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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끝작렬]총선 민심, '심판자' 자격을 박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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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당 '정권 심판' 내세우며 승부수 띄웠지만 혹독한 참패
여당에 단독 180석 몰아줘...야당 '발목잡기' 불가능한 의석
통합, 탄핵 이후 변화없는 모습...민심은 견제역할도 박탈
보수 변하지 않으면 '여당 독주'에 길닦아 주는 꼴

제21대 국회의원 선거일인 15일 오후 서울 송파구 신천중학교에 마련된 투표소에 유권자들이 줄을 길게 서 있다. (사진=연합뉴스)

 

4.15총선은 33년 만의 진기록이 됐다. 87년 민주화 체제 이후 180석의 거대 여당이 처음 나왔다. 이는 진영을 떠나서 매우 드문 일이다.

특히 그동안 정치를 주도해온 보수정당이 이렇게 풀썩 주저 앉은 모습은 놀랍기까지 하다.

17대 때 지금 더불어민주당이 계보를 잇고 있는 열린우리당이 과반을 차지하고, 지난 총선에서 민주당이 한석 차이로 제1당이 된 것을 빼고는 우리 총선의 역사는 대부분 미래통합당 계열의 보수정당이 압도적인 1위나 과반 의석 등을 차지해 온 보수의 독무대였다.

이번 총선 결과를 보고 "여당이 너무 이긴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다. 이를 예상한 사람이 거의 없다.

그마나 공개적으로 예견한 사람은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거의 유일하다. 그마저도 말도 안되는 '입방정을 떤다'는 비판을 더 많이 들었다.

총선 결과를 놓고 여러 해석이 나온다.

정치 주류가 보수에서 진보로 바뀌었다는 분석부터 통합당이 흐름을 반전시킬 선거 전략을 내놓지 못했다는 의견도 있다.

미래통합당 황교안 총괄선대위원장이 15일 오후 국회도서관 선거상황실에서 총선 결과 관련, 당대표직 사퇴를 밝힌 뒤 상황실을 떠나고 있다. (사진=황진환 기자)

 

통합당 공천과정에서 불거진 사천(私薦), '돌려막기' 논란과 차명진 후보 등의 막말 악재가 결정적이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해외에서도 코로나19에 대한 정부·여당의 대응 능력을 놓고 찬사를 보내면서 판세가 여당에게 크게 유리하게 작용했다는 외신의 진단도 있다.

국민 생명·안전과 직결된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다른 선진국보다 신속·정확한 판단과 실천으로 세계적인 모범이 됐다는 점은 정부·여당을 둘러싼 여러 논란을 단번에 덮어버렸기 때문이다.

이를 감안하면 여당이 '질래야 질 수 없는 선거'였다고도 볼수 있다. 그럼 이런 이유가 180석이라는 '공룡 여당'이 탄생하게 된 이유로 충분한 것일까.

선거는 '덜 잘못하는 쪽'이 승리하는 상대성의 게임이다.

따라서 정부·여당이 코로나19 대응을 잘했다고 하더라도 야당이 그에 못지 않게 뭔가를 보여줬다면 이런 일방적인 결과는 나오지 않는다.

반대로 통합당의 잘못보다 여권의 실정이 더 부각됐어도 상황은 조금은 달라졌을 것이다.

그렇다면 통합당이 '못해도 너무 못했다'는 게 민심의 판단으로 보는 게 더 정확하다.

17일 오후 대구시 중구 계명대학교 대구동산병원에서 한 의료진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환자들이 입원한 병동으로 근무를 들어가며 동료들에게 'OK' 사인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통합당은 선거 전부터 '정권 심판론'을 정면에 내걸고 승부수를 띄웠다.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은 유세 내내 "못살겠다. 갈아보자"를 외쳤다. 조국 전 법무장관 사태를 약점으로 보고 '공정'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전략은 제대로 먹히지 않았다. 이유는 간단하다. 민심은 여권의 잘못도 날카롭게 지켜보지만, 비판자로서의 야당의 자격도 엄격히 따진다.

정부·여당을 견제하려면 야당도 최소한의 자질은 갖춰야 한다는 게 유권자들의 집단지성이 내놓은 메시지다.

여전히 산업화 시대의 향수에 젖어 시장 지상주의와 해묵은 색깔론을 반복하는 세력에게는 심판자의 위치를 허락하지 않는다.

탄핵 이후 한 움큼의 반성도 없이 정부.여당의 허물을 찾기에만 골몰하는 통합당의 모습은 사안마다 '내로남불'의 함정에서 허우적거리게 만들었다.

코로나19의 방역 실패를 주장하면 할수록 박근혜 정부의 메르스 사태의 '추억'이 소환됐고, 소상공인을 앞세워 정부의 소득주도 성장의 폐해를 주장해도 친재벌 중심의 과거 정책이 오버랩됐다. 야당의 비판은 진정성 없는 공허한 메아리로 들릴 수밖에 없었다.

지난 3년 간의 통합당 행적이 켜켜이 민심의 바다에 쌓였다가 이번 총선에서 '응징'의 형태로 분출한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가 15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 마련된 제21대 국회의원선거 종합상황판에 당선 스티커를 붙이고 있다. 왼쪽부터 더불어시민당 이종걸 선거대책위원장,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 이해찬 대표, 더불어시민당 우희종 공동상임선대위원장. (사진=윤창원 기자)

 

민심은 야당이 할수 있는 최소한의 견제 역할마저 빼앗았다. 이는 여당이 얻은 180석이라는 상징적인 의석을 보면 자명해진다. 180석은 기존의 패스트트랙을 주도했던 '4+1체제'가 가졌던 의석수다. 개헌만 빼고 예산안, 일반 법안, 국무위원 임명동의안 등 마음만 먹으면 뭐든지 할수 있는 것이다.

민심은 '야당이 더이상 발목을 잡는 행태를 할수 없게 힘을 실어달라'는 여당의 요구에 정확하게 응답해준 셈이다.

이젠 통합당은 뭘 해야 할까. 그야말로 뼈를 깎는 쇄신과 환골탈태로 견제자로서 재신임을 받는 일이 우선이다. 여기에서도 실패하면 스스로 민주당 독주의 길을 열어 주는 꼴 된다. 통합당이 말하는 이른바 '좌파 독재'가 실현된다면 통합당이 일등공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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