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박종민 기자/자료사진)
여야의 공천 진행으로 차츰 총선 대진표가 완성돼 가면서 단순한 의석 1석 이상의 파급력을 가질 지역구들도 속속 나타나고 있다.
이번 총선의 최대 콘셉트인 '정권 심판 대 야권 심판'이라는 틀에 부합하는 대진은 물론, 후보들의 면면으로 인해 관심을 모으는 대결도 눈에 띈다.
◇ 정부 대표 vs 정권 심판서울 종로는 문재인정부의 대표격인 이낙연 전 국무총리와 문 대통령 탄핵을 주장하고 있는 미래통합당의 대표이자 박근혜 정부의 마지막 국무총리인 황교안 대표가 맞붙는 대표적인 '정부 대표 vs 정권 심판'의 전장이다.
특히 두 예비후보는 차기 대선주자 여론조사에서 각각 여권과 야권의 1위를 달리고 있어 종로의 총선 결과는 정권과 야권에 대한 심판과 함께 미래의 권력 지형도 어느 정도 엿볼 수 있게 할 전망이다.
또 하나의 관심 지역은 자타가 공인하는 문 대통령의 복심(腹心) 윤건영 전 청와대 국정기획상황실장과 윤 전 실장에 대한 '자객'으로 전략 공천을 받은 미래통합당 김용태 의원이 맞붙는 서울 구로을이다.
문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윤 전 실장은 부산·경남은 물론 수도권 험지 차출론까지 나왔을 정도로 대통령으로부터 두터운 신뢰를 받은 인물이어서 당선 여부가 문 대통령에 대한 민심의 바로미터가 될 수 있다는 분석까지 제기된다.
구로을은 현역인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내리 3선을 한 지역이어서 윤 전 실장이 다소 유리한 곳으로 분류되지만, 김 의원이 구로와 인접한 양천에서 내리 3선을 한 이력이 있어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서울 광진을은 문 대통령의 '입'이던 고민정 전 청와대 대변인과 또 하나의 야권 대선잠룡인 오세훈 전 서울시장의 대결로 주목을 받고 있다.
고 대변인은 정치 신인이자 40대 초반의 여성 후보라는 점에서 상대적인 신선함을 주고 있는 반면, 오 전 시장은 전직 국회의원이자 재선 서울시장 출신이자 총선 승리 시 대권가도에 들어설 수 있다는 기대감을 무기로 삼고 있다.
문재인정부 청와대 정무기획비서관을 지낸 진성준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과 '유재수 감찰무마 의혹'을 제기하며 청와대를 정조준했던 김태우 전 수사관이 맞붙는 서울 강서을도 주목받는 대결 장소이다.
문재인정부의 검찰 장악이 잘못됐다는 김 전 수사관의 공세를 진 전 부시장이 어떻게 방어하느냐가 승패의 관건이 될 전망이다.
문재인정부의 최대 과제 일자리 정책을 총괄했던 정태호 전 청와대 일자리수석은 미래통합당 오신환 의원과 서울 관악을에서 맞붙는다.
정 전 수석이 2015년 재보궐선거에서는 정동영 의원의 무소속 출마, 2016년 총선에서는 국민의당 이행자 후보라는 각각의 변수로 인한 연패를 설욕할지, 아니면 바른미래당에서 원내대표를 지내는 등 몸집을 불린 오 의원이 3선에 성공할지 주목된다.
◇ '범진보 비례당'에 선 긋는 정의당, 자력갱생?민주당이 비례대표 연합정당에 참여하는 쪽으로 기운 반면, 정의당은 여전히 회의적인 가운데 지역구에서 이들 간의 선거 연대 여부도 관심사다.
민주당·미래통합당·정의당 3파전이 진행 중인 곳은 대표적으로 경기 고양을·동안을, 인천 연수을이다. 전남 목포에선 미래통합당 대신 민주·정의·민생당 3자 구도다.
수도권 지역은 5% 이내로 당락이 결정되기 때문에 3자 구도로 갈 경우 현역을 배출한 정당의 수성 여부가 불투명하다. 특히 정의당의 지역구 예비후보 상당수가 수도권에 몰려있는 만큼 선거연대가 이뤄지지 않으면 지난 선거에서만큼 민주당이 수도권에서 강세를 보이지 못할 수도 있다.
