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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밥코노미⑤]내집의 변화, 주방이 사라진다…'허세권'을 아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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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 요리'보다 '배달 음식' 선호…코로나19로 배달 시장 급성장
"中 허마셴셩, 주문 30분 이내 배송"…빅데이터·AI· 물류 디지털화 결합
사람 대신 로봇이 요리, 드론·로봇배달…해 먹는 것보다 사 먹는 게 훨씬 저렴
엄마가 해주던 집밥도 배달 '슈퍼 할매의 등장'…집밥 향수 충족·고용 창출까지
"요리는 단순히 먹기 위한 행위만은 아니야"…"주방, 사라지진 않아도 재편될 것"

"100년 전만 해도 대부분의 사람이 옷을 직접 지어 입었다. 나는 20년 뒤 우리가 음식을 직접 만들지 않을 거라 확신한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의 100년 넘은 미디어 그룹이자 글로벌 투자 전문기업 내스퍼스 CEO 밥 반 다크의 말이다.

그는 2010년대부터 음식 배달 시장에 적극 관심을 보이며 세계 곳곳의 배달 서비스에 전폭적인 투자를 했다. 현재 명실상부 글로벌 배달 시장 최대 주주다. "더이상 음식을 만들어 먹지 않고, 시켜 먹는 게 당연해지는 세상을 내다봤다"며 당시 투자 배경을 밝혔다. 10년이 지난 지금 그의 전망은 누가 봐도 현실이 됐다. 코로나19는 배달 시장 성장에 액셀레이터가 됐다.

그럼 그의 말대로 100년 전까진 해도 하나씩은 있던 재봉틀이 사라졌듯, 냉장고도 사라질 수 있을까? 사람들이 정말 요리를 하지 않을까? 지금으로선 감히 상상이 안 되지만 이미 2018년 7월 스위스에서는 '주방이 사라진다'는 보고서가 나왔다. 이게 맞든 틀리든, 10년 뒤, 또 20년 뒤 우리의 식습관과 입맛은 상당히 바뀔 것이란 것만은 분명하다.

글 싣는 순서
①식탁의 변화, 간편식도 진화한다
②큰손의 변화, 5060 아닌 '오팔세대'입니다
③골목의 변화, 다시 뜨는 동네…경쟁자는 '온라인 식품'
④배달의 변화, 코로나19와 게으름 경제의 만남
⑤내집의 변화, 주방이 사라진다…'허세권'을 아시나요?
(끝)


배달의 민족, 배민 커넥트 자료사진. (사진=황진환 기자)

 

NOCUTBIZ
◇ '직접 요리'보다 '배달 음식' 선호…코로나19로 배달 시장 급성장

밥상의 변화는 크게 두 가지가 이끌고 있다. 간편식과 배달 음식이다. 이 두 가지는 별개라기보단, 혼재돼 나타난다. 배달 앱이 생겨나고 맛집도 음식 포장을 시작하면서 이를 전달해주는 배송 업체가 생겨났다. 유명 맛집 로고를 단 밀키트를 오프라인 매장이나 온라인 쇼핑에서 구할 수 있는 것도 마찬가지다.

1인 가구의 증가와 시간과 수고를 아낄 수 있다면 기꺼이 돈을 쓰는 소비자들이 증가하면서 간편식·배달 시장은 성장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코로나19가 발생했고, 이는 배달 시장 성장에 불씨를 당겼다. 동시에 요리하는 공간에 대한 수요도 급격히 줄고 있다.

그러나 실제로 우리 가정에서 주방이 사라질 수 있을까? 이 전망이 현실로 나타나려면 세 가지 전제가 필요하다. 음식을 직접 하는 것보다 수고를 덜어야 하고, 입맛(영양)을 만족시켜야 하고, 지갑을 기꺼이 열 정도로 합리적인 가격이어야 한다.

그럼 앞으로 어떻게 커질 것인가에 의문이 생긴다. 신선한 상태로, 혹은 김이 식기 전에 배달이 되려면, 신속 배달도 생명이겠지만, 생산 단가와 물류비· 운영비 등을 낮춰 장을 봐서 요리하는 것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제공해야 한다. 중국에서는 이런 서비스가 이미 실현되고 있다.

◇ '허세권'을 아시나요?…"결혼은 후이타이랑과 하고 집은 허취팡에 사라"

집을 구할 때 역과 가까우면 '역세권', 숲과 가까운 '숲세권', 스타벅스와 가깝다고 '스세권'이라는 말이 있다. 이들이 가까이 있으면 프리미엄이 붙어 집값이 올라간다.

허마셴셩 주문 시스템앱 주문 (사진=연합뉴스)

 

중국에는 허(盒)세권이라는 게 있다. '3km 이내에 허마셴셩(盒馬鮮生)이 있느냐'가 집을 고르는 중요한 기준이다. 허마셴성은 물류센터와 마트를 결합한 신유통 매장이자 온라인 플랫폼이다. '주문 뒤 30분 내 배송'으로 무섭게 성장하고 있다. 허마셴셩의 주된 이용 방법은 다음과 같다.

