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지난 8일 낮 12시 30분께 서울 구로구 가산디지털단지역 인근의 한 카페. 점심시간을 맞아 66㎡(20평) 남짓한 매장이 직장인 등 25명으로 가득 차 있었다.
최소 1∼2m의 '거리 두기'는 전혀 지켜지지 않았다. 대부분 가까이 앉아 커피를 마시며 대화를 나누느라 마스크를 착용한 사람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30대 직장인 최모씨는 "먹고 마실 때 마스크를 쓸 수는 없지 않냐"며 서로 잘 아는 사이라 괜찮다"고 말했다.
카페 점주 정모(50)씨는 "작년 이맘때쯤보다는 손님이 줄었지만 한 달 전보다는 늘어났다"며 "날이 풀리면서 사회적 거리두기가 소홀해지는 것 같다"고 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한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가 오는 19일까지 연장됐지만, 하루 수백명이 드나드는 카페에서는 제대로 실천되지 않는 모습이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같은 날 정오께 영등포구 여의도동의 한 카페도 사정은 비슷했다. 넓이가 99㎡(30평) 정도인 이 카페는 코로나19 예방을 위한 본사 지침에 따라 매장 테이블과 의자를 3분의 1가량 줄여 간격을 늘렸다.
하지만 점심시간을 맞아 이곳을 찾은 직장인 일행 10여명은 떨어져 있던 테이블을 붙여 두고 함께 앉았다. 마스크는 아무도 쓰지 않았다. 일행 중 한 명인 40대 직장인 강모씨는 "우리 중에 감염자는 아무도 없어서 괜찮다"며 웃었다.
카페에 1∼2시간 이상 앉아 마스크를 쓰지 않고 과제나 공부를 하는 학생들도 많았다. 7일 오후 관악구의 한 카페를 찾은 손님 80여명은 대부분 마스크를 쓰지 않은 채 노트북이나 책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카페에서 논문을 쓰던 대학원생 A(35)씨는 "사회적 거리두기도 중요하지만, 집에서는 도무지 집중이 안 돼 카페에 나왔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실내 공간에 불특정 다수가 모이는 것은 집단감염을 일으킬 수 있는 행위이며, 특히 마스크를 쓰지 않고 음식물을 섭취하는 실내 공간은 더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심경원 이대서울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13일 "음식물을 섭취하며 대화를 나누다 침방울이 날려 전염이 발생한 사례가 많다"며 "신규 확진자가 줄어들고는 있지만, 카페에서도 손님들이 사회적 거리두기 방침을 잘 지키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최원석 고려대 안산병원 감염내과 교수도 "카페 이용을 자제하고, 부득이하게 이용할 경우에는 손을 잘 씻는 등 최대한 조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업소마다 여건이 달라 모든 카페에서 테이블 등을 줄이는 방식으로 손님 간 거리를 두게 하기는 어렵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종로구에서 소규모 카페를 운영하는 박모(34)씨는 "우리 카페에서 테이블 간 거리를 2m 정도로 맞추기는 불가능해 테이크아웃 전문점으로 바꿔야 하는데, 이미 매출이 크게 줄어 그러기는 어렵다"고 했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대형 카페들의 경우에는 좌석을 줄여도 경영상 문제가 없겠지만 소규모 카페는 그렇지 않다"며 "정부가 카페 내 사회적 거리두기 지침을 강화하려면 그에 따른 보상 대책도 함께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