고양을에선 민주당에서 전략공천을 받은 한준호 전 MBC 아나운서와 통합당의 함경우 전 경기도당 사무처장, 정의당 박원석 후보가 경쟁을 펼친다. 컷오프된 민주당 정재호 의원은 2016년 총선 당시 박 전 사무총장과 초접전 끝에 간신히 깃발을 꽂았다.
안양 동안을에선 통합당 원내대표이자 5선인 심재철 의원을 상대로 민주당 이재정·정의당 추혜선 의원이 경합을 벌이고 있다. 상당수 여론조사에서 이 의원이 오차범위 내 1위를 달리고 있지만, 코로나 여파 등으로 정권심판론이 더 강하게 불면 결과가 뒤바뀔 가능성이 얼마든지 있다.
통합당 민경욱 의원이 컷오프된 인천 연수을도 주목해야 할 곳이다. 민주당에선 경선 끝에 공천을 확정지은 정일영 전 인천공사사장과 이정미 전 정의당 대표, 통합당 민현주 전 의원이 경합 중이다. 다만 민주당 당원들 사이에서 정 전 사장에 대해 "당성이 부족하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어 선거 연대 가능성이 아예 없지는 않다.
세 지역 모두 범진보진영이 후보 연대를 할 경우 수성·탈환할 수 있는 지역이지만, 지금처럼 민주당과 정의당이 비례 연합정당 이슈로 각을 세울 경우 통합당이 어부지리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이에 대해 정의당 관계자는 "지역구 선거 연대는 우리가 갖고 있는 최후의 무기"라며 비례 연합정당 참여에 후보 연대를 도구로 쓸 수 있음을 시사했다.
전남 목포에서도 이 지역의 맹주 민생당 박지원 의원을 상대로 민주당 김원이 후보와 정의당 윤소하 원내대표 간 혈전이 예고돼 있다. 박 의원이 인지도 등에서 다른 후보들을 압도하고 있지만 지역 내에서는 4선인 박 의원에 대한 피로감 또한 상당하다는 평가가 있어 접전을 펼칠 가능성도 낮지 않다.
위 사진은 기사와 직접적 관련이 없음 (사진=박종민 기자/자료사진)
◇ 이색대결도 속속 성사…파급력은?
서울 송파을은 민주당 최재성 의원과 아나운서 출신 통합당 배현진 후보가 2년 만에 리턴 매치를 펼친다.
2년 전 보궐선거에서 '문재인의 복심' 띠를 직접 두르고 선거운동에 나서며 승리했던 최 의원은 이번에는 지역구민들로부터 그간의 지역 관리에 대한 평가를 받게 됐다.
2년 전 정계에 입문한 배 후보의 경우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의 측근으로 평가되고 있는 만큼 그의 성적표는 최근 경남 양산을 컷오프 위기에 놓인 홍 전 대표의 입지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전북 정읍·고창에서는 고등학교와 대학교 동기 동창인 민주당 윤준병 전 서울시 행정부시장과 민생당 유성엽 의원이 맞붙는다.
호남에서의 민주당세가 상승세를 보이고 있고 3선인 유 의원에 대한 지역 내 피로감이 있다는 점은 윤 전 시장에게 호재로 평가되지만, 유 의원이 이 지역에서만 무소속 2차례, 국민의당 1차례 등 3번이나 민주당 타이틀 없이 당선됐다는 점에서 무시 못 할 저력이 있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충북 보은·옥천·영동·괴산은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위인 곽상언 변호사가 민주당 후보로 선출되면서 친박(친박근혜)계인 통합당 박덕흠 의원과 맞대결을 펼친다.
보수세가 상대적으로 강한 곳으로 평가되고 있어, 만 48세의 곽 변호사가 친노(친노무현) 진영과 범여권 세력을 얼마나 결집시켜 만 66세의 보수당 재선 현역 의원에게 유의미한 성적을 거둘지가 관심이다.
아직 여당 후보가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보수야권 내 최다선 여성의원인 통합당 나경원 의원의 지역구인 서울 동작을도 주요 관심 지역이다.
지난해 보수당 최초 여성 원내대표로서 임기를 마친 나 의원이 승리할 경우 5선이 되며 다른 단계로의 도전이 가능해지는 반면, 민주당의 전략공천이 성공을 거둘 경우 카드로 거론되고 있는 강희용 전 지역위원장이나 이수진 전 판사 등의 위상이 단순한 초선 이상으로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