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한형 기자/자료사진)
방역당국과 경찰이 최근까지 소재 불명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신종 코로나) 감염 의심자 추적 체계를 비효율적으로 운영한 사실이 확인됐다.
23번째 확진자인 중국인 여성이 소재 불명 상태로 2주간 서울 시내를 활보한 것도 정부의 허술한 초기 대응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4단계' 걸쳐 정보 이동…공문에 공문 더하면서 시간 허비8일 경찰청과 질병관리본부(질본) 등에 따르면 최근까지 경찰은 소재불명자 발생부터 추적을 시작하기까지 총 4단계의 정보 이동 과정을 거쳤다.
우선, 지자체별로 소재가 확인되지 않은 감염 의심자 및 접촉자 명단을 복지부에 보냈다(1단계). 그 다음 복지부는 이 명단을 취합해 경찰청 위기관리센터로 통보했다(2단계). 경찰청은 이 명단을 다시 각 지방청 단위 112상황실로 뿌렸다(3단계). 여기서 다시 각 경찰서 단위로 정보를 넘기면(4단계) 경찰의 소재추적이 시작됐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연락이 닿지 않는 감염 의심자 소재 추적은 지체될 수밖에 없었다.
23번 확진자는 지난달 23일 중국 후베이성 우한시에서 입국했다. 그는 소재 불명인 상태로 서울 중구 호텔과 서대문구 숙소, 마포구 이마트, 명동 롯데백화점 등 시내 한복판을 무방비로 돌아다녔다.
서울시가 우한 입국자 중 소재불명 명단을 방역당국으로부터 넘겨 받은 것은 1월31일, A씨 소재를 파악한 것은 2월5일이다. 적어도 닷새가 지난 셈이다. 정부의 소재 추적 체계가 비효율적으로 운영된 탓에 감염 확산의 '골든 타임'을 놓쳤다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개선된 신종 코로나 감염 의심자 추적 체계도. (경찰청 자료)
◇범정부 협의체에서 문제 지적, 개선 나선 당국이런 지적이 나오자 최근 경찰과 질본은 지자체에서 복지부, 경찰청, 지방경찰청 등 4단계를 거치던 기존 소재추적 절차를 확 줄였다.
지자체가 소재불명 사실을 파악한 뒤, 명단을 지방경찰청이나 해당 경찰관서 112상황실에 곧바로 통보하는 방식으로 바뀐 것이다. 경찰청 위기관리센터는 지난 5일 이런 내용을 담은 공문을 각 지방청 112상황실에 보냈다.
경찰 관계자는 "신종 코로나 관련 범정부 협의체에서 기존 소재추적 절차를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와 곧바로 조처한 것이다"며 "이전보다 최소 하루 정도 시간을 줄이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 "추적 하루 늘어나면 여파 겉잡을 수 없어"정부가 뒤늦게라도 문제점을 찾아 바꾼 것이지만, 초기 감염병 대응에 적잖은 구멍이 있었다는 점에서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김우주 고려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감염병 대응은 한마디로 시간과의 싸움이다. 빨리 환자 찾아내서 격리하고, 접촉자 추적하는 것이 방역당국 역할의 전부"라면서 "의심자 추적에 하루가 더 늦어지면 그 여파는 겉잡을 수 없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확진자 수가 늘어나면서 질본의 역학조사 결과 발표도 점점 늦어지고 있지 않느냐"라면서 "이미 한계가 오고 있다는 반증이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