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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밥코노미①]식탁의 변화, 간편식도 진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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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땡'조리에서 샐러드 구독까지…코로나19後 2주 단위로 간편식 변화
한국인 밥상 "지난 4년보다 코로나 이후 두 달 변화가 더 크다"
"제대로 먹자" 고품질 간편식 수요↑…"코로나19 종식되더라도 유지될 것"

(사진=연합뉴스)

 

NOCUTBIZ
코로나19가 입맛을 바꾸고 있다. 인파가 붐비는 '맛집'보다는 집에서 맛있는 걸 '제대로 먹자'는 추세다. '집밥이 최고'라지만 집에서 직접 한 밥만 집밥은 아니다. 배달음식부터 가정간편식(HMR)이 식탁을 채운다. MSG가 듬뿍 들어간 즉석식품과는 다르다. 간편하면서도 건강한 음식을 찾고, 확진도 무섭지만 '확찐자'도 막아야 한다. 분명한 것은, 집에서 먹는 횟수가 늘어날 것이고, 다른 지출을 줄이면서까지 고품질 먹거리에 지갑을 더 많이 열 것이란 점이다.

◇ 한국인 밥상 "지난 4년보다 코로나 이후 2개월 변화가 더 컸다"

100개의 식단 중 주 마련법이 대용식·간편식인 식단 비중의 증가 추이. (그래프=오픈서베이 장보기 트래커 제공)

 

모바일 리서치 기업 오픈서베이에 따르면 코로나19가 급격히 확산되던 2월 중순부터 한 달간 간편식 비중이 5%p 가까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전에도 간편식 시장이 성장하는 시기였지만, 간편식 비중이 증가하는 폭은 3%p정도로 그렇게 크지 않았다.

CJ제일제당이 지난 3월 전국 광역시 소비자 1천 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코로나19 이후 직접 조리나 간편식 제품을 활용한 내식(內食) 비중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3.5%포인트 늘어난 83%로 추산됐다. 코로나19가 급격히 확산되면서 개학이 연기되고 재택근무로 전환되던 때다. 테이크 아웃과 외식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3%포인트, 19.1%포인트 줄었다.

간편식을 전면에 내세운 식품 업체는 코로나19에도 웃었다. 수치로 확연히 드러난 건 편의점 '밀키트(Meal Kit)'다. GS25에 따르면 편의점용 밀키트 '심플리쿡' 1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무려 852% 증가했다.

신선식품 전문 업체 마켓컬리는 코로나19가 급격히 확산되던 지난 2월 매출이 전월보다 25% 증가했다. 3월에도 매출이 전월 대비 19% 증가해 지금까지 꾸준히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주문 건수도 늘었다. 2월 주문 건수는 전월 대비 25%, 3월엔 11% 각각 증가했다.

전세계 경제가 멈춘 가운데, 영업이익이 전년도보다 73%나 뛴 대기업도 있다.

청정원, 종갓집 브랜드로 유명한 종합식품기업 대상이다. 대상은 집밥을 겨냥한 온라인 전용 브랜드 '집으로ON' 활약에 힘입어 온라인 사업 매출이 전년동기 대비 50% 늘어난 300억 원을 기록했다.

CJ제일제당도 비비고 등의 간편식 열풍을 타고 1분기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각각 전년 대비 16.2%(5조 8309억 원), 50% (2759억 원) 늘었다. 매출을 이끈 식품 부분은 2조 2606억 원의 매출을 올려 전년 동기 대비 31.4% 늘었다.

(사진=연합뉴스)

 

◇ 코로나19 본격 확산 전, 즉석식품 위주, 냉동만두·빵·유제품↑

같은 간편식이지만, 자세히 보면 다르다. 눈여겨 봐야할 건 또 있다. 코로나19가 곧 끝날 것이라고 예상했을 때와 장기화 전망이 나온 뒤 메뉴 구성이 달라진 점이다.

코로나19 확산 초기에는 라면이나 '땡'하면 끝나는 전자레인지 조리용 간편식이 대세였다. '코로나19가 곧 끝나리라'는 생각에 간단히 한 끼를 해결하고자 했던 것이다.

CJ제일제당의 '2020 가정간편식 트렌드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1월 말 국내 식료품 및 가공식품 온라인 구매 비율은 39.3%였다. 집밥을 대체하면서도 장기적 보관이 가능한 즉석밥, 라면 등과 함께 국물 요리, 상품죽, 냉동만두 등의 간편식 구매가 늘어났다.

코로나19 위기 경보가 '심각' 단계로 격상한 2월 23일부터, 구매 품목이 변하기 시작했다. 식료품 등 온라인 구매 비율이 44.2%로 높아진 것은 물론, 점점 사라져가던 한식 메뉴가 다시 식탁에 오르기 시작했다.

오픈서베이 황희영 대표는 "식단 조사를 시작한 2016년 7월부터 한식 메뉴 취식률이 계속 감소해 왔는데, 코로나19로 집에서 식사를 해결하게 되면서 한식 메뉴 취식률이 크게 반등했다"고 말했다.

