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비대면 개강' 첫날…학생들은 불만·상권은 시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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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 "수업 자료 제각각인데다 과제만 많아" 불만
4학년 학생들 "취업 준비 앞두고 그저 불안한 마음"
학생들 없는 대학 상권…상인 "그저 암흑이다" 성토

16일 찾은 강릉원주대학교의 불 꺼진 강의실로, 강의시간표가 채워져 있지 않았다. (사진=유선희 기자)

 

코로나19 확산으로 대학교 개강이 2주 미뤄진 데 이어 16일부터 '인터넷 강의'가 시작됐다. 사실상 개강 첫날인 셈인데, 교수와 학생이 만나지 않는 캠퍼스 안은 적막감만이 맴돌았고 대학 상권은 직격탄을 온몸으로 느끼고 있었다.

이날 오전 찾은 강릉원주대학교. 마치 방학의 연장선처럼 캠퍼스는 고요했다. 군데군데 걸려 있는 '코로나19 국민예방수칙' 현수막만이 조용히 나부끼고 있었다. 강의실은 모두 불이 꺼진 채 굳게 잠겨 있었다. 신입생 맞이로 활짝 열려 있어야 할 학생회관은 정문을 제외하고는 모든 입구의 출입이 통제돼 있었다. 코로나19 영향이 캠퍼스 내 짙게 깔려 있음을 금방 느낄 수 있었다.

대기환경과학과에 재학 중이라는 유남권(24)씨는 "학생회 임원이어서 지난 2일 강릉에 왔는데, 신입생들로 항상 활기가 넘쳤던 캠퍼스 3월 풍경이 지금 보다시피 학생들도 없고 너무 조용하니까 낯설고 어색하다"며 "인강은 집에서도 들을 수 있으니까 아직 학교에 오지 않은 친구들도 있고, 특히 기숙사는 오는 27일부터 개방한다고 해서 캠퍼스에 사람들이 더 없는 것 같다"고 전했다.

스리랑카에서 왔다는 우다(UDA. 28)씨는 "해양생물과학과에서 석사과정을 밟고 있는데 올해 2학년으로, 다행히 연구를 진행 중이라 수업에 큰 지장을 받고 있지는 않다"며 "다만 외국인 친구들은 인강을 어떻게 듣는지 방법을 잘 알지 못해 혼란스러워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강'으로 대체되면서 강의 질에 아쉬움을 토로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해양분자생명과학과 3학년에 재학 중인 신모(22)씨는 "인강으로 대체하고 나니 과제물만 엄청 많아진 느낌이라 학생들 사이에서 불만이 제기되고 있다"며 "인강도 교수님마다 다 다르게 올리시는데, 어떤 분들은 유튜브로 하거나 PDF만 올리는 등 제각각이어서 확실히 집중력이 떨어지는 느낌"이라고 평했다.

가톨릭관동대학교 학내 게시판 공간이 텅텅 비어 있다. (사진=유선희 기자)

 

취업준비를 병행해야 할 4학년 학생들은 더욱 더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 재학생 4학년 김모(24.식물생명학과)씨는 "취업과 관련한 수업은 오늘까지도 비대면 강의 여부에 대한 공지가 아예 없어서 어떻게 될지 몰라 일단 어제(15일) 강릉에 왔다"며 "또 전공 관련 교수님이 과제물을 올려주기로 돼 있었는데 오류가 있는 건지 아직 업로드가 안 돼 있어 기다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15주 수업에서 2주는 강의가 거의 없다시피 한 느낌"이라며 "아무래도 4학년으로 취업을 앞두고 있는데 강의도 차질을 빚는 데다, 자격증 시험도 미뤄지고 몇 개는 취소돼 마음이 그저 불안하다"고 심경을 밝혔다.

가톨릭관동대학교 항공학과 4학년에 재학 중인 이모(23)씨는 "아무래도 학과 특성상 실습이 많은데 아예 하지 못하고 다 미뤄진 상태라, 학기 말에 과부하가 걸리지 않을까 하는 우려와 2주 동안에는 수업 내용이 부실할 수밖에 없어 불만이 있다"며 "오늘 인강 하나를 들었는데 교수님이 '오디오'로만 올려서 집중하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승무원을 꿈꾼다는 이씨는 "코로나19로 항공업은 물론 관광업 타격을 엄청 많이 받지 않았느냐"며 "사실 올해는 취업을 포기해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할 정도"라고 말끝을 흐렸다.

가톨릭관동대 원룸촌으로 거리가 한산한 모습. (사진=유선희 기자)

 

한편 비대면 '인강'은 꼭 대학교에 나오지 않아도 되는 까닭에 강릉으로 발걸음을 옮기지 않은 학생들이 많다. 이 때문에 대학 상권은 "거의 무너졌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허덕이고 있다.

가톨릭관동대 인근에서 6년 동안 미용실을 운영하는 전정남(40)씨는 "지금 대학상권을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암흑'"이라며 "저희 가게에는 일반 손님도 오시지만, 대학 근처에 있는 만큼 대학생들이 주요 고객인데 학생들을 아예 찾아볼 수 없으니 큰 타격을 입고 있다"고 성토했다.

실제 강릉지역 대학교 인근 상점 중 문을 닫은 곳을 쉽게 목격할 수 있었다. 대부분 음식점으로, 아르바이트를 고용해 운영하는 영업주들은 인건비 부담으로 잠정 문을 닫기로 한 것.

대학 인근에서 7년째 닭강정 판매를 하고 있는 채지은(32)씨는 취재진과 만나 "대학 인근 상가 중에는 방학 때 문을 닫았다가 학기가 시작되면 영업을 재개하는 곳이 있는데, 코로나19로 거의 강제로 영업 중단을 이어나가고 있다"며 "저희는 부부가 같이 운영하고 있어 다행히 인건비 부담은 없지만, 이 상황이 장기화하면 저희도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특히 일부 상인들은 "정부가 소상공인 어려움을 덜기 위해 정책자금 대출을 지원해 준다고 하지만, 절차가 복잡하고 시간이 오래 걸려 급한 불을 끄기에 한계가 있다", "대학교는 지자체 등에서 방역 소독작업에 나서면서 정작 학생들을 상대하는 원룸이나 음식점 등은 개별적으로 소독해야 해 부담이 되는 것이 현실"이라고 문제를 제기하는 등 곳곳에서 시름하고 있다.

앞서 각 대학들은 정부 권고에 따라 개강을 1~2주 연기했다. 하지만 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 교육부는 개강 이후에도 2주 정도 온라인 수업으로 대체할 수 있도록 조처했다.
강릉지역 대학교 인근 상가 음식점 곳곳에서 인건비를 감당하지 못하고 잠정 휴업 중이다. (사진=유선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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