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일 청와대 관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통화했다.(사진=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G7 확대그룹 초청에 화답하면서 우리나라는 명실상부한 선진 강국 대열에 합류하며 새로운 외교 지평을 맞게 됐다.
물론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구상에는 중국 압박 의도가 있는 만큼 무조건 쾌재만 부를 수는 없고, 기존 회원국들의 반대에 부딪혀 구상이 불발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하지만 G7이 세계 경제위기에 대처하기 위해 발족됐고 이후 국제정세 변화를 반영하며 변모해왔음을 고려하면 G7의 확대 개편은 불가피한 추세로 보인다.
◇신흥 강국·한국 등의 빠른 성장에 G7 위상 상대적 추락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P5)와 더불어 국제사회의 소수 기득권 그룹을 형성하는 G7은 1970년대 오일 쇼크를 맞아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일본 등 5개국(G5) 재무장관 회의로 출발했다.
이후 이탈리아와 캐나다가 차례로 합류해 G6, G7으로 확대됐고 1998년에는 이례적으로 핵 등 정치안보 이슈의 중요성을 감안해 러시아까지 받아들였다. 러시아는 이후 우크라이나 사태에 따른 제재조치로 자격 상실했다.
그러나 BRICs(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로 대표되는 신흥 강국과 한국 등 중견국의 빠른 성장에 G7의 위상은 상대적으로 낮아지고 세계의 변화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상황이 생겨났다.
대표적인 게 1997년 아시아발 외환위기로서 G7의 힘만으로 진화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이에 따라 G7 외에 유럽연합(EU) 의장국과 한국 등 12개 신흥국을 포함한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 회의가 1999년 만들어졌다.
이후 G20은 매년 재무장관 및 중앙은행 총재 회의를 이어오다 약 20년 뒤인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맞아 정상급 회의로 격상됐다. 우리나라는 2010년 서울에서 G20 정상회의를 개최했다.
(그래픽=연합뉴스)
◇G11, G12로 확대되면 1974년 G5 발족 이후 반세기만의 최대 개편만약 G7이 트럼프 대통령 구상에 따라 G11이나 G12로 확대된다면 1974년 G5 발족 이후 거의 반세기만에 최대 개편을 하게 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G7이 낡은 체제로서 현재의 국제정세를 반영하지 못한다”고 밝혔듯 코로나19발 세계사적 위기 앞에서 기존 선진국 그룹은 명확한 한계를 드러냈다.
문 대통령이 방역과 경제 양면에서 한국의 역할을 강조하며 트럼프 대통령의 제안에 흔쾌히 응한 것도 이런 인식과 자신감에서 비롯된 것으로 파악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추가 가입 대상국으로 호명한 우리나라와 호주, 인도, 러시아, 브라질은 대체로 세계 국내총생산(GDP) 순위에 10위권 안팎을 차지한다.
스페인과 멕시코 등도 비슷한 순위를 기록하지만 지역별 안배와 대표성을 고려할 때 트럼프 대통령의 ‘낙점’은 합리적 기준이라 할 수 있다.
브라질을 추가하자는 트럼프 대통령 의견에 문 대통령이 “인구, 경제규모, 지역 대표성 등을 감안할 때 포함시키는 것이 적절하다”고 답변한 것도 이런 객관적 지표를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중국으로선 G7 확대그룹에 한국 등이 참여하는 게 내심 못마땅하겠지만 대놓고 반대나 비판을 하기는 힘들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