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정치 속살]야반도주했던 바이든, 부활의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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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은 어떻게 흑인표를 싹쓸이 했나

2월 26일 제임스 클라이번(사우스캐롤라이나, 오른쪽) 의원이 사우스캐롤라이나 프라이머리를 사흘 앞두고 조 바이든 지지선언을 한 후 악수하고 있다. 미국 언론도 클라이번의 지지선언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라이브 중계방송을 진행했다.(사진=CBS 방송 캡처)

 

미국 대선의 판도를 가늠케 한다고 해서 '대선 풍향계'로 이름 붙여진 아이오와 코커스와 뉴햄프셔 프라이머리.

이 두 번의 경선을 치르면서 가장 힘들어했던 민주당 후보는 단연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이었다.

작년 하반기부터 각종 후보 여론조사에서 부동의 1위를 달리던 그였기에 초반 두 번의 경선 역시 조 바이든의 무대라는 기대가 많았다.

하지만 아이오와에서 그는 4위, 뉴햄프셔에서는 다시 5위까지 추락했다.

기대가 컸던 터라 그에 대한 실망은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였다.

뉴햄프셔주의 투표 결과를 정확히 예측이라도 한 듯 그는 개표 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뉴햄프셔주를 야밤에 도망치듯 떠났다.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은 심정이었을 것이다.

그날(2월 11일) 밤 그가 찾아간 곳은 사우스캐롤라이나였다.

세 번째(22일) 경선장인 네바다를 건너뛰고 네 번째(29일) 경선장을 미리 찾은 것이다.

그렇게 11일부터 29일까지 18일 동안 그는 사우스캐롤라이나 곳곳을 누볐다.

그리고 바로 그 승부처에서 바이든은 48.7%라는 압도적인 득표로 그 때 까지 부동의 1위를 달리던 버니 샌더스를 더블 스코어 이상으로 눌렀다.

어느 누구의 예상도 허락하지 않은 위력적인 결과였다.

그의 압승은 바이든과 비슷한 성향의 두 후보(피트 부티지지, 에이미 클로버샤)의 조기 사퇴를 불러올 정도로 엄청난 것이었다.

바로 이날의 승리가 그로부터 일주일 뒤에 열린 '슈퍼화요일' 경선에서 바이든이 올린 운명적인 대승의 초석이 됐다는 데에는 어느 누구도 부인하지 않는다.

대체 사우스캐롤라이나에선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딜라웨어 출신인 바이든은 사우스캐롤라이나를 자신의 '집(home)'으로 표현해왔다.

그 곳에서 가족들과 휴가를 보내는 일이 많았기 때문이다.

자연스럽게 그 곳의 유력인사들과 일반 유권자들과 관계를 맺게 됐다. 사우스캐롤라이나 주립대학으로부터 명예학위를 받은 것도 그 결과였다.

바이든은 어쩌면 사우스캐롤라이나가 언젠가는 운명의 전환점이 될 줄 알고 오래전부터 계획해왔는지도 모른다.

그는 특히 흑인 유권자들과의 접점을 만드는데 노력을 기울였다.

그리고 그 노력의 결과로 미국 흑인 정치계의 대부라 할 수 있는 제임스 클라이번(81세) 의원과의 친분을 만들게 된다.

흑인인 클라이번 의원은 민주당 원내서열 3위인 현역 원내 총무로서 14선의 최다선 하원의원이기도 하다.

흑인 인구가 전체의 27%를 차지하는 사우스캐롤라이나를 1993년부터 대표해오고 있다. 사우스캐롤라이나 지역의 터주대감이자 미국 전체 흑인사회에서도 영향력이 막강한 정치 거물이다.

바로 이 사람이 민주당 경선에서 허우적거리고 있던 바이든에 동아줄을 내려준다.

사우스캐롤라이나 프라이머리를 단 사흘 남긴 2월 26일 바이든에 대한 지지선언을 하게 된 것.

2월 19일 TV토론을 통해 블룸버그의 생얼을 마주한 민주당 지지자들이 누구를 대체재로 선택할지 우왕좌왕하던 상황에서 클라이번이 신호탄을 쏜 것이다.

사우스캐롤라이나의 부동층과 특히 표의 응집력이 어느 인종 보다 강한 흑인들에게는 클라이번의 지지선언은 일종의 가이드 역할을 한 셈이다.

실제로 사우스캐롤라이나 출구조사 결과 흑인표의 64%를 바이든이 장악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슈퍼화요일에서도 흑인 밀집지역인 남부 지역을 바이든이 석권한 것에서도 다시한번 증명됐다.

민주당 선거 전략가이자 포워드 솔루션 전략그룹의 파트너인 이삭 라이트는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사우스캐롤라이나에서의 바이든의 승리는 부티지지와 클로버샤의 지지와 슈퍼 화요일에서의 완승으로 이어진 연쇄반응을 촉발시켰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부티지지와 클로버샤의 잇단 지지선언 뿐 아니라 전 민주당 상원 원내총무 해리 라이드, 버락 오바마 대통령 당시 유엔주재 대사를 지낸 수전 라이스, 대선 주자 비토 오루크의 지지선언, 이어진 슈퍼화요일 직후 블룸버그의 지지선언과 워런 후보의 사퇴도 그 연쇄 반응의 일부였다.

AP는 6일 '민주당 경선판도가 다시 짜여진 사흘'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바이든 후보가 예비 후보로서 중도 탈락할 절체절명의 순간에서 쟁쟁한 후보들을 제치고 경선 레이스의 선두로 다시 치고 올라오기까지의 과정은 미국 현대 정치 역사상 가장 주목할 만한 사건"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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