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바이러스 감염증에 대한 확산 우려가 이어진 지난 4일 인천국제공항 1터미널 출국장에서 중국인 여행객들이 한국산 마스크 박스를 카트에 가득 싣고 이동하고 있다. (사진=박종민 기자/자료사진)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전세계적으로 확산하면서 마스크 수요도 급증하고 있다. 특히 한국산 마스크의 품질이 우수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중국 뿐 아니라 일본과 미국 등에서도 주문이 이어지고 있다.
한국산 마스크는 해외에 'KF 마스크'로 알려져 있는데,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마스크의 품질 기준을 정해 관리하는 'Korean Filter'인증 제도에서 비롯됐다.
최근 가장 많이 쓰는 KF94마스크는 직경 0.3마이크로미터 크기의 입자를 94% 이상 걸러내는 성능을 갖고 있다. KF80 마스크는 80%, KF99마스크는 99%를 걸러낸다.
산업용이 아닌, 일반인들이 일상생활에 사용하는 보건용 마스크의 품질 기준을 국가가 구체적으로 정해 관리하는 사례는 흔하지 않다. 한국산 KF마스크의 품질이 해외에서 호평과 함께 신뢰를 받고 있는 배경이기도 하다.
현재 일반 보건용 마스크에 대한 품질기준을 정해 관리하는 나라는 한국과 EU정도로 파악되고 있다. 중국의 경우 산업용 마스크에 대한 품질 기준은 있지만 일반 보건용 마스크 기준은 따로 없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은 보건용 마스크 품질 검증을 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일본 역시 보건용 마스크 기준을 두지 않고 있다. 또 다른 업계관계자는 "일본은 한국보다 미세먼지가 심하지 않기 때문에 일반 마스크는 주로 꽃가루나 기침 정도를 막는 용도로 쓰인다"며 "이런 용도로 쓰다 보니 일본은 숨쉬기 편한 홑겹 마스크를 선호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따라서 일본은 한국처럼 보건용 마스크를 의약외품으로 규정해 식약처에서 관리하는 것이 아니라 공업용으로 관리한다"고 말했다.
미국은 산업용 마스크에 대한 기준을 9가지로 나눠 철저하게 관리하지만 일반 보건용을 따로 구분하지 않고 있다.
한국의 일반 보건 마스크의 뛰어난 품질은 코로나-19사태 발원지인 중국에서 이미 인정받고 있다. 중국인 관광객 뿐 아니라 보따리상과 브로커 등이 한국에서 KF마스크 싹쓸이 쇼핑을 해 문제가 될 정도였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에서는 '돈이 많거나 고위직들은 모두 KF마스크만 쓴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한국산 마스크에 대한 품질을 인정받고 있다"고 전했다. 마스크 업체는 내수에 쓰이는 마스크와 함께 중국 수출용 마스크도 계속 생산하고 있다.
최근에는 일본이 한국산 마스크 수요 대열에 올라탔다. 코로나-19 바이러스 확진자가 크루즈 선에서 집중 발생하고 사망자도 잇따라 나오면서 한국산 마스크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특히 도쿄 올림픽 '취소' 얘기까지 회자되면서 다급하게 한국산 마스크를 찾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일본의 대형 무역회사가 큰 규모의 주문을 타진해왔다"며 "올림픽을 염려하고 있었다"고 전했다.
세계적으로도 유명한 마스크 및 필터 업체인 '3M'이 있는 미국에서도 한국산 보건용 마스크 주문이 들어오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좀 더 신뢰성 있는 보건용 마스크 수요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미국에서 주문이 오는 사례는 거의 없었다"며 "최근에는 미국에서도 주문이 들어오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이같은 '마스크 한류'가 지속될지는 좀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산 마스크 수요가 급증한 것은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일시적인 것일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다른 이유는 미국 등에서 주문이 오고 있지만 미국 내수용이 아니라 중국 재수출용일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 주문은 중국과 연결된 미국 업체의 주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한국 마스크는 중국과 미국 사이에 낀 제품"이라며 "품질 문제가 아니라 가격 경쟁력과 마케팅 때문에 한국산 방진제품을 미국에 수출하기는 굉장히 힘들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