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대학교 개강 이후 온라인으로 수업을 듣고 있는데 평소에는 테이프로 노트북 웹캠을 막아놓고 강의를 들을 때만 테이프를 떼고 있습니다. 그래도 사생활 침해를 당할 수 있나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온라인 개강을 맞은 대학생이 화상강의를 들을 때 웹캠 해킹 때문에 걱정이라며 한 포털사이트 문답 페이지에 올린 글이다.
성 착취물을 제작·유포한 텔레그램 'n번방' 운영자 '와치맨'이 과거 IP 카메라를 해킹한 뒤 사생활을 불법 녹화해 유포한 사실이 알려지자 학생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웹캠 해킹으로 사생활 영상이 음란물처럼 유포된 사례가 전부터 있었기 때문이다.
학생들은 화상 강의에 참여할 때 얼굴과 목소리뿐 아니라 집안 모습까지 불특정 다수에게 노출해야 한다는 데 부담감을 호소했다.
대학생 도모(25)씨는 8일 "출석 체크나 질의응답 시간처럼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웹캠을 끌 수 있도록 학생들에게 선택권을 줘야 한다"며 "학생들끼리 다른 학생의 얼굴이나 방 안을 캡처하는 경우도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에 따르면 이런 문제 때문에 최근 웹캠 가리개 수요가 크게 늘고 있다.
한 온라인 쇼핑몰 관계자는 "기존에는 '웹캠 가리개' 검색이 한 달에 50여건 수준이었는데 n번방 사태가 본격적으로 불거진 2월에는 177건, 3월에는 186건으로 3.5배 이상 늘었다"고 했다. 한 웹캠 가리개 온라인 판매자는 "대학 개강 시점인 지난달 웹캠 커버 판매량이 평소보다 30% 정도 증가했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웹캠 가리개도 해결책이 아니라는 지적이 나온다. 대학생 정모(18)씨는 "웹캠 가리개를 친구들과 공동구매했는데, 일부 수업은 강의 내내 얼굴을 드러내야만 출석이 인정돼 불만스럽다"고 말했다.
온라인 개학을 눈앞에 둔 초·중·고등학생 부모들도 사생활 침해를 우려하고 있다. 온라인 개강을 준비하는 일부 입시학원에도 이런 염려를 하는 학생과 학부모들의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
중학생 딸을 둔 A(43)씨는 "우리 집에 웹캠 해킹이 일어나지 말라는 법이 없으니 화상강의를 들어야 한다는 게 영 부담스럽다"며 "아이에게 집에서도 옷을 단정하게 입고 방도 깨끗하게 치워놓으라고 했다. 아이가 수업 듣는 시간에 내가 일을 하러 나가 있어 더 걱정된다"고 말했다.
서울의 한 학원에서 강사로 근무하는 대학생 오모(23)씨는 "학원에서 화상강의를 열기로 했는데 학생이나 학부모가 웹캠을 가리고 수업을 들어도 되냐고 문의를 하기도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