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온 변화에 따른 가바신호전달 변화.(사진 = UNIST 제공)
국내 한 대학 연구진이 잠과 기온의 연관성을 설명한 연구를 발표해 눈길을 끈다.
유니스트(UNIST, 울산과학기술원, 총장 이용훈) 생명과학부 임정훈 교수팀은 초파리 모델을 활용해 '기온에 따라 수면 패턴이 변하는 원리'를 규명하는데 성공했다고 21일 밝혔다.
억제성 신경전달물질인 '가바(GABA, Gamma-Amino Butyric Acid)'를 사용해 신호를 주고 받는 수면조절 신경세포들 간의 연접 부위가 기온이 높아지면 사라져 수면 패턴이 달라진다는 거다.
가바는 신경신호를 전달하는 물질 중 하나로 억제성 신경전달 물질이다.
무더운 여름철이 되면 사람들은 낮 동안 나른하고 밤에는 잠을 못 이루는 열대야 수면 패턴을 보인다.
연구팀은 이 현상의 신경생리학적 원리를 찾고자 형질전환 초파리를 시험대상으로 삼았다.
실험에 사용한 초파리는 '셰이커(Shaker) 유전자'에 돌연변이가 발생한 종류다.
이 유전자가 만드는 단백질은 뇌 속에서 칼륨 이온(K⁺)이 지나는 통로를 만든다. 만약 이 단백질이 결핍되면 신경세포를 과도하게 활성화해 수면을 억제한다.
때문에 다른 초파리에 비해 적게 자게 되는 건데, 같은 종류의 초파리라도 무더운 환경에서 배양하자 수면 억제 현상이 나타나지 않았다.
UNIST 생명과학부 임정훈 교수.(사진 = UNIST 제공)
임 교수팀은 이 현상이 '수면촉진 신경세포다발(dFSB; dorsal Fan-Shaped Body neuron)'과 억제성 신경전달물질인 가바 사이의 연결고리가 사라졌다고 밝혔다.
셰이커 유전자 돌연변이는 가바 신호전달 과정을 과도하게 활성화해 수면을 억제한다.
기온이 높아지면 가바를 생산하는 신경세포와 수면촉진 신경세포 사이의 연접 부위 즉, 시냅스가 사라진다.
가바를 전달해서 수면을 억제하기 어려워지므로 더 잘 자게 되는 것이다.
또 살아있는 초파리 뇌의 칼슘 이온(Ca²⁺) 이미징 기법을 이용해 수면촉진 신경세포를 조절하는 신호가 기온 변화에 따라 달라진다는 사실도 규명했다.
낮은 기온(21℃)에서 가바가, 높은 기온(29℃)에서는 또 다른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dopamine)이 수면촉진 신경세포의 활성을 제어하는 게 관찰된 거다.
연구에 참여한 김지형 유니스트 생명과학과 박사과정 연구원은 "가바 신호전달 시냅스가 사라지는 높은 온도에서는 수면촉진 신경세포다발의 도파민 반응성이 활발해진다"고 말했다.
이어 "이 현상은 기온 변화에 따른 가바 신호전달체계의 가소성이 또 다른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의 작용에도 관여한다는 걸 보여주는 매우 중요한 발견"이라고 했다.
임 교수는 "이번 연구는 춘곤증이나 여름철 열대야 현상으로 인한 수면패턴의 변화를 이해하고 이로 인한 수면장애를 해소할 실마리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커뮤니케이션스 바이올로지(Communications Biology)'에
지난 15일자로 공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