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댓글부대·정치개입' 원세훈 1심서 징역 7년 선고(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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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 동원해 정치 관여한 反헌법적 행위…국민 신뢰 훼손"
"책임 전가하고 피해회복 노력 無…죄질 매우 좋지 않아"
지난 2017년 이후 연쇄적으로 기소된 사건 10개 병합선고
선고에만 장장 세시간 걸려…실형 선고된 관계자들 법정구속

원세훈 전 국정원장 (사진=이한형 기자/자료사진)

 

이명박 정부 당시 '댓글부대'를 통해 정부에 우호적 여론을 형성하는 등 정치에 개입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에 대해 징역 7년이 선고됐다. 이는 지난 2017년부터 원 전 원장이 연쇄적으로 기소된 10건의 사건들을 아울러 법원이 내놓은 1심 판단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이순형 부장판사)는 7일 국가정보원법 위반·공직선거법 위반·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국고 등 손실)·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 등의 혐의로 기소된 원 전 원장에게 징역 7년과 자격정지 7년을 선고했다.

다만 원 전 원장은 이미 확정된 판결로 구속수감 중인 상태라 따로 신병처리가 언급되진 않았다. 검찰이 징역 15년과 함께 구형한 추징금 198억원은 국고손실 인정액이 원 전 원장 등의 사적 취득으로 이어지지 않았단 이유로 기각됐다.

물리적으로도 건수가 많을 뿐 아니라 쟁점도 까다로워 심리 절차에만 꼬박 2년이 넘게 걸린 이번 재판은 선고에도 약 2시간 50분이 소요됐고 판결문 분량은 약 1천 페이지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재판부는 △댓글부대를 통한 여론조작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한 뇌물공여(특별활동비 10만 달러 등) △제3노총 설립을 위한 특활비 불법사용 △'비자금 추적' 명목상 고(故)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뒷조사 △박원순 서울시장 등 야권 인사에 대한 동향파악 등 사찰문서 작성 등의 혐의는 대체로 '유죄'로 인정했다.

하지만 △방송인 김미화씨·연기자 김여진씨 등의 진행 및 고정출연을 막는 등 MBC 시사프로그램 인사에 부당하게 관여 △사저이용을 목적으로 한 서울 시내 호텔 임대차에 특활비 유용 등은 국정원 혹은 관계기관의 정당한 권한 범위라는 이유 등으로 일부 무죄로 판결했다.

재판부는 원 전 원장이 전반적 혐의를 주도한 위치에 있었다고 봤다.

재판부는 "원 전 원장 측은 현안에 대한 보고를 받거나 지시하지 않았고, 부서별 브리핑에 대해서도 원장으로서 간단히 의견을 피력했을 뿐이며 청와대에 보고된 국정원 보고서 등을 간략하게 검토했을 뿐이라고 주장한다"며 "하지만 국정원장의 하달을 받아 각 차장, 일선 직원들로 통보되는 보고체계를 고려할 때 이같은 주장은 국정원의 실제 작동된 체계에 비춰 받아들일 수 없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친정부적인 여론을 부추기고 청와대에 비판적인 세력을 견제한 원 전 원장 당시 국정원의 활동이 국정원 고유의 정당한 직무라고 보기 어렵다고 못박았다.

재판부는 "원 전 원장 등이 주장하는 대로 선동에 대응할 필요성이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국정원 심리전단 직원들이 당시 정부에 유리한 여론 조성을 목적으로 민간단체들에 자금을 지원해 온라인상에서 국책사업을 지지하며 반대되는 여론을 비방하는 등 온라인 활동을 하거나 보수 우파단체의 오프라인 활동을 지원한 것은 행위의 동기나 목적을 불문하고 건전한 여론 형성 과정에 국가기관이 개입한 행위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해당행위의 필요성, 당위성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적법한 직무집행이라고 하는 것은 올바른 태도가 아니다"라며 "국정원의 정치관여 행위, 민간인으로 구성된 외곽팀 지원을 위해 국가예산을 사용하는 것은 위법하다고 볼 수밖에 없으며 이를 지시한 원 전 원장의 횡령과 피고인들의 순차적 공모관계, 위법성 인식도 모두 인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같은 맥락에서 "이같은 반(反)헌법적 행위로 국정원의 위상이 실추됐고 국민적 신뢰도가 상실됐으며 안전보장기능도 심각하게 훼손됐다"며 "다수 국정원 직원들이 원 전 원장의 지시를 거부 못하고 연루돼 형사처벌을 받게 된 상황으로 죄질이 매우 좋지 않고, 객관적 증거가 다수 존재함에도 이를 부인하거나 책임을 전가한 점, 피해회복을 위해 어떤 노력도 하지 않은 점 등 범행 후 정황도 좋지 않다"고 양형 사유를 밝혔다.

(사진=이한형 기자/자료사진)

 

한편 재판부는 지난달 '블랙리스트 사건' 관련 대법원 판례에 비춰 직권남용죄와 관련해선 다소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재판부는 원 전 원장의 직권남용 혐의 일부만 유죄로 인정하면서 "공소사실에 직권남용죄의 피해자로 돼있는 국정원 실무직원들이 과연 피해자가 될 수 있는지 의문이고 누차 말했듯 하급 공무원은 위법한 지시에 복종할 의무가 없다"며 "지시내용이 국정원의 직무 범위에 포함되지 않는 위법한 것임을 명백히 알았다면 거부해야 했음에도 소극적이나마 그 지시를 수용해 여러 불법행위로 나아간 것은 지휘부의 불법행위에 가담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이어 "만일 그와 같이 한다면 그 어떤 누구도 성실하게 법에 따라 일할 것을 기대할 수 없을 것"이라면서도 "다만 국정원장이 그 의도를 분명히 하지 않은 채, 이를 테면 대공이나 대북, 간첩 등에 대한 직무범위 해당사항에 관한 지시를 했다면 이는 직원으로 하여금 의무없이 부당한 행위를 한 것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고 엄정한 기준을 제시했다.

이날 원 전 원장과 함께 기소된 민병주 전 국정원 심리전단장은 징역 2년 6개월, 이종명 전 국정원 3차장은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혐의가 입증된 만큼 이들의 도주·증거인멸 우려가 없다고 볼 수 없다며 앞서 내려진 보석 석방 결정을 취소하고 이들을 법정구속했다.

민병환 전 국정원 2차장은 징역 3년에 자격정지 3년, 이채필 전 고용노동부 장관은 징역 1년 2개월, 박원동 전 국정원 국익정보국장은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받아 마찬가지로 법정구속됐다. 차문희 전 국정원 2차장과 김재철 전 MBC 사장, 박승춘 전 국가보훈처장은 징역형 집행유예가 선고됐다.

앞서 원 전 원장은 지난 2012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국정원 심리전단 직원들로 하여금 특정후보에 대한 옹호·반대 댓글을 달게 하는 등 불법 선거운동을 한 혐의 등으로 기소돼 2018년 징역 4년이 확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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