아침에 눈 뜨자마자 앱으로 아침 거리를 쇼핑한다. 신선한 채소와 생선, 과일 등 필요한 것들을 장바구니에 담고 주문 버튼을 누르면 앱에서 자동 결제된다. 샤워하고 나오면 현관에 배달돼 있다.

이용 방법은 두 가지다. 오프라인 매장과 스마트폰 앱을 통해서다. 앱을 통해 주문하고 배달받을 수 있지만, 매장에서 신선도를 직접 확인하고 계산을 하고 직접 가져가거나 집으로 배달받을 수도 있다. 가재 같은 식자재들은 구매 뒤 바로 조리를 해주기도 한다.

중국 베이징에서 주재원으로 있었던 A씨는 "허마셴셩은 적어도 하루에 한 번씩은 이용했다"면서 "특히 해산물 신선도가 최고"라고 말했다. 중국은 대륙이다 보니 해산물 가격이 비싼 편인데, 허마는 워낙 대량으로 유통하다 보니 다른 곳보다 저렴하게 신선한 수산물을 즐길 수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 중국인들 사이에서는 '결혼은 후이타이랑(만화 속의 이상형 남자 캐릭터)과 하고 집을 사려면 허취팡(허세권)에 사라(嫁人就嫁灰太狼,买房要买盒区房)'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중국 상하이 020 유통 채널 '허마셴셩'(사진=연합뉴스)

 

◇ 30분 배송, 가능한 이유…빅데이터·인공지능과 물류의 만남

30분 내 배달하기 위해선 항상 충분한 재고가 있어야 한다. 그러나 신선식품의 경우 보관 가능한 시간이 짧기 때문에 공산품처럼 재고를 쌓아둘 수도 없다. 보관뿐만 아니라 냉장 유통도 필수다.

허마셴셩을 운영하는 알리바바는 온라인-오프라인-모바일-빅데이터-인공지능(AI)을 결합한 유통 채널을 허마에 구현했다.

허마의 목표는 '재고의 제로화(Zero化)'다. 거대한 빅데이터 시스템을 구축했다. 계절, 날씨, 시간 지역 인구, 특성 트렌드에 따라 수요를 예측해 재고 물량을 관리한다.

상품과 공급망 정보는 모두 데이터화해 관리한다. 신선식품의 생산지, 가공일, 유통기한, 공급상과의 거래 데이터는 물론 물류 배송, 재무, 매장, 회원, 영업 유통망 등도 모든 절차를 데이터로 기록해 운영하는 것이다.

소비자가 앱을 통해 주문하면 매장에서는 10분 이내 출고 준비가 끝난다. 주문 즉시, 매장 내 직원이 장을 본 뒤 컨베이어 벨트에 장바구니를 걸어 배송 센터로 보낸다. 허마 매장 기준으로 3Km에 있는 집에는 30분 내로 배달해준다.

이렇게 회원, 상품, 공급망의 100% 디지털 관리를 통해 효율은 높이고 비용은 절감할 수 있다. 결국, 소비자 입장에서는 장을 보고 요리를 손질하는 시간과 수고를 덜면서도, 직접 해먹는 것보다 저렴하게 식사를 해결하는 셈이다.

(이미지=연합뉴스)

 

◇ 사람 대신 로봇이 요리, 드론·로봇배달…해 먹는 것보다 사 먹는 게 훨씬 저렴

이처럼 물류와 유통의 발달, 빅데이터·AI 등의 기술 고도화는 배달 시장의 모습을 완전히 뒤바꿀 전망이다. 언제, 누가, 어떤 음식을 원할지 정확한 수요 예측을 바탕으로 보다 효율적인 배달 음식 관리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드론이나 로봇 배달 등이 상용화되면 배달 비용은 더욱 저렴해질 가능성이 높다. 영국의 지역 음식점 배달 서비스인 저스트 이트(Just eat)는 로봇 스타트업인 스타십테크놀로지와 함께 자율주행 무인 배달 로봇을 개발했고 도미노피자 역시 뉴질랜드에서 무인 드론 피자 배달에 성공했다. 국내 배달 업체 1위 배달의 민족도 커피와 샌드위치를 배달하는 로봇을 시범운영 중이다.

요리하는데도 로봇과 AI가 활용될 수 있다. 이미 실리콘밸리의 ‘줌피자’에서는 로봇이 피자를 만들고 있고 몰리 로보틱스가 개발한 요리사 로봇은 셰프가 음식을 조리하는 모습을 분석 후 동작을 그대로 재현하는 방식으로 고급 음식까지 조리해 낼 수 있다. 국내 커피숍에도 로봇 바리스타가 속속 도입되고 있다.

홍익대 유현준 교수는 지난 21일 CBS 시사자키에 출연해 "물류 시스템을 지하 터널로 옮기고 자율주행 로봇이 배송하면 투자 대비 효과가 훨씬 클 것"이라고 내다봤다. 트럭이나 사람이 다니는 터널은 4m는 돼야 하지만 로봇만 다니면 1m 정도면 되고 건축비도 훨씬 아낄 수 있다는 설명이다.

