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대전시청 1층에 마련된 사전투표소 앞에서 선관위 관계자가 발열 체크를 하고 있다.(사진=자료사진)
지난 10~11일 실시된 대전의 4·15 총선 사전투표율은 26.93%. 지난 20대 총선 때 12.9%를 훌쩍 넘어섰다. 이 사전투표가 대전 최대 격전지인 원도심 3개 선거구의 승패를 갈라놓았다.
◇사전투표 '민주당'···15일 투표는 '통합당'사전투표와 지난 15일 투표에 각각 담긴 대전 동·중·대덕구의 표심은 극명하게 엇갈렸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공개한 개표결과를 보면 지난 15일 당일 투표한 대전 동구 주민들의 표심은 미래통합당 이장우 후보의 압도적인 승리였다. 동구 16개 행정동 가운데 효동을 뺀 15곳에서 이 후보가 이겼다.
더불어민주당 장철민 후보는 효동 1곳에서 123표 차이로 이긴 것이 전부였다. 본 투표의 결과를 뒤집어 놓은 것은 사전투표였다.
지난 11~12일 실시된 동구 주민들의 사전투표 개표 결과 장 후보는 16곳 가운데 15곳에서 이겼다. 통합당 이 후보는 관내 사전투표에서 대청동 1곳에서만 76표 차이로 이겼을 뿐이다.
중구와 대덕구도 사전투표는 '민주당', 본 투표는 '통합당'으로 갈렸다.
중구에서 당선된 민주당 황운하 후보는 지난 15일 당일만 보면 17개 행정동에서 이긴 곳은 목동과 태평1동 등 2곳이다. 나머지 15곳은 통합당 이은권 후보가 표를 더 얻었다.
하지만 앞서 실시된 중구 주민들의 사전투표 표심은 황 후보였다. 16곳에서 황 후보가 이겼고, 이 후보는 대사동 1곳에서 42표 차 승리를 거뒀을 뿐이다.
대덕구의 본 투표 결과 역시 12개 행정동 가운데 10곳이 통합당 정용기 후보 '승리'였으며, 민주당 박영순 후보는 송촌동과 목상동 등 2곳에서만 이겼다. 사전투표에서는 상황이 바뀌어 11곳은 민주당, 통합당은 1곳에서만 승리했다.
◇관외사전투표···승패를 갈라놓았다개표당일 방송3사 출구조사에서 대전 동·중·대덕구에 대한 예측은 모두 통합당 후보의 근소한 승리였다. 이 예측을 바꿔놓은 것은 관외사전투표함이었다. 관외사전투표는 자신의 선거구가 아닌 곳에서 사전투표를 하는 것. 투표지를 회송용 봉투에 넣어 전달되다보니 개표 마지막에 열게 된다.
중구 민주당 황운하 후보와 통합당 이은권 후보의 최종 개표 결과 표 차이는 2천808표. 황 후보에 막판 힘을 몰아준 것은 관외사전투표함이었다. 황 후보는 관외사전투표에서 이 후보보다 3천205표를 더 얻었다.
중구 주민들이 미리 투표한 관내사전투표까지 합치면 황 후보는 관외·관내 사전투표에서 이 후보를 8천433표나 앞섰다.
동구와 대덕구에서도 민주당 후보가 당선되는 데는 사전투표의 힘이 컸다.
동구에서 민주당과 통합당 후보의 표 차이는 4천151표. 관외사전투표에서 민주당 장철민 후보가 3천132표를 더 얻었고, 관내사전투표를 더하면 사전투표에서만 8천453표를 더 확보했다.
3천35표 차이로 당락이 갈린 대덕구에서도 민주당 박영순 후보가 관외사전투표에서 1천976표 차이로 이겼다. 관내사전투표를 포함하면 5천997표로 벌어졌다.
목원대 권선필 교수는 "사전투표가 이번 선거결과에 큰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권 교수는 "선거를 앞두고 시민들이 정치에 대한 불만을 많이 갖고 있었는데, 이런 정치판을 빨리 정리하고 싶은 욕구가 반영돼 사전투표율이 올라갔고, 그 욕구에는 국정안정에 힘을 실어주기 위해 민주당을 선택한 것으로 보여진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