(사진=연합뉴스)

 

◇ "간편하지만 제대로 먹자"…국·찌개·여러 반 보단 맛·영양 '메인 요리' 하나

특히 3월 둘째 주 무렵, 코로나19 사태가 길어질 것으로 전망되면서 간편식 종류도 변했다. 집콕 기간이 언제 끝날지 모르자, 삼시 세끼를 간편하면서도 영양가 있는, '제대로 된 집밥'을 먹겠다는 욕구가 생긴 것이다.

국·탕·찌개 위주에서 구이·볶음 등 간단히 조리한 요리나 반찬이 식탁 위에 자주 올랐다. 또 파김치, 갓김치, 백김치 등 김치 종류도 다양해지고, 생야채, 계절 채소를 이용한 데침·무침류 섭취가 늘었다.

실제 식생활 변화를 살펴볼 수 있는 오픈서베이 메뉴 트래커에 따르면 국·탕·찌개 개수는 지난해 3월 26.11개에서 올해 3월에는 23.10개로 3.01개 줄었다. 반면 신선 채소 가짓수는 같은 기간 5.08개서 5.63개로 0.55개 늘었다.

과일류 가짓수도 11.26개서 12.75개로 1.49개로 소폭 증가했다. 고기를 굽는 방식도 바뀌었다. 숯불 대신 프라이팬이나 에어프라이어로 소고기나 삼겹살을 구워 먹었다.

지난 2월 둘째 주에 전월 대비 증가한 한식 요리 반찬 메뉴 상위 5개 가운데 돼지고기구이와 삼겹살 구이가 각각 4, 5위를 차지했다.

정리하면, 국이나 찌개, 여러 개의 반찬을 올리기 보단, '메인 요리' 하나로 간단하게 집밥을 해 먹기 시작한 것이다. 황희영 대표는 "이러한 집밥은 고기만 구우면 다른 건 요리할 필요가 없어 1인 가구나 맞벌이 가정에서 즐겼는데, 코로나19로 전반적으로 확대되고 있다"고 말했다.

식료품 온라인쇼핑. (사진=연합뉴스)

 

◇ 신선한 과일·채소·수산물 산지 직송↑ '확찐자 방지' 다이어트 식품, 샐러드 구독

CJ제일제당은 이런 트렌드에 맞춰 단백질과 야채와 관련된 수산물 가정간편식이나 밀키트 등의 제품 소비가 늘어날 것으로 내다본다. 실제, 과일이나 채소는 신선한 상태 그대로 받을 수 있는 '산지 직송' 이용률이 크게 늘었다.

네이버에 따르면 지난 3월에만 네이버 산지직송'으로 연 매출 1억원 이상(작년 기준)을 달성한 생산자는 160명에 달한다. 2월 중순부터 약 한 달간 네이버 산지 직송의 일평균 거래액은 전달보다 60% 이상 증가했다. 카카오의 카카오톡 스토어와 카카오톡 채널을 통한 농수산물 직거래 역시 전월 대비 40~50%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신선도가 생명인 해산물 배송에 대한 인식도 변하고 있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에 따르면 코로나19 발생 직후 대형 소매점의 주간 매출액은 5% 감소한 반면, 온라인 매출액이 30% 증가했다.

최근 다양한 온라인 수산물 플랫폼이 생겨나고 소비자들도 수산물 배송에 대한 거부감이 없어지면서 온라인 판매가 늘어나는 추세다. 해수와 산소 포장법으로 신선도를 유지하는 '삼삼해물' 당일 아침 손질한 수산물을 저녁 7시까지 배송하는 '오늘회', 수산물 시세 정보와 배송 연계 서비스도 제공하는 '인어교주해적단' 등이 대표적이다.

다이어트에 대한 관심도 급증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자, 식사량은 그대로인데 집에만 있으니 활동량이 줄어 소화가 잘 안 되거나, 단기간에 살이 찌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에 식음료업계에서는 장운동 활성화에 도움을 주는 유산균이나 소화 기능을 향상하는 매실 등을 사용한 건강 음료를 잇달아 선보이고 있다. 가볍게 한 끼를 먹거나, 홈
트를 하며 단백질, 칼슘 등도 손쉽게 섭취할 수 있는 제품도 인기를 끌고 있다.

샐러드 새벽배송 구독 서비스도 늘고 있다. 현대그린푸드는 맞춤형 건강 식단 브랜드 '그리팅'을 지난 3월 론칭했다. 당을 낮춘 '저당식단', 샐러드 위주로 구성된 '라이트식단' 등 정기 구독 서비스와 80여 종의 건강식 메뉴를 판매한다.

SPC그룹도 뛰어들었다. 자사 브랜드 피그인더가든 샐러드 구독권은 2주 기한의 구독권 구매 시 비프 머쉬룸 라이스, 오리엔탈 침치포케, 크리스피 치킨 등 건강 샐러드식을 제공한다.

황 대표는 "코로나19로 웰빙, 즉 건강식 트렌드와 맞물려 기존 레토르트형 간편식보다 품질과 신선도를 높인 밀키트를 찾는 소비자도 늘어날 것이고 이는 코로나19가 종식되더라도 유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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