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이 6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에너지 대전환 추진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이재명 정부가 현재 37GW 수준인 재생에너지 보급량을 2030년 100GW로 높이겠다는 기존 목표 달성 시점을 앞당기기로 했다. 현재 14% 수준인 전기·수소차 보급률을 2030년 신차 기준 40%로 끌어올린다는 목표도 조기 달성을 추진한다.
벌써 6주 차로 접어든 중동전쟁으로 불거진 에너지안보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서인데,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 각국이 같은 계기로 에너지 전환 경쟁에 뛰어들 전망인 만큼 산업 경쟁력을 키워 시장을 선점한다는 복안도 있다.
"중동전쟁으로 에너지안보 부각…재생e 중심 전환 국민 공감↑"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은 6일 국무회의에서 '국민주권정부 에너지 대전환 추진계획'을 발표했다. 기존에 발표한 재생에너지와 무공해차 보급 목표를 조기 달성해보겠다는 게 핵심인데, 중동전쟁으로 에너지안보 중요성이 부각되고 재생에너지 중심의 에너지 전환에 대한 국민 공감도가 높아졌다는 게 이번 계획 발표의 배경이다.
기후부에 따르면 우리나라 1차 에너지 중 80%가 화석연료로, 에너지 공급의 93%를 수입에 의존한다. 연간 약 240조 원의 에너지를 수입한다. 석유 171조 원(71%), 가스 44조 원(18%), 석탄 23조 원(10%), 우라늄 2조 원(1%) 등이다. 특히 중동산 원유 비중이 한때 최대 86%(2016년)에 달했을 만큼 높은 의존도를 보인 탓에, 이번 사태로 올해 경제 전망이 더 어둡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주 국무회의에서 이번 위기를 기회 삼아 에너지 전환에 속도를 내자고 주문한 데 이어, 이날도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를 IT(정보통신) 강국 도약의 계기로 삼았던 것처럼 이번 중동발 위기를 재생에너지 강국으로 나아가는 기회로 만들어야 되겠다"고 강조했다. 이에 기후부도 기존 목표 조기 달성 계획을 전격 발표한 것이다.
태양광이 핵심 56GW 보급…무탄소발전 비중 51%로
현대모비스 영남물류센터에 설치된 태양광 발전 설비. 연합뉴스
재생에너지 보급 속도를 높이는 핵심은 단연 태양광이다. 주민이 발전이익을 공유하는 햇빛소득마을 모델을 늘리고, 공장과 산업단지 지붕형 태양광, 농어촌 영농형·수상형 태양광, 접경지역 설치 등을 통해 전체 재생에너지 보급 목표의 절반 이상인 56GW를 추가한다는 계획이다.
해상풍력도 지난달부터 시행된 '해상풍력 보급 촉진 및 산업 육성에 관한 특별법'에 따른 정부 주도 계획입지 개발로, 그간 10년 이상 걸린 소요기간을 6년 전도로 단축해 2035년까지 37GW 보급한다는 목표를 잡았다. 이 밖에 돼지똥(돈분)은 바이오가스발전화, 소똥(우분)은 바이오매스화 해 에너지로 활용한다.
김 장관은 "재생에너지를 주력 전원화하고 원전과 믹스하면 2030년 무탄소발전 비중이 51% 이상 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2040 탈석탄 일부 구체화…냉난방 전체 히트펌프로
석탄발전소 60기를 2040년까지 단계적으로 폐지하는 '탈석탄' 로드맵도 계획대로 마련하지만, 2030년 19기, 2040년 20기를 폐지해도 여전히 21기는 2040년 이후 설계수명이 남아 완전 폐지하기보단 안보전원으로 활용하는 등 전환비용 최소화를 모색한다는 방침도 이번 계획에 처음으로 언급됐다.
김 장관은 "21기 중 민간 발전사가 갖고 있는 6기는 완전히 문닫을 경우 보상 문제가 있다"며 "세금 투입 등 비용 문제를 최소화하면서 폐지할 방안을 검토해 보고 조만간 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수립 과정에서 말씀드리겠다"고 부연했다. 이 과정에서 발전공기업 5사의 통폐합 계획도 함께 공개될 전망이다. 현재 정부는 관련 용역을 진행 중이다.
가스 중심의 열에너지 소비를 공기열과 수열, 지열 등 재생열을 활용한 히트펌프 설치로 대체하는 계획도 주효하다. 열에너지는 최종 에너지 소비의 48%를 차지하지만 지금까진 국가 단위의 관리 계획이 없었다. 도시가스 미보급 지역에 공기열·수열 히트펌프를 우선 보급하되, 장기적으론 아파트와 빌딩 등 대용량 히트펌프도 개발해 전면 개편한단 방침이다.
전력·건물·수송·산업 등 전 분야 탈탄소 전환
히트펌프. 연합뉴스재생에너지 대폭 확대와 히트펌프 보급이 각각 전력부문과 수송부문 온실가스 감축 방안의 한 축이라면, 수송 분야에선 전기·수소차 확대를 넘어 모든 동력원의 전기화를 추진한다.
