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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익 불법조회 가능성 여전한데…병무청은 '도돌이표 대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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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04-07 1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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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사방 공범 2명 사회복무요원…개인정보 빼내 조주빈에게 전달
사회복무요원 개인정보 취급은 '금지'돼있지만 관행처럼 '전가'
병무청 '긴급대책'은 기존 지침 강조 수준
전문가들 "사회복무요원에 개인정보 업무 '외주화' 해온 것이 문제"

(사진=연합뉴스)

 

박사방 사건의 주범 조주빈에게 개인정보를 넘긴 사회복무요원(구 공익근무요원)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은 가운데 병무청이 개인정보 취급업무를 금지하겠다는 대책을 내놨지만, 기존 지침을 강조하는 수준에 그쳐 논란이 예상된다.

경찰이 붙잡은 조씨의 공범 13명 중 2명에는 사회복무요원이 포함된다. 이들은 공공기관에서 일하면서 피해자들의 개인정보를 빼돌려 조씨에게 전달했다. 조씨는 이 정보를 활용해 피해자들을 협박했다.

수원 영통구청 가정복지과에서 일했던 강모(24)씨는 근무 당시 어린이집 운영관리프로그램인 '보육통합정보시스템'을 이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시스템을 이용하면, 관내 어린이집을 다니고 있는 아동과 보호자, 교사의 각종 개인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강씨는 각종 개인정보를 조씨에게 제공하고, 특정인의 가족 정보까지 넘기면서 조씨에게 보복을 부탁한 것으로 드러났다.

송파구 주민센터에서 일했던 최모(26)씨는 주민센터에서 일하면서 200여 명의 개인정보를 불법 조회하고, 그중 17명의 신상을 조씨에게 건넨 혐의를 받고 있다. 주민등록등·초본 발급 업무를 보조했던 최씨는 '주민등록시스템'에 접근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주민등록시스템에서는 특정인의 휴대전화 번호와 주민번호는 물론 가족들의 인적사항까지 확인이 가능하다.

이렇게 사회복무요원들의 일탈행위가 논란이 되자, 병무청은 지난 3일 사회복무요원들의 개인정보 취급업무를 금지하겠다는 긴급 대책을 내놨다. 사회복무요원의 정보화 시스템 접속 및 이용, 복무 기관 업무 담당자의 사용 권한 공유 등 '일체 행위'를 금지하겠다는 게 골자다.

문제는 병무청의 대책이 기존 지침을 강조하는 데 그친다는 점이다.

현행 사회복무요원 복무관리 규정은 사회복무요원이 개인정보를 단독 취급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각종 개인정보 조회 시스템은 공무원만 접근할 수 있고, 사회복무요원이 불가피하게 이 업무를 맡을 때는 공무원의 참여가 필수다.

하지만 원칙과 달리 업무담당자들(공무원)이 각종 시스템의 접속과 사용권한을 관행처럼 사회복무요원에게 공유했고 문제가 발생했다.

전·현직 사회복무요원들도 병무청의 대책이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입을 모았다. 수년 전 모 지방법원에서 사회복무요원으로 일했다는 A씨는 "공문 담당으로 일하면서 각종 결제부터 판사들의 전·출입관리까지 도맡아 했다"며 "아예 관련 일을 주지 않도록 시스템을 개선하지 않으면 효과가 없을 것 같다"고 답했다.

(사진=연합뉴스)

 

인쇄물 등을 통한 개인정보 취급업무 수행은 담당 직원의 철저한 관리·감독 아래서만 가능하도록 열어둔 부분도 한계로 지적된다. 17년까지 대학교 행정관에서 사회복무요원으로 근무한 B씨는 "학생들의 자퇴·휴학 신청서를 분류하는 작업을 했는데, 이름과 주민번호는 물론 자퇴·휴학사유 같은 민감한 정보들을 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사회복무요원들의 근무지가 워낙 제각각이라 다양한 개인정보시스템에 접근할 수 있고, 업무범위와 방식도 부서에 따라 천차만별일 수 있어 일률적인 관리, 감독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많다. 사회복무요원이 모인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차량등록사업소에서 복무하는데 공문이 내려온 뒤에도 개인정보 적힌서류를 여전히 취급하고 있다" 등 문제점을 지적하는 글이 이어졌다.

전문가들은 부족한 인력을 사회복무요원을 통해 '외주화'했던 점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서울여대 김명주 정보보호학과 교수는 "개인정보를 다루는 공무원 등 인력과 조직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은 것이 근본적인 원인"라며 "부족한 일손을 메우기 위해 옆에 있던 사회복무요원에게 일을 시키면서 각종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라고 설명했다.

이어 "중앙부처나 지자체에서 개별 업무 다루는 부서의 인력을 보강하고, 개인정보 문제가 생길 시 해당 기관의 대표자(시장, 구청장 등)에게 일종의 페널티(벌칙)를 부과해 경각심을 높이는 방법도 생각해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기현 변호사는 "이번 사건 전에도 원칙적으로 사회복무요원이 개인정보 단독으로 취급하는 것 금지되어 있었다"며 "복무기관의 철저한 규정준수와 해당 기관 공무원들의 의식 개선이 급선무"라고 일침을 가했다.

한편, 병무청 관계자는 이번 대책에 대해 "기존 규정을 강조하는 차원에서 자료를 배포한 것"라며 "이번주 중순부터 실태조사에 착수해 결과에 따라 복무규정 및 병역법 개정을 추진할 방침이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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