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국적 냉동화물선에 있던 선원들이 무더기로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가운데 하역작업을 하는 동안 선원, 항운노조원, 선박수리공 등이 대부분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부산소방재난본부 제공)
러시아 국적 냉동화물선에 있던 선원들이 무더기로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가운데 배 내부 환경이 사실상 감염이 퍼질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으로 조사됐다.
냉동화물선 특성상 선원과 항운노조원들은 대부분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았고, 배 내부의 이동통로도 좁아 밀접접촉이 빈번하게 일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23일 부산시에 따르면 러시아 국적 냉동화물선 A호(3천933t) 승선원 21명 중 확진 판정을 받은 16명과 밀접 접촉한 이는 92명이다.
A호는 16일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항구에서 출발해 21일 오전 8시쯤, 부산항에 입항했다.
당시 A호는 선원들이 부산항에 하선하지 않은 조건으로 '전자검역'을 통해 입항 허가를 받았다.
부산항 감천항에 입항하자마자 A호에서는 21일부터 22일 오전 9시까지 화물 하역작업이 이뤄졌다.
보건당국이 A호에서 하역작업을 한 항운노조원들을 조사한 결과 러시아 선박 선원들과 노조원 대부분이 마스크를 쓰고 있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A호가 냉동화물선이어서 마스크를 낀 채 하역작업을 하면 마스크에 서린 습기가 바로 얼어붙어 사실상 작업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A호의 선박의 통로가 1~2m 정도로 성인 2명이 거의 맞닿아 교행이 가능한 것도 우려로 작용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당시 이틀간 하역작업이 이뤄지면서 배 밖으로 내려지는 화물 하역량을 세는 작업이 이뤄지느라 선원, 항운노조원, 화물 검수사, 통역사들이 수시로 접촉했다.
항운노조원들은 어창에 있는 냉동 화물을 옮기는 작업을 위한 배 위에 있는 양화장치 조작에 투입됐는데 이 과정에서도 러시아 선원과의 접촉이 이뤄졌다.
보건당국은 A호 바로 옆에 같은 선사 소속인 B(3970t)호가 정박해 있는 것도 예의주시하고 있다.
A호 선원들은 하선하지 않는 조건으로 입항했지만, B호에 이미 승선해 있던 러시아 국적 선원들과 왕래를 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보건당국은 A호에서 하역작업을 한 항운노조원과 도선사, 선박수리공, 화물 검수사와 B호에 있던 선원 21명 등 총 92명을 밀접접촉자로 분류하고 24일까지 전수조사를 마칠 방침이다.
또, 밀접접촉은 없었지만 B호에서 하선작업을 한 항운노조원 63명을 자율격리 조치하고, B호에서 확진자가 나올 경우 후속조치에 나설 방침이다.
보건당국은 배의 하역작업 특정상 다양한 사람들이 투입되고, 일하는 시간도 제각각이어서 밀접접촉자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고 바짝 긴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