김 장관은 "대략 경찰차 1만 7천 대, LPG(액화석유가스) 20만 대, 렌터카 110만 대, 법인차 400만 대쯤 있다"며 "한꺼번에는 안 되겠지만 이것을 전기차로 전환해 나간다고 하면 지금 하고 있는 (보조금 지급을 통한 민간 부문) 전기차 전환보다 훨씬 더 빠른 속도로 내연차를 전기차 중심으로 바꿔 나갈 수 있을 거라고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건설기계·농기계, 선박, 이륜차 등도 인공지능(AI)화와 전기화를 통해 산업 경쟁력 확보를 추진한다.
김 장관은 산업 부문에서도 "수소환원제철 실증 설비를 올해 착공해 '그린 철강' 강국 도약 기반을 마련하겠다"며 "석유화학 등 탄소 난감축 분야는 탄소포집활용저장(CCUS) 기술을 통해 저감하고, 재생에너지로 만드는 그린수소와 원전으로 만드는 핑크수소도 가격 경쟁력을 높여 보겠다"고 덧붙였다.
에너지 전환 계기 '녹색 제조업' 글로벌 3강 도약 목표
이처럼 전 부문에서 에너지 대전환이 이뤄지는 것을 계기로, 기존 제조업 강국에서 '녹색 제조업' 강국으로 미국과 중국 못지않은 글로벌 3강으로 도약한단 방침도 밝혔다.
한국전력이 보유한 특허와 신기술을 활용한 '기술사업화'를 체계화할 '한전 기술지주회사 설립'안도 명확히 했다. 김 장관은 이를 통해 "에너지벤처창업을 활성화하고 유니콘기업을 키울 성장의 거점으로 '지역 에너지 특별시'도 조성하겠다"고 말했다.
이밖에 기후대응기금 재원 확대, 화석연료 보조금의 재생에너지 보조금으로의 단계적 전환도 이번 대책에 담겼다.
이재명 대통령은 김 장관에게 "에너지시스템 전환은 국가운명이 달렸다고 생각해야 된다"며 "다른 나라가 다 한 다음에 하면 뒤처져서 반발짝이라도, 3분의 1발짝이라도 빨리(앞서) 나가야 된다"고 재차 당부했다.
분산형 전력망·전력시장 개편 통해 지역균형발전도
재생에너지 중심의 에너지 전환에 수반되는 전력망 및 전력시장 개편은, 석탄과 원전 등 대형발전소에서 대량의 전기를 생산해 일방적으로 수도권으로 송전해온 전력 생산-소비 체계의 대대적 변화도 예고한다. '전력식민지'로 불려온 지방 생산-수도권 소비 구조도 손질이 불가피하다.
재생에너지는 분산형 에너지란 특성상원거리로 전력을 보내는 '송전망'에 붙는 비율보단, 소규모·근거리에서 전력을 분배하는 '배전단'에 4분의 3이 직접 달라붙고 있어, 전력망도 기존 일방향 체계를 양방향·분산형 체계로 바꿔야 한다는 게 김 장관 설명이다. 간헐성을 극복할 에너지저장장치(ESS), 양수발전을 늘리는 것도 필수다.
김 장관은 "그간 전력관리는 주로 피크관리로 해왔는데, 이걸 유연성 관리로 전환하는 게 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의 핵심"이라며 "지역단위 분산형 전력망을 강화하되 불가피하게 수도권과 전력이 많은 지방 간 격차가 있을 수 있는 부분은 서해안 초고압직류송전망(HVDC) 등으로 해결해보겠다"고 말했다.
요금체계 등 전력시장 개편과 관련해선 '재생에너지 공급의무화제도'(RPS, Renewable Energy Portfolio Standard)를 사실상 폐지하고, 정부가 입찰로 선정한 발전사업자와의 장기고정가격계약을 통해 공급 및 가격 안정성을 높이는 방안이 추진 중이다. 시장에서 사고파는 '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REC, Renewable Energy Certificate)도 단계적으로 폐지된다.
김 장관은 "현재 재생에너지 가격은 REC를 빼고 발전원가만 놓고 보면 석탄, LNG(액화천연가스)보다 싸졌다"며 "REC가 붙어서 여전히 비싼 건데, 이번에 RPS 제도를 계약입찰시장으로 바꾸면 비용을 낮출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부연했다.
이밖에 에너지분산특구 7곳(경기 의왕시, 부산 강서구, 전라남도 전역, 제주도, 경북 포항시, 울산 남구, 충남 서산시)에서의 마을 단위 '지산지소'형 에너지자립모델 확산, 가파도와 울릉도, 백령도 등을 비롯한 계통독립섬 87곳의 (디젤→)탄소중립섬 전환도 추진된다.
기후부는 이달 중 1차 재생에너지기본계획과 열에너지혁신전략을 추가 발표해 이번 에너지 대전환 실행방안을 구체화해 나갈 예정이다. 산업부문의 업종별 탈탄소 전환 추진 계획을 담은 한국형 녹색대전환(K-GX) 전략은 6월 발표를 앞두고 있다. 재생에너지와 원전 간 에너지믹스 범위를 수치로 구체화할 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은 상반기 윤곽을 발표한 뒤 하반기 확정한다. 전기료 개편과 탈석탄 관련 정의로운 전환 등 종합 로드맵도 함께 구체화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