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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전단 방지 법안은 왜 한 건도 통과하지 못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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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중심으로 '남북교류협력법 개정안' 발의
접경지역 안전 고려해 '대북전단 살포시 통일부에 사전 신고·승인' 골자
당시 정부 "남북교류협력법 취지와 맞지 않고 개념 모호" 반대
20대 국회서도 이슈된 적 없어…당시 외통위원 "통일부 입법 요구도 없었다"
대북전단 살포 관련해 21대에선 김승남, 김홍걸 의원이 각각 대표 발의

여의도 국회의사당 전경(사진=공동취재단/자료사진)

 

북한의 남북연락사무소 폭파로 남북관계가 일촉즉발의 대치 상황으로 치달으면서, 이른바 '대북전단 금지법'이 그동안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한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대북전단 살포가 접경지역 주민들의 안전을 위협할 수 있다는 당·정간 공감대가 있었음에도, 당시 정부의 소극적인 태도로 단 한 건의 법안조차도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지 못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박근혜 정부·새누리당, 대북전단 방지에 '소극적'

2014년 10월 경기도 파주시 연천군 지역에서 일부 탈북단체가 대북전단 풍선을 날려 남북간 군사적 충돌이 발생했다. 양측이 이전부터 대북전단 살포 문제로 부딪혀왔던 터라 당시 야당이었던 새정치민주연합(더불어민주당 전신) 의원들을 중심으로 법률개정안 발의가 이어졌다.

대표적인 게 당시 김승남, 심재권, 윤후덕 의원 등이 각각 대표 발의한 남북교류협력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이다. 대북전단을 살포할 경우 통일부장관에게 사전에 신고하고, 특히 애드벌룬(기구) 등을 이용할 시엔 장관에게 사전 승인을 받아야한다는 내용이 골자다. 남북교류협력을 해칠 명백한 우려가 있다고 판단하면 장관이 물품(전단 포함) 반출·반입을 불허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하지만 정부는 개정법률안에 반대했다. 당시 정황은 2014년 12월 3일에 열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 회의록에 자세히 나와 있다.

황부기 전 통일부 차관.(사진=사진공동취재단)

 

당시 통일부 황부기 차관은 법안심사소위 회의에서 "대북전단 및 물품 살포행위를 남북교류협력에 관한 법률로 규율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밝혔다. 남북교류협력법의 입법 취지가 기본적으로 남북교류를 촉진하자는 데 있기 때문에 '살포 금지'와는 성격이 맞지 않고, 민간단체가 불특정 다수를 향해 일방적으로 살포한 행위를 과연 반출·반입의 교역으로 볼 수 있냐는 것이었다.

이에 야당인 새정련은 "정부의 법 개정 의지가 없다"고 비판했다. 당시 법안심사소위에서 심재권 의원은 "기본적으로 이 정부가 전단 살포 규제 의사가 없다"면서 "이것은 의지의 문제이지, 이게 이 법에 해당되느냐 안 되느냐의 것과는 전혀 관계없는 이야기"라고 비판했다.

당시 여당이었던 새누리당(미래통합당 전신) 나경원 의원도 심 의원을 거들었다. 그는 "심재권 의원님 말씀에 동의하는 게, 사실은 정부가 어떤 의지를 갖고 있느냐가 중요한 것 같다"면서 "국민들의 생존권에 위해를 주는 대북전단을 규율할 수 있는 게 기존 법에 있느냐"고 되물었다.

이에 황 차관은 "법무부 등 관계기관과 협의한 결과 개별법을 가지고 전단 살포를 막는 건 법적으로 타당하지 않다는 결론을 냈다"고 답했다. 대신 '경찰관 직무집행법 5조'를 언급했다. 해당 법에 따르면, 경찰관은 국민 생명의 위해를 방지하기 위해 그 장소에 있는 사람, 관계인 등에게 필요한 조치를 할 수 있다.

황 차관이 제시한 법률에 다수 의원들이 관심을 보이자 법안심사소위는 통일부에 검토 뒤 다시 보고할 것을 요청하고 추후 계속 심사하기로 했다. 하지만 해당 안건은 이후 더 이상 논의되지 않았고 2016년 5월 19대 국회가 끝나면서 자동 폐기됐다.

