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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칼에 찢긴 5·18 주검 앞 청년의 일기…"하나님 심판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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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 40주년 CBS 특집 7부작 '그 해 봄'
민주화운동에 헌신한 기독교史 재조명

옛 전남도청 앞 십자가(사진=CBS 제공)

 

"도청 앞 분수대 위의 시체 관 32구, 남녀노소 불문 무차별 사격을 한 그네들, 아니 그들에게 무자비하고 잔악한 명령을 내린 장본인, 역사의 심판을, 하나님의 심판을 받으리라" - 고 문용동 전도사 1980년 5월 21일자 일기 중에서

전남도청 지하 무기고에서 폭발물을 지키다가 1980년 5월 27일 아침 계엄군의 총격에 사망한 고 문용동 전도사(당시 호남신학교 재학). 평소 민주화운동에 참여한 적도 없는 이 청년 전도사는 그해 5월 계엄군의 폭력 진압을 직접 목격하고 시위에 참여했다.

그는 5·18민주화운동 당시 화순 탄광 등에서 가져온 TNT를 지켰는데, 시민군의 최후 보루였던 TNT를 해체한 장본인 격이기에 진압 직후부터 한참 동안 '프락치'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그런 그는 지난 2016년 예장 통합 교단으로부터 '순직자'로 정식 인정되기에 이른다.

CBS(사장 한용길)가 올해 5·18민주화운동 40주년을 맞아 기독교인들의 회고를 통해 5·18이 지닌 의미를 되짚어보는 특집 '그 해 봄'(연출 반태경 PD)을 내놨다. 위에서 소개한 고 문용동 전도사의 일화도 그 일부다.

제작진은 "5·18을 연구해 온 역사학자, 당시 민주화운동 지도부 목소리뿐 아니라, 시민군에게 주먹밥을 나눠 주던 시장 상인과 교회 성도들, 본인 차로 부상자들을 실어 나르던 택시기사 등 5·18을 기억하는 다양한 사람들을 섭외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유신시대부터 지역 민주화운동에 주도적인 역할을 한 기독교가 5·18 과정에서도 적지 않은 역할을 한 것은 모든 이들이 인정하는 사실"이라며 "열흘간의 5·18 전개 과정에서 당시 많은 기독교 지도자들이 수습위원회에 참여했고, 광주 모든 시민처럼 지역 교회 역시 시위대·시민군을 위해 자발적으로 도움의 손길을 내밀기도 했다"고 부연했다.

◇ "나는 살아 남아"…마음의 빚 지닌 채 살아 온 사람들

사진=CBS 제공

 

7부작 릴레이 인터뷰로 꾸며진 '그 해 봄'은 지난달 초부터 CBS TV에서 방송 중이다. 현재 6회까지 방송됐는데 그 면면은 다음과 같다.

△1회 "빚진 자의 마음으로"…5.18 기념 재단 이사장 이철우 목사 △2회 "예수의 사랑으로 부상자를 돌보다"…5·18 당시 광주기독병원 간호사 김복순·박경희 사모 △3회 "빚진 자의 심정으로 광주의 실상을 알리다"…5·18 당시 '투사회보' 제작, '죽음을 넘어 시대의 어둠을 넘어' 공동 저자 전용호 작가 △4회 "무기고의 의인(義人)"…故 문용동 전도사[호남신대 동기 윤상현 목사·호남신대 최상도 교수] △5회 "병든 역사를 위해 십자가를 진 신학생"…한신대 고 류동운 열사[동생 류동인] △6회 "동포여! 우리는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가"…감리교청년회 고 김의기 열사[누나 김주숙 사모(부산 샘터감리교회 박철 목사 아내)].

이들 릴레이 인터뷰는 5·18 당시 살아 남았다는 마음의 빚을 지닌 채 살아 온 사람들의 회고, 광주기독병원에서 부상자들을 치료하던 이들의 생생한 증언, 그리고 5·18과 그 이후에 사랑하는 가족을 잃은 비극을 다뤘다.

특히 역사작가 심용환, 육순종 한국기독교장로회 총회장 등이 참여하는 7회 '5·18의 기독교적 의미' 편은 5·18 당일인 18일(월) 오전 10시 40분 방송돼 대미를 장식할 예정이다. 이들 릴레이 인터뷰를 다큐멘터리로 재구성한 '토크멘터리 그 해 봄'은 16일(토) 오후 2시 30분과 18일 정오에 전파를 탄다.

이 프로그램을 연출한 CBS 반태경 PD는 "5·18민주화운동과 기독교의 관계를 간단하게나마 다룬 이 프로젝트가 안타까운 현대사를 인정하지 않으려는 일부 개신교계에 작은 공명을 주길 기도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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