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사방' 운영자 조주빈. (사진=박종민 기자/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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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쓰는 걸 반성문이라고는 안 할 것 같은데…이런 반성문은 안 내시는 게 나아요."판사의 지적에 조주빈의 '공범' 전 사회복무요원(공익) 강모(24)씨는 아무 대답도 하지 못 한 채 재판부만 멀뚱멀뚱 바라봤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손동환 부장판사)는 10일 오전 보복협박 및 개인정보보호법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강씨의 2회 공판기일을 진행했다.
강씨는 자신의 고교시절 담임교사 A씨를 졸업 이후 17차례에 걸쳐 협박하고 수원 영통구청의 공익으로 복무하며 A씨와 가족들의 개인정보를 빼돌린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박사방' 멤버다.
그는 이 빼돌린 정보들을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에게 넘기며 A씨의 딸을 살해해달라고 청탁한 혐의도 받는다. 다만 이 혐의는 최근 경찰이 검찰에 넘긴 만큼 아직 기소되지 않았다.
앞서 검찰은 이같은 강씨의 살해모의 혐의를 보강조사하고 있고 '박사방' 관련 성착취 범행 가담 여부에 대해서도 수사 중인 점 등을 고려해 재판연기를 신청했다. 다만 재판부는 예정된 일정 등을 이유로 약 10분 동안 강씨에 대해 공판을 진행했다.
강씨는 이날 머리를 삭발하고 수의를 입은 채 피고인석에 앉아 이따금씩 재판부와 피고인석 옆의 변호인만 쳐다봤다.
강씨가 제출한 반성문을 읽어보던 판사는 혼잣말로 "이렇게 쓰는 걸 반성문이라고 우리가 잘 얘기 안 할 거 같은데…"라며 조용히 쓴웃음을 내보였다.
그러면서 강씨에게 "이런 반성문은 안 내시는 게 낫겠다. 재판부에 반성문을 내면서 '교정기관에 수용자가 된 적이 없으시겠지만' 이런 얘기를 하면 이상한 분이라고 생각하지 반성의 의미는 전혀 전달이 안 될 것 같다"며 "반성하는 태도를 저희 재판부에 알려주시려는 것이면 생각을 하고 쓰는 게 본인에게 좋다"고 지적했다.
(사진=스마트이미지 제공/자료사진)
이에 강씨는 별다른 대답 없이 재판부를 응시했고, 강씨 측 변호인은 "(반성문이) 사전 검토된 게 아니라 내용을 확인 못 했다"고 말했다.
이어 가족의 재판 참석 여부와 피해자에게 사과 여부를 묻는 재판부 질문에 변호인은 "피고인 집 앞에 기자분들이 대기하고 있어 가족들이 현재 집에서 나와 다른 곳에 피신한 상태라 (못 나온다)"며 "피해자에게 사과나 합의를 시도하는 것은 2차 가해가 될 수 있다고 피고인 측과 변호인이 생각하고 있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피고인이 앞서 '더 이상 살아갈 의미가 없다. 극형에 처해달라' 이렇게 표현하기도 했는데 이 마음이 지금도 같다. 피고인과 상의해서 적절한 방식으로 (피해자에게 사과 등을) 진행하겠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검찰 측에게는 향후 재판진행 절차에 대한 의견을 물었다.
검찰은 앞서와 마찬가지로 강씨에 대해 성착취 범행 관련 수사가 진행중인 점 등을 고려해 해당 수사가 마무리 되면 현재 진행 중인 재판에 병합해 처리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이에 재판부는 "사실 저희 재판부에 병합하기를 원하는 사건은 성폭력 사건인데 이것은 저희가 전담이 아니라 병합하는 게 적절하지 않다"고 답하며 "살해모의 건은 어떻게 기소할지에 따라서 병합하지 않은 게 더 나을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고 밝혔다.
그러자 검찰은 오는 13일 조씨와 공범들의 수사가 어느 정도 마무리되는 점을 들어 그 이후로 재판기일연기를 요청했다.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여 다음 기일을 내달 1일 오전 10시 40분에 열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