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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포격, 또 어선 타고 찜질방 대피하나"…여전히 없는 대피 매뉴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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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해5도 주민도 모르는 포격시 대피 매뉴얼
사실상 대피소 집결 뿐…주민들 "포탄 속에서 가만히 있으라는 건가"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했던 북한이 오늘 금강산 관광지구와 개성공단 지역에 군부대를 전개할 것이라고 밝힌 17일 경기도 파주 접경지역에서 바라본 북한 초소에 인공기와 최고사령관기가 다시 게양돼 있다. (사진=박종민 기자)

 

북한의 국지 도발시 접경 지역인 서해5도 주민들의 대피 매뉴얼이 부실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최근 북한의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와 서해북방한계선(NLL) 일대에서의 군사훈련 재개 등으로 한반도에 긴장감이 고조되면서 과거 국지 도발을 경험했던 서해5도 주민들의 불안감도 증폭되는 분위기다.

◇ 주민들도 모르는 대피 매뉴얼…"대피소 집결이 유일한 피란 대책?"

18일 인천시와 옹진군, 서해5도 주민 등에 따르면 현재 북한의 포격과 미사일 도발 등 유사시에 서해5도 주민들은 대피소로 피란하는 것 외에 다른 대피 방법이 없다.

실제 최근까지 서해5도에서 이뤄진 을지프리덤가디언(UFG) 연습 등 대피 훈련도 대피소 집결 외에 다른 훈련은 없었다. 적기가 출현한 상황을 가정해 공습경보가 발령된 상황에서도 섬 탈출 계획은 빠졌다. 공습경보가 해제된 이후에도 섬 탈출 훈련은 이뤄지지 않았다.

정부는 대피소 집결 외에 별도의 피란 계획이 있지만 3급비밀인 '충무계획'에만 반영돼 있어 주민들에게 공개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당사자인 주민들도 모르게 피란계획을 수립하는 건 효용성이 없고 오히려 불안을 가중시킨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인천시 관계자는 "자체 매뉴얼상 유사시 주민들을 대피소로 이동시키라는 지침만 나와 있다"며 "이후 피란 계획은 3급 비밀인 충무계획에만 반영돼 있어 알려줄 수 없다"고 말했다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했던 북한이 금강산 관광지구와 개성공단 지역에 군부대를 전개할 것이라고 밝힌 지난 17일 군 차량이 경기도 파주시 통일대교를 통과하고 있다. (사진=박종민 기자)

 

◇ "국지 도발시 정부가 국민에게 섬에만 머물라 강요할 수 있는가"

서해5도 주민들은 육지 군사분계선의 경우 비무장지대(DMZ)의 완충작용으로 군인들 간 교전이 일어나도 민간의 직접 피해는 없지만 해상인 서해5도의 충돌은 민간인이 직접 피해를 입기 때문에 피란 계획을 공유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 유사시 ①신속 경보 체계 ②섬 내 대피소 안전 확보 ③주민들의 육지 수송 ④육지 도착 후 숙소 지원 등을 체계화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섬 탈출 계획까지 대피 매뉴얼에 담보돼야 한다는 것이다.

유사시 서해5도 주민 대피 매뉴얼과 관련한 논의는 연평도 포격사건 직후인 2010년부터 꾸준히 이어졌다. 같은 해 12월 3일 국회 행정안전소위원회 특별법 제정 심사 회의록을 보면 유사시 서해5도 주민 대피에 대한 당시 정부의 입장을 확인할 수 있다.

이 회의에 출석한 당시 행정안전부 안양호 2차관은 "영토 수호 개념에서 주민들이 다 빠져나오고 군인들만 섬에 남아 있게 되면 자칫 국제 분쟁지역이 될 수 있다는 전문가 의견이 있다"며 "NLL을 사수하려는 우리 국방‧안보정책상 주민들이 빠져나오게 하는 지원 대책을 하는 것은 안된다고 본다"고 말했다.

서해5도 주민들의 대피 매뉴얼은 이 시기 이후 수립됐으며, 현 정부에서도 이 기조는 유지되고 있다는 게 관련 지자체인 인천시와 옹진군의 설명이다.

주민들의 반발은 여전히 거세다. 박태원 전 연평도 어촌계장은 "머리 위에 포탄이 떨어지는 상황에서 정부가 국민에게 섬에 가만히 있으라고 강요할 수 있는가"라며 "포격사건 이후 10년이 지났지만 포격 당시보다 더 나은 상황이라고 말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토로했다.

북한군 포격으로 파괴된 연평도 주택가 모습. (사진=자료사진)

 

◇ "힘들었던 연평 포격 피란의 기억 반복되지 말아야…"

서해5도 주민들이 정부의 유사시 대피 매뉴얼에 대해 불신하는 건 2010년 연평도 포격사건 당시 경험 때문이다. 당시 북한이 쏜 포탄이 떨어졌을 때 주민 394명은 직접 어선을 몰고 섬을 탈출했다. 포격사건 이후 5일 동안 주민 96%에 해당하는 1천300여명이 섬을 빠져나갔다.

그러나 임시 거주시설이 마련되지 않아 찜질방 등을 전전하며 3달가량 힘겨운 피란 생활을 해야 했다.

이 때문에 유사시 주민들이 정부의 '알 수 없는' 대피 매뉴얼대로 움직이겠냐는 지적이 나온다. 1차적으로 대피소로 집결하겠지만 결국엔 주민들이 각자 어선을 몰고 육지로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대피소가 자체 발전기와 취사 시설 등을 갖췄다고 하더라도 임시 시설일 뿐 궁극적인 피난처가 될 수 없다는 것이다.

어선 대피가 불가피하다는 의견도 있다. 연평도의 경우 수심이 얕아 50t 이상 선박의 접안이 불가하기 때문에 얕은 수심에서도 운항할 수 있는 어선 밖에 탈출 수단이 없다. 주민들은 연평 포격 사전 이후 줄곧 대형선박이 정박이 할 수 있도록 연평도에 신항을 건설해달라고 정부에 요구했지만 아직 첫 삽도 뜨지 못했다.

서해5도 평화운동본부 박원일 사무국장은 "주민이 숙지하지 못한 피난 매뉴얼은 막상 상황이 발생할 경우 제 역할을 하기 어려울 가능성이 높다"며 "요즘처럼 한반도에 전운이 감돌 때 서해5도 주민들이 스스로 살 길을 찾지 않을 수 있는 대피 매뉴얼이 수립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정부는 연평도 포격사건 이후 서해5도에 주민대피시설 44곳(연평 8‧대청 9‧백령 27)을 마련했다. 이들 대피시설은 9천여명을 수용할 수 있다. 지난달 말 기준 서해5도 인구 8742명(연평 2063명‧대청 1479명‧5200명)인 점을 감안하면 100% 이상의 수용능력을 갖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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