예를 들어 오토바이 피자 한 판을 배달해서 먹을 때 1kg짜리 피자를 체중 60kg 사람이 100kg 오토바이를 타고 이동하면 161kg이 되지만 10kg 자율주행 로봇은11kg면 된다는 것이다. 유 교수는 "과거 지하철을 뚫었다면 지금은 지하 물류 터널을 뚫을 때가 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UBS 보고서에 따르면 가정에서의 한 끼 식사를 기준으로 음식을 배달해 먹는 데 들어가는 비용(약 2만7200원)과 집에서 직접 음식을 준비할 때(약 2만7600원) 이미 거의 비슷하다. 이때 집에서 직접 음식을 준비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은 음식의 원재료를 구매하는 비용뿐만 아니라 음식을 준비하는 데 들어가는 시간과 노동력 등도 함께 계산한 것이다.

만약 어디서나 배달가능한 공유 주방이 활성화된다면 음식을 배달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은 1만 9700원까지 떨어진다. 여기에 주방의 자동화와 드론 배달 등이 결합된다면 이 비용은 다시 1만 5500원대까지 내려간다.

결국 더 비싼 가격을 지불하고 집에서 요리를 해먹을 이유가 사라지는 것이다. 이런 경향이 커질수록 사람들은 집에서 직접 음식을 해먹기 위해 요리 기술을 익히지 않아도 된다. 요리할 필요도 없고 할 줄도 모르는 사람들이 늘어날수록 ‘음식 배달’은 일반 가정에서 더더욱 일상적인 선택이 될 것이다.

◇ 엄마가 해주던 집밥도 배달 '슈퍼 할매의 등장'…집밥 향수 충족·고용 창출까지

간편식과 배달음식 시장이 커질수록 허기가 지는 부분이 있다. 진짜 엄마가 해준, 할머니가 해주시던 집밥에 대한 그리움이다. 유명 레스토랑 음식처럼 특별한 누군가가 해주지 않아도, 꿀맛 보장 조리법이 없더라도, 이국적인 향신료가 없어도 되는 집밥. 간편식이나 배달 시장이 커갈수록 특별하지 않아도 먹으면 그저 속 편한 집밥에 대한 갈증은 해소되지 않을 것이다.

이런 욕구를 파고든 집밥 플랫폼이 있다. 중국의 '회이즈아츠판(回家饭吃)'은 주부들이 가정에서 요리하고 배달 가능한 거리에 가져다주는 서비스다. 물론 배송 대행도 가능하다.

앱을 켜면 위치 정보를 기반으로 내 근처에서 배달 가능한 주소가 나온다. 메뉴를 선택해 주문만 하면 된다. 볶음밥이나 마라탕 같은 메인 요리는 물론 밑반찬과 공깃밥까지 주문할 수 있다.

국내에서도 앱 기반은 아니지만 비슷한 형태가 이미 있다. 출산 뒤 같은 조리원에서 시간을 보낸 주부들은, 아기 이유식을 만들어 공유하기도 한다. 보통은 집 근처에서 조리원을 구하다 보니 사는 곳도 가깝고 아기도 함께 커가기 때문에 각자 한가지 이유식을 대량으로 만들어 서로 나누곤 한다.

업계에서는 집밥 플랫폼이 국내에서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일명 '슈퍼 할매' 서비스로, 몸이 아프거나 집밥이 그리울 때, 슈퍼 할매의 손맛을 빌리는 형태다. 업계 관계자는 "소비자에게는 집밥에 대한 향수를 충족해주고, 은퇴 뒤 무료해진 노인들에게는 일거리가 생기는 셈"이라면서 "슈퍼 할매가 아니더라도 요리를 취미로 하는 누구나 새로운 경제활동의 기회를 가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일러스트=연합뉴스)

 

◇ "요리는 단순히 먹기 위한 행위만은 아니야"…"주방, 사라지진 않아도 재편될 것"

하지만 이에 대한 반론도 만만치 않다. 요리가 단지 음식을 먹기 위한 행위만은 아니라는 얘기다. 요리를 통해 다른 사람들과 소통하는 '사회적 기능' 또한 무시할 수 없다.

따라서 집이라는 공간에서 주방이 완전히 사라지지 않더라도 적어도 일상적으로 요리를 해야 할 필요성이 줄어든 만큼 ‘최소한의 기능만을 갖춘 공간’으로 재편될 가능성이 높다. 주방은 조리 공간보다는 식음 공간이 될 것이고, 그릇을 보관하던 상부장 대신 파티를 즐기는 대형 아일랜드 식탁이 자리 잡을 전망이다.

밥 반 다크의 말대로 아무도 요리하지 않는 세상이 올지 오지 않올지는 지금으로선 예측하기 힘들다. 분명한 건 20년 뒤 식탁의 모습은 지금과는 사뭇 다를 것이란 점이다.

업계 관계자는 "모바일 기반의 소비자 일상, 물류와 IT 기술의 발달 속에서 소비자는 다양한 입맛을 충족시키고 공급자는 새로운 고용을 창출하는 비즈니스 모델이 나올 것이고, 이를 빨리 예측할수록 시장을 선점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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