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자료사진)
4·15 총선을 앞두고 여야의 검찰 고발전이 이어지고 있다. 정치권이 말로는 '정치검찰'을 비판하면서 정작 필요할 땐 검찰만 찾는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 기소권 가진 검찰의 '무게감' 계산더불어민주당은 지난 4일, 자유한국당 소속 불출마 의원들을 비례대표용 위성 정당인 '미래한국당'으로 옮기도록 권유한 혐의로 황교안 대표를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같은 날 한국당도 민주당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과 관련해 허위 사실을 유포했다며, 이해찬 대표 등을 명예훼손 혐의로 대검찰청에 고발했다.
지금까지 여야의 고소·고발전은 경찰이 아닌 주로 검찰에서 이뤄졌다. CBS노컷뉴스가 통화한 민주당과 한국당 관계자 모두 "지금까지 경찰에 고소·고발장을 낸 적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검찰이 사건을 종결해 재판에 넘기는 기소의 주체인 만큼, 편의성을 위해서라도 처음부터 경찰이 아닌 검찰에 고소·고발장을 낸다는 취지다.
한 한국당 의원은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사건 기소권을 가진 검찰에서 모든 결정이 나기 때문에 경찰에 고소할 이유가 없다"면서 "경찰은 아직까지 보조수단에 지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러나 정치권의 검찰고발이 '정치검찰'을 부추기는 꼴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검찰에 고소·고발할 경우 검찰에 사건번호가 부여돼 어떻게든 관심 깊게 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한 검찰 관계자는 "검찰 사건은 경찰에 수사지휘를 내리면 3개월 공제기간이 있지만, 그 기간이 지나면 검찰 미제 사건으로 잡힌다"면서 "결국 검사들이 사건을 더 챙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정치검찰이라고 욕하면서 검찰이 가진 '무게감' 때문에 검찰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는 목소리도 있다.
한 검찰 출신 야권 관계자는 "아무리 의원들이 검찰 욕을 해도 경찰 수사에 비해 신뢰도가 높고, 고소·고발당한 당사자에게 주는 위압감이 다르다"며 경찰을 '패싱'하는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사진=연합뉴스)
◇ 정쟁을 법으로 푸는 '정치의 사법화' 문제도여의도에서 해결해야 할 문제를 서초동으로 넘기는 이른바 '정치의 사법화'에 대한 지적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여야의 고소·고발전으로 지난달에는 검찰이 국회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논의 과정을 방해한 혐의 등으로 황 대표 등 여야 의원 28명을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에 넘겼다.
제대로된 정치적 협상도 해보지 않고 한국당은 무조건 반대만을 외쳤고, 민주당 등 범진보진영은 수적 우세로 법안을 통과시켰다.
한국당은 지난해 4월 2차례 대검을 방문해 당시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와 이미선 헌법재판소재판관 후보자를 고발했다.
박 장관에 대해서는 평창올림픽 당시 패딩을 입고 통제구역에 들어가 업무방해를 했고, 청문회 당시 황교안 대표가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동영상을 봤다고 주장한 것이 명예훼손이라는 이유에서다.
이 재판관에 대해선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불법 주식거래를 한 의혹으로 고발했지만 검찰은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두 사람 모두 청문회 도중에 고발됐는데 이는 매우 이례적인 경우다.
최근 민주당과 한국당 모두 검사·판사 출신 법조인을 총선 인재로 데려오면서 정치의 사법화 문제가 다시금 불거졌다.
일각에선 이들이 향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 논의 과정에서 각 당의 이해관계를 대변하고, 고소·고발을 담당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한 민주당 의원은 "아무리 국회가 정무적인 판단을 하는 곳이라지만, 정치권 내부에서 발생한 문제마저 법의 힘을 빌려 해결하려는 행태 자체가 안타깝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