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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랑 18세들 '원픽'은…4·15 표심 '탐구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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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성·소통·소수자 존중·깨끗한 과거 이력에는 '합격점'
말뿐인 공약·극단적 진영논리·차별·혐오·부패는 '낙제점'
청소년 유권자들 "우리나 청년 위한 공약들 절대 부족"
선거법은 바뀌었는데 좀처럼 못 따라오는 정치권
전문가 "기존 정당들 청소년 참정권 무관심…패러다임 바꿔야"

1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운효자동사전투표소 앞에서 열린 '보다 완전한 청소년 참정권 보장을 요구하는 청소년 단체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참정권 연령제한을 규탄하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올해 대학에 입학한 김효상(18)군은 첫 투표를 앞두고 기대가 크다. 공직선거법 개정으로 투표 연령이 만 18세로 내려가면서 이번 국회의원 선거에서 투표할 수 있게 됐다. 효상 군은 "앉아서 구경하는 데서 벗어나 직접 내 손으로 투표에 참여하게 되어 기쁘다"는 소감을 밝혔다.

학교 밖 청소년이던 조민정(18)양도 "더불어 사는 세상을 위해 투표 할 것"이라며 첫 투표에 대한 포부를 내비쳤다. 성소수자, 청소년, 장애인, 이주민 등 소수자에 관심이 많은 민정 양은 "사회적 소수자의 목소리에 힘을 더해주는 후보에 투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번 21대 총선에 새로 편입된 만 18세 유권자는 약 54만 명이다. 만 19세 유권자까지 합치면 10대 유권자는 114만 명에 이른다. 전체 유권자의 2.6%에 불과하지만 선거에서는 적은 표 차이로도 당락이 갈리는 만큼 이들의 표심을 무시할 수는 없다.

그렇다면 만 18세 유권자들은 어떤 기준으로 국회의원 후보에게 소중한 한 표를 던질까?

CBS노컷뉴스에서는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아동복지연구소'의 청소년 유권자 설문조사를 토대로 이들이 바라는 국회의원을 살펴봤다. 설문은 지난달 11~18일 (주)마이크로밀엠브레인에 의해 만 16~21세 500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동시에 CBS 노컷뉴스는 만 18세 유권자 18명 대상으로 서면 인터뷰를 진행해 이번 총선에 대한 다양한 생각을 물어봤다.

청소년 유권자 설문조사에 따르면 18세 유권자들은 전문성보다는 후보자의 성품을 국회의원의 가장 중요한 자질로 뽑았다. 신뢰성(92.80점·100점 기준)이 가장 높은 표를 받았고 정직성(91.80점), 도덕성(90.20점)이 뒤를 이었다. 반면 지도력(83.90점)과 국정운영경험(72.60점)은 평균(84.1점)에 미치지 못했다.

노컷뉴스와 인터뷰한 응답자들도 어떤 국회의원을 뽑고 싶냐는 물음에 '진정성' 있는 후보라고 입을 모았다. 갈예은(18)양은 "말로만 공약을 내세우는 가식적인 사람이 아니라 진정성 있는 사람이 좋다"고 답변했다.

소통을 중요한 덕목으로 생각하는 응답자도 있었다. 이승준(18)군은 "시민과 소통을 활발히 해 우리의 말을 정확히 대변해 주는 정치인이 좋다"고 설명했다. 김현주(18)양도 "국민의 목소리를 경청하는 데서 그치는 게 아니라 이를 현실로 이뤄내는 사람이 좋다"고 말했다.

그 외에도 "과거가 깨끗한 후보가 좋다", "혐오 표현을 하지 않는 후보가 좋다" 등 선호하는 국회의원의 자질에 대한 의견이 나왔다.

제21대 국회의원선거 사전투표일인 10일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청에 마련된 사전투표소에서 유권자들이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고 있다. (사진=박종민 기자/자료사진)

 

반대로 18세 유권자가 투표하고 싶지 않은 후보자의 유형은 무엇일까?

총선을 앞두고 공약집을 유심히 봤다는 김선강(18)군은 "말 뿐인 공약을 내놓는 후보를 뽑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불가능해 보이는 공약을 내세우는 후보가 있다. 말뿐인 공약 말고 실현 가능한 공약을 내놓았으면 좋겠다"고 부연했다.

김재원(18)양도 "'내로남불' 같은 그저 말 뿐인 후보는 뽑기 싫다"고 선을 그었다.

극단적인 진영 논리만 내세우는 후보가 싫다는 답변도 있었다. 현주 양은 "정치색이 너무 극단에 있는 사람은 거부감이 든다. 합리적이면서 국민의 목소리를 잘 들어주는 사람이 좋다"고 강조했다. 재원 양도 "진영 논리에 너무 사로잡혀 있는 후보는 거부감이 든다"며 "그저 나라를 위해 노력하는 사람을 뽑고 싶다"고 말했다.

그 외에도 "차별, 혐오로 이루어진 정치인은 뽑고 싶지 않다", "돈만 밝히는 정치인은 뽑고 싶지 않다" 등 다양한 의견이 있었다.

선거 연령이 한 살 내려가면서 10대 유권자들의 정치 참여 기회는 확대됐지만 정작 이들 세대를 대변하는 공약은 전무한 실정이다. 응답자들은 공통적으로 "청년·청소년을 위한 공약이 턱없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한도훈(18)군은 "우리 지역구에 해당하는 모든 후보들의 공약집을 봤는데 청소년을 위하는 정책은 단 하나도 없었고 청년층을 위한 공약도 몇몇 후보만 있었다"면서 "청년을 위한 공약이 더 많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선강 군도 "청년, 청소년 정책을 보면, 첫 청소년 투표 참여라 그런지 비중을 두지 않던 연령대를 공략하기 위해 급조한 느낌이 있다"면서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청소년의 목소리를 더 들어줬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선거법만 바뀌었을 뿐, 정치권 내에서는 아직 청소년 유권자의 참정권에 대한 기본적인 논의조차 이뤄지지 않았다. 그렇다보니 이들을 성인 유권자들과 동등한 정치적 주체로 인식하지 못하는 경향이 강하다.

서복경 서강대현대정치연구소 소장은 13일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청소년 참정권이라고 하는 게 기존 정당들의 시야에 아예 들어와 있지 않은 현실"이라며 "18세 선거권을 정치적 기본 권리가 아니라 선거 연령을 한 살 낮춘 것으로 본다"고 분석했다.

청소년을 배제한 성인 위주의 공약에서 탈피하려면 우선 청소년 유권자들에 대한 정치권 인식부터 바뀌어야 한다.

서 소장은 "법적 성인 시민들 대상으로 정책을 내고 청소년에게는 너네가 공약을 보고 알아서 판단하라는 식"이라면서 "청소년을 자신의 권리를 보장받고 행사할 수 있는 정치적 주체로 보는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생애 첫 선거를 앞둔 한 18세 유권자는 국회에 다음과 같은 당부를 전했다.

"당신들이 관심도 없던 청소년들이 자라서 투표장에 간다. 지금도 무시하고 있을 다수의 청소년들도 다음 번에 당신들을 떨어뜨릴 것이다. 청소년들한테 잘해라 좀!"(조민정·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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