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임 사태 관련 뇌물 혐의 등을 받는 김 모 전 청와대 행정관이 18일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서울남부지법으로 들어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1조 6천억원이 넘는 손실이 발생한 라임펀드 사태와 관련해 금융감독원의 검사계획 전반을 라임자산운용 관계자에게 넘긴 청와대 전 행정관이 18일 구속됐다.
21대 총선을 앞두고 라임사태가 정치공세의 도구로 이용되며 잠시 주춤했던 검찰 수사가 이제부터 본궤도에 오를 것으로 보여 라임사태의 전모가 밝혀질지 주목된다.
서울남부지법 이승원 판사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과 공무상 비밀누설 등 혐의를 받는 김모 전 행정관에 대해 구속영장을 발부했다고 이날 밝혔다.
검찰은 "청와대 행정관으로 근무하면서 상장기업 S사의 실사주 김모씨로부터 직무상 정보와 편의 제공 등 대가로 4900만원 상당의 뇌물을 받고, 김씨에게 금감원의 라임자산운용 검사 관련 내부 정보를 누설한 혐의"라고 영장 청구 배경을 밝혔다.
금감원 출신 김 전 행정관은 지난해 2월부터 약 1년 동안 청와대 경제수석실에 파견돼 근무하면서 라임 관련 금감원 내부 검사계획 등을 빼돌린 혐의를 받고 있다.
그리고 이런 내부 정보를 건네받은 실사주는 김 전 행정관의 동향 친구로 라임자산운용의 배후 '돈줄'로 지목되고 있는 김봉현(46)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이다.
검찰은 이밖에도 라임자산운용 펀드 자금이 투입된 상장사의 주가를 조작해 수십억원을 챙긴 이모씨 등 일당 4명을 지난 14일 구속기소했다.
또, 지난 13일에는 라임사태의 몸통으로 지목받고 있는 이종필 전 라임 부사장과 김봉현 회장 등 주범들의 도주를 도운 운전기사 2명을 재판에 넘겼다.
앞서 지난 10일에는 라임 펀드 부실을 숨기고 투자자들에게 펀드 상품 수백억원을 판매한 신한금융투자 임모 전 본부장을 사기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했다.
이번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서울남부지검은 지난달 말까지 타지검으로부터 6명의 검사를 파견받아 모두 11명의 검사로 이뤄진 수사팀 구성을 마쳤다.
그러나 지난달 초부터 김 전 행정관의 이름이 오르내리면서 라임사태 수사가 총선을 앞두고 정치공세의 도구로 전락하기도 했다.
실제로 미래통합당은 지난달 22일 라임사태와 관련해 '친문라임게이트 조사특별위원회'를 구성해 검찰출신 위원들을 대거 배치하는 등 공세수위를 높여왔다.
미래통합당은 당시 "2조원 사기 라임 사태를 '친문 권력형 게이트'로 규정하고 조사특위를 구성했다"면서 "천문학적 돈이 친문 인사에 대한 로비자금으로 쓰였다는 보도와 정황이 사실이라면 이는 정권 비리"라고 주장했다.
가뜩이나 조국 전 법무부장관 일가 수사부터 시작해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 사건과 유재수 전 부산 부시장 감찰 무마 의혹 사건 등으로 청와대와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검찰 입장에서는 총선을 앞두고 진행되고 있는 라임사태 수사도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이번 총선에서 라임사태를 정치공세 도구로 적극 활용했던 미래통합당이 참패하며 '친문 권력형 게이트'라는 정치적 구호가 다시 등장할 가능성이 크게 낮아진 상황이다.
여기다 라임사태에 '청와대'가 등장한 원인이됐던 김 전 행정관이 금감원 소속으로 1년간 청와대에 파견된 실무 연락관 정도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정권실세와 관련된 권력형 게이트라는 주장이 힘을 잃게 됐다.
이에따라 검찰 역시 라임사태 수사와 관련된 정치적 부담을 크게 덜게 됐다는 점에서 관련 수사가 보다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이종필 전 부사장과 김봉현 회장 등 라임사태의 몸통으로 지목받고 있는 핵심 피의자들이 도주 중이라는 점은 검찰 수사에 큰 걸림돌이 될 수밖에 없다.
금융당국 한 관계자는 "현재 검찰수사가 진행되고 있지만 라임펀드를 실제로 움직였던 핵심들이 도주중이라 실체 파악에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며 "이들의 신변확보 없이 서류상으로나 주변인 진술을 통해 자금흐름을 추적하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