심재권 전 의원(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심재권 전 의원은 17일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기존 법안을 적극적으로 원용하면 충분히 (대북 전단 살포를) 막을 수 있는 것"이라며 "기본적으로 당시 박근혜 정부 입장이 북에 대해 원천적으로 대결적인 입장이어서, (새누리당) 의원들이 개별적으로 (법안에) 관심을 가질 수는 있어도 그게 전체적인 의견으로 취합되긴 어려웠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국회 외통위는 2015년 1월 대북 전단 살포를 예방하자는 내용이 담긴 '남북당국 상호 비방·중상 중단 합의 이행 촉구 결의안'을 내기도 했지만, 이 역시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폐기됐다. 개정법률안은 커녕 법적 구속력도 없는 결의안조차도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이다.

당시 통일부 류길재 장관은 2015년 1월 8일 외통위 회의에 출석해 "대북 전단 살포 행위가 남북관계와는 큰 관계가 없다는 게 정부 입장"이라며 결의안에 반대했고, 이에 이해찬 의원은 "그런 답변 자세를 가지고 통일부를 지금까지 이끌어왔기 때문에 지난 2년 동안 아무런 진전을 못 이루고 있는 것"이라고 다그쳤다.

◇"20대 때도 국회서 이슈된 적 없어"…정부 입법 요구도 無

대북전단 살포 문제 논의는 20대 국회에서도 이어졌다. 민주당 윤후덕 의원 등은 19대 때 발의했던 남북교류협력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20대 국회 시작과 동시에 다시 국회에 상정했다.

이에 당시 통일부 김형석 차관은 2016년 9월 5일 외통위 법안심사소위 회의에 출석해 "대북전단 행위를 남북교류협력에 관한 법률에서 규정하는 것은 법률의 취지라든지 여러 가지 측면에서 적절치 않다"며 19대 때와 마찬가지로 개정법률안에 부정적인 입장을 유지했다.

다만 19대 때 논의했던 '경찰관 직무집행법'으로 대북전단 살포 행위는 통제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공권력의 존재 이유 자체가 질서유지도 있지만 국민의 생명과 신체·재산의 보호도 이루는 것"이라며 "경찰관 직무집행에 관한 법률 등 근거에 따라서 (통제)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북전단 살포 행위가 접경지역 주민의 생명을 위협한다는 인식에는 공감한 것이다.

대북전단 살포(사진=연합뉴스)

 

하지만 밤늦게 단속을 피해 전단을 날리는 등 사전에 인지하지 못한 살포 행위는 단속할 수 없다는 한계점이 제기됐다. 당시 김 차관은 "어떻게 보면 저희가 전혀 모르는 상황에서 벌어진 일에 대해서는 그게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며 사실상 현행법으로는 대북전단 살포 문제를 온전히 해결할 수 없음을 시인했다.

여기에 당시 민주당 이인영 의원은 "꼭 대북전단, 삐라만 넘어가는 게 아니라 다른 부분들도 넘어갈 수 있는 것"이라며 "조금 더 포괄적인 가능성을 놓고 다시 접근해 보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단 살포 행위뿐만 아니라 그 내용물도 문제의 소지가 될 수 있으니 무작정 반대만 하지 말고 남북교류협력법에서 다룰 수 있는지 다시 검토해보라는 취지였다. 해당 법률개정안은 법안심사소위에서 계속 심사하기로 했지만 이후 20대 국회가 끝날 때까지 논의되지 않았다.

당시 외통위 법안심사소위원장이었던 민주당 김경협 의원은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이후 대북전단 문제가 사회적으로 크게 이슈가 됐으면 우리도 바로 이에 대한 장치를 만들자고 했을 것 같은데, 한 번도 외통위 회의에서 이슈가 된 적이 없었다"며 "그런 것들을 우리도 세심하게 점검하지 못한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이후 문재인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2018년 4월 27일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남북정상회담 합의문(4·27 판문점 선언)을 발표한다. 여기서 남북은 군사분계선 일대에서 확성기 방송과 전단 살포를 비롯한 모든 적대 행위들을 중지하기로 약속한다. 이에 대해 김 의원은 통화에서 "판문점 선언에서도 전단 살포 얘기가 나왔다는 건 그때까지도 북한에서는 대북전단을 민감하게 받아들이고 있었다고 봐야한다"면서 "그렇다면 통일부에서 적극적으로 입법을 요구했거나 대책을 마련했어야했다"고 설명했다.

21대 국회에서도 대북전단 살포 방지와 관련한 법 발의는 이어지고 있다. 현재까지 민주당 김승남, 김홍걸 의원이 각각 관련법을 대표 발의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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