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수요집회가 열리는 옆에서 보수단체 참석자들이 정의연 해체와 윤미향 의원 구속을 촉구하는 집회가 열리고 있다. (사진=이한형 기자)
이용수(92)할머니의 폭로 이후 정의기억연대(정의연)의 운동 방식과 더불어민주당 윤미향 의원에 대한 후원금 문제 등 각종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보수단체가 정의연 해체를 주장하며 수요시위 자리를 빼앗겠다고 나섰다.
3일 경찰에 따르면, 보수단체 자유연대는 오는 6월 24일과 7월 1일 정기 수요시위가 열려온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 소녀상 일대에 집회신고를 먼저 하며 장소를 선점했다.
이 단체는 최근 들어 수요시위 때마다 정의연 해체 등을 요구하며 근처에서 맞불 시위를 열었던 단체이기도 하다. 이에 따라 1992년 1월 이후 30년 가까이 같은 자리를 지켜왔던 정의연은 후순위로 밀려났다.
현행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6조 1항은 집회 주최 측이 집회신고서를 집회 720시간(30일) 전부터 48시간 전까지 관할 경찰서에 제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자유연대 측은 다음달 1일 집회 신고 1순위를 차지하기 위해 회원들이 돌아가면서 일주일 내내 종로경찰서 집회 신고 대기 장소를 지켰다. 이에 맞서 대학생 동아리 '평화나비 네트워크'가 항의 의미로 30일 자정부터 '수요시위 지키기 24시간 대학생 행동'을 벌였지만 결국 자유연대가 먼저 집회신고를 냈다.
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해결을 위한 제1442차 수요집회에서 시민들이 손 피켓을 들고 있다. (사진=이한형 기자)
평화나비 이태희 전국대표는 "수요시위를 막고 없애려는 움직임에 대항해서 대학생들이 일단 일회성으로 행동에 나섰던 것"이라며 "한동안은 계속해서 보수단체에서 같은 장소에 집회 신고를 할 것 같은데, 24시간 대학생 행동을 지속할 수 있을지는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앞으로 수요시위를 지키기 위해 다른 방면으로 활동할 수 있는 것이 뭐가 있는지도 고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집시법에 따른 장소 분할 등을 통해 마찰을 방지하면서 두 단체 모두 집회의 자유가 보장되도록 할 방침"이라고 밝혔지만, 이같은 보수단체의 행동은 소모적 갈등만 불러일으킨다는 지적이 나온다.
앞서 '수요시위' 불참을 선언했던 이 할머니조차 2차 기자회견에서 "시위 방식을 바꾼다는 것이지, 끝낸다는 건 아니다"며 "학생들에게 교육적으로 하기 위해 바꾸겠다는 것"이라고 부연한 바 있다. CBS노컷뉴스와 인터뷰를 진행한 정의연의 전신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시절 원로들도 수요시위는 "시민의식과 평화 의식이 성장하는 장"이라며 운동 방향성이나 회계 부정 논란과 별개로 지켜가야 할 가치라고 입을 모았다.
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해결을 위한 제1442차 수요집회에서 시민들이 손 피켓을 들고 있다.반대편은 맞불집회 개최한 보수성향단체. (사진=이한형 기자)
한편, 정의연은 이날 예정된 제1442차 정기 수요시위를 개최하면서 초기 대응이 미숙했던 점을 사과하며 수요시위를 지켜달라고 호소했다.
정의연 이나영 이사장은 "초기 대응의 미숙함으로 인해 국민 여러분에게 끼친 근심과 걱정은 정의연 이사장이라는 상징적 무게에 못 미치는 저의 부족하고 사려 깊지 못한 태도에서 초래된 것으로 생각해 깊이 반성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의연은 과거의 부족하고 미숙한 부분을 과감히 개혁하되 운동의 초기정신을 지켜낼 것"이라며 "부디 전쟁과 성폭력이 사라지는 그날까지 수요시위의 가치를 지켜달라"고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