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류지혁 (사진=KIA 타이거즈 제공)
KIA 타이거즈 유니폼을 입은 류지혁의 이적 첫 경기는 인상적이었다.
지난 10일 수원에서 열린 KT 위즈와의 경기에서 안타는 기록하지는 못했지만 1타점, 1득점을 올렸고 수비에서는 빠른 반응 속도를 바탕으로 호수비를 선보여 선발 브룩스와 덕아웃으로부터 박수 갈채를 받았다. KIA는 10대0으로 이겼다.
KIA는 지난 주말 3루 포지션 강화를 위해 투수 홍건희를 두산 베어스에 내주고 류지혁을 영입하는 1대1 트레이드를 단행했다.
류지혁은 "3루 포지션을 보다 안정적으로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 맷 윌리엄스 KIA 감독의 기대를 이적 첫 경기부터 충족시켰다.
이번 트레이드는 류지혁의 오랜 꿈과 목적이 일치했다. 두산 시절 내야 전 포지션을 소화했지만 확실한 자기 자리를 차지하지는 못했던 류지혁은 "꼭 주전을 하겠다"는 마음가짐으로 KIA 유니폼을 입었다.
공교롭게도 류지혁이 KIA 선수단에 처음 합류한 날 2루수 김선빈이 우측 햄스트링을 다쳐 부상자 명단에 등재됐다.
예상하지 못한 불운이 KIA를 찾아왔지만 상대적으로 류지혁의 이적 가치는 더 높아졌다. 류지혁은 3루수 뿐만 아니라 2루수, 유격수 등 다양한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KIA에게 김선빈의 부상 소식은 뼈아프지만 그래도 류지혁이 있어 한숨을 돌렸다.
류지혁이 KIA 소속으로 처음 등장한 날 창원에서는 홍건희가 두산 데뷔전을 치렀다.
홍건희는 NC 다이노스전에서 마지막 1이닝을 깔끔하게 막아내고 9대1 팀 승리를 매듭지었다.
들쑥날쑥한 투수진의 변수를 타선의 힘으로 만회하고 있는 두산은 만능 내야수 류지혁을 내보내는 출혈을 감수하면서까지 마운드 보강 방안을 모색했다.
홍건희가 두산 불펜의 한 자리를 확실히 지켜준다면 1위 NC(24승7패)를 4경기차로 쫓고 있는 두산(20승11패)에 큰 힘이 될 수 있다.
그리고 두산과 KIA의 트레이드는 양팀이 모두 만족하는 성공 사례로 남을 수 있다.
최근 간판급 선수가 이동하는 트레이드는 거의 없었다. 대신 팀의 약점을 채워줄 선수를 찾는 트레이드는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두산은 앞서 5월29일 SK 와이번스와 2대2 트레이드를 단행했다. 투수 이승진을 데려왔고 젊은 포수 권기영을 함께 영입했다. SK에는 베테랑 포수 이흥련과 외야수 김경호를 내줬다.
주전 포수 이재원의 부상으로 안방마님 공백에 시달리던 SK는 이흥련의 영입으로 발등에 떨어진 불을 끄고자 했다.
지금까지 결과는 좋다. SK는 이흥련을 영입한 후 6승3패를 기록 중이다. 이흥련은 이적하자마자 대포를 쏘아올리는 등 3할 타율을 기록하며 타선을 돕고 있고 안정된 경기 운영으로 마운드의 질 역시 높였다.
이흥련은 올해 두산에서 박세혁, 정상호에 밀려 포수로 뛸 기회가 많지 않았다.
김태형 두산 감독은 "우리 투수들을 잘 아는 포수를 트레이드시키는 건 쉽지 않다"고 말했지만 더 큰 그림을 봤다. 이흥련을 원하는 팀으로 이적시키면서 선수가 살아날 기회를 줬다. 유망주 이승진의 영입은 마운드와 미래에 초점을 맞춘 결과물이다.
SK는 당장 이흥련 영입 효과를 누리고 있다. 두산은 훗날 이승진을 선발투수로 키우겠다는 계산이다. 지금은 SK가 더 이득을 보고 있지만 트레이드의 손익계산서는 바로 나오지 않는 법이다.
키움 히어로즈는 4월초 롯데 자이언츠와의 트레이드로 영입한 전병우를 알차게 활용하고 있다. 외국인 3루수 모터가 팀을 떠났지만 전병우가 있어 공백이 느껴지지 않는다.
전병우는 5월말 1군 콜업 후 9경기에서 타율 0.389(36타수 14안타), 2홈런, 12타점을 쓸어담았다. 지난 6일 LG 트윈스와의 홈경기에서는 끝내기 안타를 터뜨리기도 했다.
과거에는 선수가 트레이드 대상이 됐을 때 팀에서 버림 받았다는 마음의 상처를 입고, 구단은 떠나보낸 선수가 크게 활약할까봐 초조해하는 경우가 있었다.
요즘 분위기는 다르다. 구단은 전력 강화를 위해 적극적으로 트레이드 카드를 찾고 있고 선수는 트레이드를 좋은 기회로 간주한다. 슈퍼스타급이 아니어도 이같은 선수 이동은 KBO 리그에도 활력소가 되고 팬들에게는 더 다양한 흥미거리를 제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