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통합당 이은재 의원이 지난달 10일 오전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불참한 채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미래통합당이 4·15 총선에 내보낼 후보를 하나둘 확정하자 '교체 대상'으로 꼽히는 현역 의원들 사이에서 반발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공천에서 배제된 이은재(재선·서울 강남병) 의원이 현역 중 처음으로 재심을 청구하고 나선 가운데 그동안 물밑에 잠잠하던 흐름이 향후 수면 위에 오를지 주목된다.
이 의원은 23일 국회 기자회견에서 "당의 결정에 백의종군의 자세로 수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회견 직후 취재진과 만나서는 아쉬움을 토로하며 공천관리위원회 결정에 재심을 청구하겠다고 밝혔다.
여론조사나 당무감사 결과가 좋았는데도 당의 텃밭인 강남권에 지역구를 뒀다는 이유만으로 잘렸다고 주장했다.
다른 지역 출마나 탈당 등의 계획을 기자들이 묻자 "당원들과 상의해서 결정하겠다"며 가능성을 내비쳤다.
이 의원과 함께 지난 21일 컷오프 명단에 이름을 올린 윤상현(3선·인천 미추홀을)·이혜훈(3선·서울 서초갑) 의원의 경우 별다른 입장을 내지 않고 있지만 역시 거취를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발의 총성은 이처럼 수도권에서 처음 울린 셈이 됐지만, 물갈이 핵심 대상으로 지목받는 대구·경북(TK) 지역에 컷오프가 실시되면 더 커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때문에 조원진 대표가 이끄는 우리공화당이나 최근 이곳을 탈당한 홍문종 의원이 창당을 준비 중인 친박신당 등은 미래통합당 내부 균열에 특히 주목하는 분위기다.
홍 의원은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미래통합당에서는 컷오프 의원은 물론 불출마 의원 대부분과 연락을 주고받고 있다"면서 "그 중 특정 의원의 경우 이미 결단을 내린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수감 중인 박근혜 전 대통령이 선거를 앞두고 옥중 메시지를 발표할 가능성이 있다는 보수야권 안팎의 소문은 이런 관측에 무게를 싣는다.
홍 의원은 오는 25일 중앙당 창당 이후 26일 서울구치소를 찾아 박근혜 전 대통령을 면회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자리에서 박 전 대통령이 친박신당에 힘을 실어주는 한편 미래통합당과의 선거연대까지 언급해주기를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미래통합당 내부 잡음이 당장 지난 2008년 친박연대나 2016년 유승민, 주호영 의원 사례처럼 자체적인 성과를 거두긴 쉽지 않아 보인다.
대통령을 중심으로 패권을 잡은 당내 주류 세력이 비주류를 내치는 모습으로 그려졌던 당시와 달리, 지금은 계파에 따른 구분이 뚜렷하게 나뉘지 않기 때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불출마 중진 의원은 "지금 공관위 결정을 거부하기에는 명분이 약하다"며 "20대 국회 막장 공천과는 다르게 특정 계파에 치우친 것 같지도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강조했다.
여기에 공천 반발을 주도할 구심점이 명확하지 않고 보수야권에는 문재인 정부 견제를 위해 통합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이미 형성된 상태다.
특정 지역에 단수 공천을 받은 한 현역 의원은 "당이 이런 혁신 작업을 통해 변했다는 걸 보여야 문재인 정권을 심판해 달라고 말할 자격을 얻을 수 있지 않겠냐"며 "앞으로 다들 대의에 승복하시리라 믿는다"고 밝혔다.
한편 창당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진 '한국경제당'이라는 정당의 홍보성 포스터에 이미 불출마를 선언한 미래통합당 소속 정종섭 의원과 통합당 전신 자유한국당 조직강화특별위원이었던 전원책 변호사 사진이 함께 실려 화제가 됐다.
한국경제당에서 이들을 내세워 통합당 컷오프 의원을 유치하려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지만 당사자는 합류 의사를 밝힌 적 없다고 부인했다.
전 변호사는 통화에서 "참여하겠다고 한 적 없다. 실체가 있는 게 아닐 것"이라며 "정 의원의 경우 이미지가 깨끗하니 그분들이 모시고 싶겠지만 내가 알기론 간다고 한 적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 의원은 전화를 받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