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한국당 한선교 대표가 19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당사에서 당 대표직 사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사진=윤창원 기자)
미래한국당 한선교 대표가 19일 당 대표직 전격사퇴를 선언하면서 비례대표 공천을 두고 미래통합당과 한국당 사이에 벌어진 갈등이 봉합수순으로 접어들지 주목된다.
통합당에서 추천한 인재를 한국당이 당선권(20번)에서 대거 배제하며 시작된 이번 사태는 '한선교의 난'이라 불릴 정도로 적잖은 파장을 낳았다.
한 전 대표를 포함 한국당 지도부가 총사퇴하면서 사흘 간 소동이 일단락된 가운데 통합당은 갈등 봉합과 총선 체제 전환이라는 과제를 풀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비례대표 공천 두고 3일 간 신경전…한국당 지도부 총사퇴로 귀결
'한선교 사태'는 지난 16일 통합당의 위성정당인 한국당 비례대표 후보 40여명이 담긴 잠정 후보명단이 공개되면서 시작됐다. 통합당 황교안 대표가 추천한 것으로 알려진 인사들이 대부분이 당선권 밖으로 밀려나자, 통합당은 발칵 뒤집혔다.
한국당 조훈현 사무총장과 김성찬‧정운천·이종명 의원 등 최고위원들도 당 공천관위원회가 만든 명단에 반대 의사를 밝히면서 사태는 혼전 양상으로 접어들었다. 한 대표는 최고위원들 및 통합당의 의견을 일부 수용, 지난 18일 공관위에 재의를 공식 요청했다.
공관위는 재의 끝에 당선권 밖에 있던 윤봉길 의사의 손녀 윤주경 전 독립기념관장을 21번에서 3번으로 전진 배치하는 등 후보 4명의 순번을 수정한 타협안을 내놨다.
그러나 한국당 비례대표 추천 선거인단은 이날 오후 투표에서 해당 수정안을 부결시켰다. 통합당 지도부가 수정안에 대해 여전히 반감을 갖고 있는 상황에서, 통합당 시도당 출신 인사들이 대부분인 한국당 선거인단이 모(母)당의 지시에 따라 반대표를 던진 것으로 보인다.
한 전 대표는 선거인단 투표 부결로 인해 자신의 마지막 승부수가 막히자, 이날 오후 기자회견을 열고 대표직 사퇴 의사를 밝혔다. 그는 "좋은 공천을 하고 싶었지만 저의 그 생각은 '어린왕자의 꿈'이었던 것 같다"며 "한 줌도 안 되는 야당 권력을 갖고 있는 이들이 저의 개혁을 막아버렸다"고 말했다.
한 전 대표의 사퇴 이후 몇 시간 지나지 않아 조 사무총장 등 최고위원들도 동반 총사퇴를 선언했다. 비례대표 공천을 두고 시작된 갈등이 한국당 지도부 총사퇴로 귀결된 셈이다.
미래통합당 원유철 의원.(사진=황진환 기자/자료사진)
◇원유철·정갑윤 등 합류, 새 지도부 구성…갈등수습‧총선체제 전환 시급 지도부 공백이라는 초유의 사태를 맞게 된 한국당은 오는 20일 의원총회를 열고 새 지도부 구성에 착수한다. 불출마를 선언한 원유철·정갑윤·염동열·장석춘 의원은 이날 오후 통합당을 탈당, 한국당에 입당원서를 제출했다.
원 의원이 당 대표, 염 의원이 사무총장을 맡을 가능성이 높은 가운데 새 지도부는 비례대표 후보 선정에 속도를 낼 전망이다. 공관위원들에 대해선 일부만 교체 후 공천 작업을 진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새 지도부에게 주어진 가장 큰 과제는 비례대표 공천 관련 갈등 수습과 총선 체제로의 전환이라는 게 중론이다.
한 전 대표가 사퇴 기자회견에서 "20번 안에 들어간 명단은 바꾸면 안 된다. 그것까지 바꾸면 가만히 있지 않겠다"고 경고성 발언을 남겼다. 여전히 불씨가 남아 있는 상황에서, 새 지도부에겐 이번 사태의 후유증을 최소화할 임무가 주어졌다는 분석이다.
일각에선 '한선교 사태'의 근본 원인을 두고 황 대표에 대한 책임론도 제기된다. 황 대표가 자신과 신뢰관계가 두터운 것으로 알려진 한 전 대표의 돌출행동을 사전 조율로 막아야 하지 않았냐는 지적이다.
당내 한 중진의원은 이날 CBS노컷뉴스와 통화에서 "이번 사태는 전형적인 인사 실패에 해당한다"며 "20석 이상이 걸린 비례정당 창당이라는 이런 중요한 일을 당 대표가 자신과 가장 가까운 인사를 보내놓고선 결국 컨트롤을 못해 이 사단이 난 것 아니냐"라고 말했다.
이같은 상황을 종합하면 지금은 비례대표 공천 명단을 적정 수준에서 변경해 갈등을 수습하고, 본격 총선 체제로 전환해야 한다는 의견에 무게가 실린다.
이번 총선에서 반문(반문재인)연대 기치를 내걸고 보수진영이 통합을 이룬 만큼 공천 잡음을 최대한 줄이고, 경제심판론 등을 본격 전면에 내세워야 한다는 주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