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의료진이 코로나19 대비 발열체크를 하는 모습.(사진=연합뉴스)
문제는 지난달 17일 북한 조선중앙TV가 방영한 영상에서부터 시작됐다. 마스크를 착용한 북한 의료진이 한 여성의 체온을 재려고 하는 영상이었다. 국내 한 방송사가 북한의 코로나19 관련 대응 소식을 전하면서 이 영상을 썼다.
마침 북한 의료진이 쓰고 있는 마스크의 우측 상단에는 아주 작게 'Yuhan Kimberly'(유한 킴벌리)라는 글씨가 쓰여 있었다. 유한킴벌리는 바로 국내 기업 유한양행의 계열사이다.
이후 우리 정부가 북한에 국산 마스크를 지원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온라인을 중심으로 들끓었다. 우리나라 국민도 없어서 못 쓰는 국산 마스크를 어떻게 북한에서 쓰고 있냐는 원성도 여기저기서 나왔다. 일부 주간지는 이를 기사로 쓰기도 했다.
그러나 이는 결론적으로 가짜 뉴스였다.
북한 의료진이 쓰고 있는 마스크가 유한킴벌리에서 제작된 마스크이기는 했다. 그러나 정부가 코로나19와 관련해 북한에 마스크를 지원한 일은 없었다.
유한킴벌리측도 해당 제품이 25년 전부터 시중에 공급되어온 디자인의 제품인데, 북한에 지원한 일이 없고, 공급 경위도 모른다고 설명했다.
북한으로의 물품 반출 승인 권한을 갖고 있는 통일부가 "우리 정부가 북한에 국산 마스크를 보낸 것은 사실이 아니다"고 해명했지만, 정부가 북한에 마스크를 지원한 게 아니냐는 가짜 뉴스는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그래픽=통일부 홈페이지 캡처)
결국 통일부가 공식 대응에 나섰다.
여상기 통일부 대변인은 5일 정례 브리핑에서 "지난 3일 일부 주간지가 북한 의료진이 국산 마스크를 착용한 영상을 두고 우리 정부가 북한에 퍼줬다는 제목의 기사를 보도했다"며 "정부는 일부 언론이 기초적인 사실관계도 확인하지 않고 왜곡된 정보를 사실처럼 보도하는 것에 대해 유감을 표명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여 대변인은 "이번 사례를 포함해 정부는 가짜뉴스를 생산하고 유포하는 행위에 대해 상응하는 법적 조치를 검토해 나갈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통일부는 아울러 홈페이지에 '#사실은 이렇습니다'라는 내용의 '카드뉴스'를 게재하고, "정부는 금번 코로나19와 관련해 북한에 마스크를 지원한 사실이 없다"며, "국내 민간단체에서 마스크 대북지원을 위해 반출신청을 한 사례도 없다"고 강조했다.
북한 의료진이 착용한 마스크가 "국산 마스크가 맞지만, 북한 장마당에 국산 상품들이 돌아다니는 것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라는 것이 통일부 당국자의 설명이다.
"(해당 마스크들은) 시기적으로 볼 때 코로나19 사태 이전에 중국을 통해 갔을 수도 있고, 경로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통일부는 "코로나19 상황이 엄중한 시기에 확인되지 않은 가짜뉴스 생산과 유포는 심각한 국민 불안과 사회 혼란을 야기하는 행위"라고 강조했다.
통일부는 코로나19와 관련해 민간단체나 국제기구가 대북지원 협력을 공식 요청해올 경우 "해당 기관과 긴밀하게 협의해나가겠다"는 입장이지만, 아직 공식 협의가 진행되고 있는 단계는 아니라는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