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환자들에게 HIV(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와 말라리아 치료제가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해당 치료제에 대한 세간의 관심이 뜨겁다.
신종 코로나 감염환자들을 직접 치료하는 의료진들로 구성된 '신종 코로나 중앙임상태스크포스'(TF) 방지환 팀장(중앙감염병병원 운영센터장)은 11일 기자회견을 열고 "에이즈 치료제인 칼레트라(Kaletra)와 말라리아 약제인 클로로퀸(Chloroquine) 또는 하이드록시클로로퀸(Hydroxychloroquine)을 환자에게 사용하는 방안을 1차 고려하고 있다.
수일 내에 항바이러스제 합의가 이뤄질 것"이라고 밝혔다.
TF가 언급한 약 가운데 특히 칼레트라는 완치된 국내 2번 감염환자에게 투여한 것이라는 점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칼레트라는 국내 뿐 아니라 중국과 태국 등 해외에서도 감염환자에게 투여해 효과를 본 것으로 알려진다. 태국 보건부는 지난 2일 태국 내 감염환자인 71세 중국인 여성에게 칼레트라를 투여한 결과 상태가 호전됐다고 보고한 바 있다.
칼레트라는 HIV 증식과정에 관여해 감염성이 있는 바이러스의 체내 증식을 방해하는 약이다. 바이러스가 체내에서 증식하기 위해서는 복제된 바이러스를 감염성 바이러스로 재조립해야 하는데, 단백질분해효소가 이 역할을 한다. 칼레트라는 이 단백질분해효소의 재조립 기능을 억제해 감염성 바이러스의 생성을 원천 차단한다. 결국 감염성 없는 바이러스만 증식하다가 자연소멸하게 되는 것이다.
HIV 치료제인 칼레트라가 신종코로나에도 효과가 나타난 이유는 신종코로나와 HIV 둘 다 RNA 바이러스이기 때문이다. RNA 바이러스는 유전자 본체인 DNA를 가지고 있지 않아 증식을 위해서는 숙주세포에 침투해 DNA를 복제하는 과정을 거쳐야 하는 바이러스다. HIV가 DNA를 복제하는 과정을 방해하는 칼레트라가 동일한 방식으로 신종코로나에도 작용하는 것이다.
전병율 차의과대학 예방의학과 교수는 12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에이즈를 유발하는 HIV나 신종 코로나와 같은 RNA 바이러스는 증식과정에서 단백질분해효소가 반드시 필요하다"며 "HIV의 단백질분해효소를 억제하는 칼레트라가 신종코로나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칼레트라는 췌장염이나 간 기능 손상, 당뇨, 혈우병 등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에 주의가 요구된다. 또 치료제 투여를 중단하면 고혈당증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도 주의해야 한다.
함께 언급된 말라리아 치료제 클로로퀸과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은 신종 코로나 관련 임상효과는 확인됐지만, 아직 치료 방식은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은 약이다. 바이러스의 핵단백질 합성을 방해한다고 추정될 뿐이다.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해당 치료제의 명확한 작용기전은 알려지지 않았다"면서 "바이러스 감염환자의 면역력을 높이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도 전해진다"고 설명했다.
감염환자 증세가 호전되는 효과가 있었지만, 이 약물들을 신종코로나 치료제라고 단정 짓기에는 아직 이르다.
때문에 여러 가지 치료법을 꾸준히 시도해 신종코로나에 가장 적합한 치료제를 개발하는 것이 급선무다. 바이러스의 DNA를 RNA로 변환해주는 효소인 RNA 중합효소나, RNA를 DNA로 변환해주는 효소인 역전사 효소를 억제하는 방법, 바이러스가 숙주세포의 세포막과 융합하지 못하도록 해 세포 내 침투를 방해하는 치료 방법 등도 함께 연구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성호 중앙대 의대 내과학 교수는 "RNA 중합효소 억제제인 에볼라 치료제 렘데시비르도 코로나바이러스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면밀한 연구가 필요하다"며 "효과적인 치료제 개발을 위해 바이러스 증식과정과 관련된 다양한 연구가 실시돼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