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연합뉴스)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등장한 서울시의 재난긴급생활비 지원제도가 형평성 논란에 빠졌다. 실업급여나 구직급여 등 공적 지원을 단 하나라도 받으면 신청 자체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특히 실업급여의 경우 코로나19 여파로 직장을 잃은 사람이 받는 경우도 있어, 정작 지원이 필요한 시민에게 정부 정책 지원이 돌아가지 못한다는 반발이 나온다.
19일 서울시에 따르면, 서울시는 지난달 30일부터 '재난긴급생활비' 지원 신청을 받고 있다. 코로나19로 생활이 어려워진 시민들에게 생활안전급여를 지원해 복지 사각지대를 개선하고, 지역 내 경제를 활성화하려는 목적이다.
지원금은 최대 50만원으로 가구 구성원 수에 따라 1~2인 30만원, 3~4인 40만원, 5인 이상은 50만원 등이다. 자산 조사 없이 소득 기준으로만 따져 중위소득 100% 이하면 생활비를 지급한다. 신청자는 지난 16일 기준으로 이미 60만명을 넘어섰다.
문제는 서울시가 재난지원금 지급 기준에 '실업급여 수급자는 제외한다'고 명시한 점이다.
서울시는 재난지원금 관련 공고에서 △코로나19 관련 정부지원 혜택 가구 △실업급여(구직급여) 수급자 △국가 및 서울형긴급복지 수급자 △청년수당 수급자 등은 지원 대상에서 제외된다고 밝혔다.
발언하는 박원순 서울시장(사진=연합뉴스)
이런 지침 때문에 코로나19 등 최근 경제 상황 악화로 실직한 시민들 중 실업급여를 받아 서울시 재난지원금을 신청하지 못한 사례가 다수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실업급여뿐 아니라 아이돌봄 쿠폰 등 어떤 형태로든 공적 지원을 받고 있는 가구는 재난지원금 신청을 할 수 없었다.
서울에 사는 50대 여성 김모씨는 올해 초 계약 기간 만료로 다니던 직장을 그만뒀다. 김씨는 CBS와의 통화에서 "서울시에 지원금 신청을 하려고 알아보니 수급 대상 자체가 아니었다"면서 "실업급여는 회사를 다니면서 내가 낸 고용보험금에서 나오는 것으로 안다. 서울시 지원금과 재원도 다르고 취지도 다른데 무조건 신청을 못하게 한 것은 잘못됐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서울시 응답소 홈페이지에는 김씨 같이 공적지원을 받았다는 이유 만으로 수급 대상에서 제외된 사례자들의 호소글이 다수 올라와 있었다. 한 시민은 "코로나19 여파로 다니던 직장이 문을 닫아 실직했다"며 "재취업한 옛 동료는 생활비 지원을 받고, 취직을 못한 나는 신청도 못하는 것이 억울하다"고 호소했다.
다른 시민은 "남편이 15년간 다닌 직장에서 경영난을 이유로 권고사직됐다"며 "고등학생 자녀 두명 등 4인 가족이 실업급여로 간간히 살아가고 있다. 실업급여 때문에 재난긴급생활비를 못 받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밝혔다.
아울러 보건복지부에서 만 7세 미만 아이 양육에 지원하는 '아이돌봄 쿠폰'을 받았다는 이유로 수급 대상에서 제외됐다는 사연이 있었다. 이 시민은 기존에 받던 지원과 서울시 재난긴급생활비 중 금액이 큰 쪽을 선택할 수라도 있게 해달라고 건의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서울시 관계자는 "서울시 재난긴급생활비 지원제도 규모나 대상을 선정하는 데 어려움이 많았다"며 "논의 끝에 정부로부터 공적지원을 받는지를 우선적으로 판단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서울시와 달리 아예 수급 기준 없이 모두에게 지원금을 지급하는 지자체도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경기도다. 경기도는 모든 도민에게 1인당 10만원씩 재난기본소득을 지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