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딥뉴스]위기마다 나온 삼성 쇄신안…준법감시위 결말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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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X파일' 당시 공약들…시간 지나자 '흐지부지'
2008년 삼성특검 공약들도 결국에는 '도돌이표'
이재용 양형에서 또 '기업 공약' 고려해도 되나

(사진=노컷뉴스 자료사진)

 

삼성그룹은 총수 일가가 사법 심판대에 오를 때마다 선제적으로 쇄신안을 내놨다. 8천억 원 사재 출연과 독립적인 감시기구 설립, 이건희 회장 등 총수일가 퇴진 등으로 내용도 파격적이었다.

그러나 해당 사건이 뭇 사람들의 뇌리에서 잊혀질 쯤 삼성의 조치들 중 상당수는 은근 슬쩍 원점으로 돌아왔다. 대규모 사재출연 금액은 불법적 행위로 얻은 이익에 비하면 '새발의 피' 수준이었고, 야심차게 만든 감시기구는 흐지부지 됐다. 이 회장 일가도 전격 퇴진 2년 만에 복귀했다.

앞선 공약들이 검찰 수사단계에서 발표됐다면 이번 '삼성 준법감시위원회'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국정농단' 파기환송심 선고를 앞두고 만들어졌다.

준법감시위는 앞선 사례와 달리 삼성의 실질적 변화를 강제할 수 있을지, 설사 가능하다고 해도 법원이 이를 판결문에 양형사유로 기입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 흐지부지된 옴부즈만, 유명무실 사재출연

2005년 '삼성 X파일' 사건이 불거지자 이건희 회장은 물의를 일으킨 점에 사과하며 △회장 일가 사재 8천억 원 사회 환원 △삼성 구조조정본부 축소 △'삼성을 지켜보는 모임'(이하 삼지모) 운영 등을 발표했다.

당시 국가안전기획부(안기부)가 불법도청해 만든 자료에 삼성이 정치권과 검찰에 대규모 뇌물을 줬다는 내용이 포함되면서 파문이 컸지만 검찰은 이 회장을 기소하지 않았다. 정치권 등에 건넨 자금은 이 회장의 사비라는 주장을 깰 증거를 찾지 못했다며 특정경제범죄법상 횡령죄를 무혐의 처분한 것이다.

이후 옴부즈만 성격으로 출범한 삼지모는 특별한 성과 없이 2년 만에 흐지부지됐다. 학계와 시민사회계 인사들로 구성된 위원들에게 '쓴소리'를 듣겠다며 만든 모임이었지만 이학수 당시 삼성 부회장 등을 포함해 정식으로 진행한 회의도 5번 내외에 그친 것으로 알려졌다.

역대 최대 규모의 사재출연으로 관심을 모았던 8천억 원 중 4500억 원은 이미 이건희장학재단에 조성해 놓았던 돈이었다. 또 이 회장의 자녀 재용·부진·서현씨가 불법 승계 과정에서 헐값에 취득한 주식의 추정이득을 토해내겠다고 했지만 실제 이득에 비해 출연한 돈은 '면피성' 수준이라는 비판이 일었다.

자녀 3명이 합쳐 1300억 원 규모의 계열사 지분을 재단에 넘기는 것으로 마무리했는데, 이들이 헐값에 인수했던 에버랜드 주식 가치는 추후 회사가 상장하면서 수조 원대로 뛰었기 때문이다.

◇ 물러나겠다더니 곧 복귀한 총수일가, 차명재산도 '깜깜이'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왼쪽)과 이재용 부회장 (사진=노컷뉴스 자료사진)

 

2008년 삼성의 비자금 조성 의혹과 관련해 조준웅 특검이 이 회장을 기소한 직후에는 '총수일가 사퇴'라는 쇄신안을 내놨다. △이건희 회장·홍라희 리움미술관장·이재용 당시 삼성전자 전무·이학수 부회장·김인주 사장 사임 △삼성전자 전략기획실 해체 △이건희 차명계좌 실명전환 및 사회공헌이 주된 내용이었다.

그러나 사임 발표 후 물러났던 총수일가는 2년 후인 2010년 3월 '경영위기'로 인한 삼성 사장단의 요청에 따라 전원 복귀했다. 이재용 전무는 부회장으로 승진했고 전략기획실을 없앤 대신 미래전략실이라는 새 컨트롤타워가 생겼다.

또 삼성은 공약과 달리 차명계좌의 재산을 실명으로 전환하기 전 대부분 인출했다. 이에 대한 과세도 2018년 금융 부문의 적폐청산 기구인 금융행정혁신위원회에서 과징금과 소득세 부과 검토를 지시하고 나서야 진행됐다. 이 회장이 자신이나 가족을 위해 쓰지 않겠다고 공언한 차명재산(비자금) 4조 5천억 원 상당의 향방은 아직도 오리무중이다.

◇ 다짐 뿐인 기업의 공약, 양형사유로 검토해도 되나

2008년 10월 서울고법은 특정경제범죄법상 배임 등으로 기소된 이 회장에 대해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하면서 위의 조치들을 양형사유로 검토했다고 밝혔다.

당시 서울고법 형사1부(서기석 부장판사)는 "이 회장이 삼성그룹의 지배주주로서 회사를 세계적인 기업으로 변모시키는 등 사업보국(事業報國)의 역할을 수행했다"며 "공소제기 후에는 그 책임을 지고 그룹과 관련된 모든 직위에서 물러났다"고 밝혔다.

이 회장의 공약은 실형을 피할 수 있었던 유리한 정상으로 작용했지만 이 회장이 2년 만에 경영일선에 복귀하면서 사실상 '공수표'에 법원이 속아준 셈이 됐다.

삼성 준법감시위원회 역시 앞선 '삼지모'보다는 강한 조사 권한을 갖췄더라도 사실상 권고기구에 불과하다는 점에서 이를 양형사유로 고려할 수 있느냐는 지적이 나온다.

이재용 부회장은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을 앞두고 삼성생명공익재단·삼성문화재단 이사장에 취임하면서 두 재단을 계열사 주식 취득에 활용하지 않겠다고 공언한 바 있지만, 이듬해 바로 약속을 깨기도 했다. 삼성생명공익재단을 통해 통합 삼성물산 주식을 3천억 원어치 사들인 것이다.

경제민주주의21의 김경율 회계사는 "단순한 사과와 반성은 믿을 것이 못된다"며 "이건희 회장이 차명재산을 사회에 환원하고 옛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부당 합병에 따른 이득을 반환하는 등 실질적인 해결책이 공표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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