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SNS 캡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고 있는 대구에서 시민들이 똘똘 뭉쳐 위기에 대응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대구에 첫 확진자가 나온 지난 18일 이후, 대구 번화가와 길거리는 사람을 찾기 힘들 정도로 텅텅 비었다. 이에 직격탄을 맞은 상인들의 호소가 잇따르자 대구 시민들이 함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마음을 모으고 있다.
페이스북 페이지 '대구맛집일보'는 지난 21일 "지금 동성로 상황은 말할 수 없을 정도로 힘들다"며 "도움이 필요한 업주님들, 메시지 주시면 최선을 다해 알리고 돕겠다. 모두 힘내시고 즐거운 대구가 빨리 오길 기다린다"는 글을 게시했다.
이 페이지는 코로나19로 어려움에 처한 식당들의 재고 소진을 돕고 있다. 가령 "범어동 국수 매장에서 아직 판매하지 못한 해물 소고기 쌀국수 50인분이 있다. 1만2000원에 판매하던 것을 1만원에 직접 배송해주신다고 한다"며 가게 번호를 공개하는 식이다.
이후 페이지가 게시한 식당에서는 '매진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대구시 중구 봉산동에서 카페를 운영하고 있는 A씨는 "발벗고 나서서 대구 상인들과 시민들을 위해 행동해주신 맛집일보 페이지 너무 감사하다"며 "저희는 재고가 그렇게 많지 않아 한 시간 만에 소진되었지만 시민분들이 아니었다면 다 버렸어야 했을 것"이라고 감사함을 표했다.
지난 23일에는 "저희 아빠가 시장에서 과일을 파는 상인이신데 시장이 폐쇄돼서 장사를 못하고 있다. 귤 한 박스 1만원에 팔던 거 5000원에 드리겠다"는 요청이 들어왔다. '대구맛집일보'는 이 글을 게시한 지 하루 만에 80박스 모두 소진했다는 소식을 알렸다. 그러면서 "많은 분들이 5000원이 아니라 1만원 정가에 구입하시겠다고 했다. 그 마음 너무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사진=SNS 캡처)
선행은 또 다른 선행을 낳고 있다. 시민들의 마음을 받은 자영업자들이 다시 시민들에게 따뜻한 마음을 전달하고 나선 것.
쌀국수 가게 '더포 월배점'은 지난 24일 인스타그램을 통해 "어려운 시기 작지만 마음을 전하려 합니다"란 글을 게재했다. 이 가게는 "최근 빠르게 퍼지고 있는 대구에서의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자 마스크 기부 캠페인에 참여하려고 한다"며 "마스크 3개당 1인 1메뉴로 양지쌀국수 또는 새우게살볶음밥을 포장해드린다. 모인 마스크는 주신 분들의 성함으로 마스크 구매에 어려움이 있는 대구의 저소득층 가정에 기부할 예정"이라고 공지했다.
이 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서아람(37) 씨는 CBS노컷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마스크가 대구권에 많이 없어 저소득층 사람들은 마스크를 구할 수 없지 않겠냐는 생각에서 캠페인을 진행하게 됐다"며 "저희는 식자재를 소진할 수 있고, 시민들은 좋은 일을 하면서 음식을 먹을 수 있으니 윈윈(win-win)일 것 같다. 시민들의 반응도 꽤 좋다"고 말했다.
식당뿐 아니다. 대구 남구 봉덕동에 위치한 세차업체 '옐로우 개러지'도 선행에 뛰어들었다. 생업으로 운전하는 업자들을 위해 무료로 차량 연막살균탈취 시공을 하고 있다.
이 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박대훈(30) 씨는 CBS노컷뉴스에 "코로나 때문에 저희를 포함해 자영업자들이 너무 힘들어하고 있다.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까 싶어 시작하게 됐다"고 밝혔다. 그는 "저희 업체를 시작으로 다른 사장님들도 이 일에 동참해주시기로 했다"며 "하루 빨리 이 상황이 해결돼 다시 평화로운 하루하루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