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박종민 기자/자료사진)
코로나 19 사태 장기화에 따른 중 ‧고교 온라인 개학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지만, 사상 초유의 상황인 만큼 교사나 학생들이나 혼란스럽기는 마찬가지다. 교사들은 원격 수업 준비에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고, 수업과 평가가 구체적으로 어떻게 진행되는지에 대한 학생과 학부모들의 물음표도 사그라지지 않는 모양새다. 장애 학생 가정의 근심도 깊다.
◇온라인 개학 D-1…"쌍방향 수업 어려워 EBS 교육 영상 틀어주겠다"는 학교온라인 개학은 9일 고등학교 3학년, 중학교 3학년 학생들에 대해 우선적으로 이뤄진다. 교사와 학생들이 실시간으로 소통하는 쌍방향 수업과, 온라인으로 동영상 콘텐츠를 제공하거나 과제를 내주는 단방향 수업이 진행되는데 어떤 방식을 택할지는 학교의 몫이다.
학생들의 출결석‧학습 상태를 체크할 수 있는 '쌍방향 수업'이 가장 효과적인 방식으로 꼽히지만, 여건이 안 된다며 단방향 수업을 택하는 학교도 적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EBS 주요과목 교육 영상'을 그대로 끌어다가 학생들에게 틀어주는 식으로 수업 계획을 세우는 교사도 많다는 게 현장의 설명이다.
수도권의 한 고등학교 역사교사인 A씨는 7일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교사들에게 동영상 제작을 위한 마이크, 카메라 등 장비가 지원되지 않아 어쩔 수 없이 콘텐츠 중심 교육을 하기로 했다"며 "일단 쉽게 다운로드 받을 수 있는 EBS 교육 영상을 틀어주기로 했다. 다른 교사들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물론 모든 수업을 EBS로 대체할 수 없기 때문에 일부는 동영상 제작에도 열을 올리고 있지만, 전문지식과 장비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게 현실"이라고 토로했다.
온라인 원격수업.(사진=이한형 기자/자료사진)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그냥 EBS를 보는 것과 뭐가 다르냐"는 볼멘소리가 나오지만, 교육부는 이 같은 경우가 많지는 않을 것이라는 낙관론에 기대고 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교사들이 원격수업에 익숙하지 않다고 해도 EBS 중심의 교육을 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한 주에 두 번씩 시‧도교육청 관계자와 현장 점검을 실시해 현장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파악한 후 개선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직업 훈련 등 실습 위주로 수업을 진행해야 하는 특성화 고등학교에서도 수업 차질이 우려되기는 마찬가지다. 경기도의 한 특성화고의 경우 실습 과정을 세밀하게 지도해야 하는 특성상 모든 수업을 '쌍방향 실시간 수업'으로 진행하기로 했지만, 시뮬레이션(예행 연습) 결과 학생들의 동시 접속을 감당하기 어려운 기술적 문제에 봉착했다.
이 학교 교장 B씨는 "최근 이틀에 걸쳐 원격 수업 시뮬레이션을 실시했는데, 42개 반이 한꺼번에 실시간 동영상 수업을 하다 보니 서버 과부하로 영상이 끊기는 문제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서버 증설을 위해서는 600만 원 가량이 필요해 도 교육청에 요청을 했지만, 지원해주겠다는 확답을 받지 못해 일단 학교 예산으로 충당하기로 했다는 설명이다.
교육부는 예산을 편성해 원격수업에 필요한 교사용 장비 등을 지급하기에는 시간이 촉박하다고 판단해 일단 급한대로 시‧도교육청 예산으로 이 문제를 해결해 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일부 시도교육청 역시 재정상황이 여의치 않아 학교 측에 '일단 학교 예산으로 장비를 구매하라'는 식의 재요청을 하는 실정으로 파악됐다.
◇덜 준비된 학교에 학생들도 걱정…"장애학생은 어쩌나" 한숨도학교가 이처럼 덜 준비되다보니 학생들은 걱정이 앞서는 상황이다. 게다가 출‧결석 처리와 각종 평가 방식도 새로 인지해야 하는 상황이다 보니 혼란스럽다는 반응이 다수다.
중학교 3학년 자녀를 둔 김미선 당곡중학교 학부모회장(서울 관악구)은 이날 통화에서 "EBS 수업을 듣기 위한 사이트 가입 안내 고지 외에 온라인 수업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이뤄지는 지에 대한 안내를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수업 중 학생들이 궁금한 내용을 어떤 채널로 답변하는 것인지, 인성과 과목별 학업 성취도 등 학생에 대한 종합적 관찰을 통해 이뤄져야 할 수행평가는 어떤 방식으로 할 것인지 등 불안한 사항이 한 둘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김씨는 특히 "온라인 교육 방식이 다양한 만큼, 교사마다 강의를 준비하는 수준이 천차만별일 수 있다"며 수업의 질적 문제를 꼬집기도 했다.
(사진=연합뉴스)
장애가 있는 자녀를 둔 학부모들의 마음은 더 복잡하다. 김경숙 서울맹학교 학부모회장은 스마트기기를 다루는 것부터가 '교육 장벽'이라고 호소했다. 김 회장은 "시각장애만 있는 게 아니라 발달장애 등 복합장애를 가진 학생들은 집에서 보호자가 온라인 수업을 듣도록 기기 조작을 도와야 한다"며 "맞벌이 부부이거나 조손 가정의 경우 사실상 학생들이 집에 방치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중증장애 자녀를 둔 한 학부모도 "장애 중증도가 높은 아이들이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은 단 몇 초에서 길어야 몇 분 정도인데 영상수업으로 제대로 수업이 이뤄질지 염려된다"고 우려했다.
교육부는 이런 상황을 고려해 장애 유형과 정도를 고려해 맞춤형 원격수업을 운영하고, 필요한 경우 순회교육 등 다양한 방법의 지원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지만 구체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이를 감안해 박백범 교육부 차관은 8일 서울맹학교를 직접 찾아 대안 모색에 나설 계획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