 직관적인 연기"라며 "순간순간 나오는 솔직한 게 있다. 두 가지가 잘 섞이면 좋은 연기가 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대본 속 지문에는 나와 있지 않은 정수 특유의 손동작도 그 순간의 솔직함에서 나온 몸짓이다. 홍경에게 중요한 건 '왜'였다.

그는 "어떻게 느끼고, 왜 그런 행동을 하는지가 중요하다"며 "정수는 정수 세계에 빠져 있는 거다. 법정 장면에서 보이듯 정수가 엄마 옆에 붙어 딴짓을 하는 것도 의식적으로 하는 게 아니었다. 정수가 왜 그런 행동을 하는지에 대한 답을 채워나가다 보니 자연스럽게 나왔던 거 같다"고 말했다.

(사진=㈜키다리이엔티, 소니 픽쳐스 인터내셔널 프로덕션 제공)

 

◇ 신인 홍경이 만난 '결백' 현장의 선배 배우들

이처럼 홍경은 '어떤 생각'들을 알아가는 단계다. 이번 '결백'이 홍경에게 소중한 또 다른 이유는 연기로 이름난 대선배들과 함께하며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는 점이다.

현장에서 본 엄마 화자 역의 배종옥은 그 어떤 배우에게도 열려 있는 선배였다. 누구든지 아이디어를 제공하면 열린 자세로 듣고 반영한다. 배종옥은 현장에서도 리허설을 주도하며 홍경의 아이디어도 받아줬다. 홍경은 "경험이 많은 선배도 저렇게 열린 자세를 가졌는데, 나는 어떤 자세를 취해야 할지 많이 생각했다"고 말했다.

신혜선은 홍경에게 '로드맵' 같은 존재였다. 신혜선의 모든 작품을 봐 오면서 그는 꾸준하게 한다는 것의 중요성을 배웠다. 홍경은 "어떻게 저렇게 한 번도 연기를 못한 적이 없는지 생각했다"며 "꾸준하다는 것의 중요성을 정말 많이 느꼈다"고 말했다.

양왕용 역을 맡아 정수와 함께 정인에게 든든한 조력자가 되어 준 태항호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도 홍경을 많이 챙겼다. 법정 장면 중 모두가 기립 후 착석한 상황에서 정수만이 서 있는 장면이 있다. 홍경도 모르게 몰입해서 앉아야 한다는 걸 잊었다.

"대본에 서 있다는 말이 없었는데 저도 모르게 안 앉았어요. 그 순간 항호 형이 '앉아, 이놈아' 하면서 저를 자리에 앉혔죠. 그때 정말 좋았어요. 이게 진짜 살아있는 연기라는 생각을 했죠. 항호 형은 일상에서의 유연함이 연기할 때도 이어졌는데 테이크마다 많이 배웠어요."

추인회 시장 역의 허준호도 빼놓을 수 없다. 홍경이 영화를 찍으며 상대 배우에게 압도당한 장면 중 하나에 바로 허준호가 있다. 추 시장에게 다가가 정수가 그를 툭툭 치는 장면이 있다. 홍경은 "원래 되게 따뜻하고 유머가 넘치는 분인데 선배님 분장 자체가 너무 캐릭터에 딱 맞기도 하고, 연기할 때 압도당했다"며 "정수가 툭툭 치고 고개를 돌리는데, 추인회 시장에게 위압감을 느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래도 나는 압도당해도 크게 상관없었으니…"라며 웃었다. 현장에서는 홍경처럼 어린 배우에게도 의견을 물어주는 다정한 선배였다. 그런 점 역시 홍경이 배우로서 하나씩 흡수해야 할 소중한 배움이었다.

영화 '결백' 출연배우 홍경이 18일 오후 서울 마포구 한 카페에서 CBS노컷뉴스와 인터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황진환 기자)

 

◇ 홍경을 배우의 길로 이끈 '영화'

'결백'이 홍경에게 배우로서 첫 영화라는 점에서도 특별하지만, 그가 배우의 길을 가야겠다고 마음먹게 된 출발점이 '영화'라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깊다.

"영화를 보는 문화가 어린 시절부터 잡혀 있었어요. 부모님도 영화를 자주 보셨고, 적어도 일주일에 한 번은 극장을 찾는 가족이었죠. 저도 고등학교 때 학교 끝나면 극장을 꼭 거쳐서 집에 왔어요. 봤던 영화를 보고 또 보고…. 제 노트북 키보드에서 제일 많이 닳은 곳이 방향키예요. 좋아하는 장면은 몇 번씩 돌려보거든요. 영화에 좋은 대사나 장면이 나오면 글로 적어서 저 방식대로 영상을 찍어보기도 하고, 그걸 단편영화 오디션에 내기도 했죠.(웃음)"

이제 막 출발선에 서서 신발 끈을 단단히 동여매고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섰다. 영화에 대한 욕심도, 하고 싶다는 생각도 많다.

영화배우로서 시작점에 선 홍경의 기억에 아직도 남아 있는 영화가 있다. 바로 폴 토마스 앤더슨 감독의 '펀치 드렁크 러브'(2002)다. 영화를 보며 아담 샌들러라는 배우에 매력을 느꼈다. 연출자의 시선보다 배우의 얼굴이 자연스럽게 다가왔다. 다양한 배우가 다른 작품에서 다른 연기를 선보이는 데 눈길이 갔다. 그렇게 다양한 얼굴을 연기하는 배우에 빠져들었다.

외화 '펀치 드렁크 러브'(감독 폴 토마스 앤더슨)의 주연 배우 아담 샌들러

 

20대 홍경, 20대 배우 홍경. 자신의 삶에서도, 배우로서의 삶에서도 본격적으로 자신만의 길을 단단하게 밟아나가야 하는 시기다. 그는 지금 20대로서 그가 가진 엄청난 열정을 쏟아내고 싶다.

"우리 세대가 겪는 불안과 성장통, 밝은 면과 어두운 면을 연기해보고 싶어요. 한 작품 안에서도 그런 게 다양하게 드러날 수 있다고 봐요. 코미디 장르 안에서도 1020 세대가 겪는 깊이 있는 감정을 표현할 수 있는 인물이 들어갈 수 있잖아요. 우리 세대를 표현할 수 있는 작품이 많아져야 서로를 이해하게 돼서 세대 간 갈등을 해결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해요."

또 하나 바람은 '다양성'이다. 홍경은 다양한 남성상뿐 아니라 다양한 여성상이 작품 속에 많아졌으면 한다. 그는 "우리 주변에는 실로 다양한 사람이 많다"며 "자극적이지 않아도 다양함이 필요한 거 같다. 옆에서 벌어지는 일에서 오는 파급력이 많다"고 말했다.

앞서 '펀치 드렁크 러브'를 이야기하며 홍경은 영화 속 캐릭터 표현이 좋았다고 말했다. 그는 "캐릭터들이 유별나다지만, 우리가 그냥 넘어가서 그렇지 주변에 보면 그런 사람 투성이"라며 "그런데 매력을 느꼈다"고 말했다. 이런 이야기를 하는 배우 홍경의 얼굴에 영화 속 아담 샌들러가 맡은 역할도 제법 잘 어울릴 거란 생각이 들었다.

"저는 좋죠. 언젠가는, 아담 샌들러 만큼 할 수는 없겠지만, 해보고 싶긴 해요."(웃음)

<번외 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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