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박종민 기자/자료사진)
법원이 '배출가스 저감장치' 관련 인증결과를 조작한 차량을 수입·판매해 기소된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AVK) 법인에 대해 수백억대의 벌금을 선고했다. 함께 재판에 넘겨진 전직 사장 등 일부 임직원에게도 실형이 선고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1부(김연학 부장판사)는 6일 대기환경보전법 위반·표시광고의공정화에관한법률 위반·관세법 위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AVK 법인에 대해 260억여원의 벌금을, 박동훈 전 AVK 사장에게 징역 2년, 배출가스 관련 인증부서 담당자였던 윤모씨에게 징역 1년을 선고했다. 다만 이들에 대한 법정구속은 이뤄지지 않았다.
AVK 등은 지난 2008~2015년 'Euro5(유로파이브)' 배출가스 기준에 미달하는 아우디·폭스바겐 디젤차량 약 12만대를 독일에서 수입·판매한 혐의를 받았다. 이 과정에서 장내 실험 시에만 질소산화물 배출기준을 충족하도록 저감장치 소프트웨어를 설정하고 관련서류를 조작한 혐의 등도 있다.
재판부는 이른바 '디젤게이트 스캔들'로 AVK 측이 소비자들의 믿음을 저버렸다고 질책하며 사안의 중대성을 지적했다.
재판부는 "AVK는 디젤엔진 차량의 인증시험 시행 시에만 저감장치 작동률을 높이는 방법으로 배출가스 기준을 충족하는 소프트웨어를 설치했다"며 "이로 인해 질소산화물의 배출이 증가한단 사실이 전세계적으로 밝혀진 디젤게이트 사건 이후 우리나라에서도 수사가 이뤄졌는데 이는 AVK가 수입·판매한 차량에 대한 대한민국 소비자들의 신뢰를 스스로 무너뜨렸다고 할 것"이라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AVK는 국내 소비자들을 상대로 영업하면서 책임과 경각심을 갖고 대한민국 법령을 준수할 의무가 있는데 이를 등한시했고 국내 브랜드 가치의 신뢰에도 불구하고 수입 자동차업계의 관행을 그대로 답습했다"며 "(게다가) 함께 기소된 AVK 총괄사장 요하네스 타머는 기소 이후 독일로 출국한 이후 현재까지 재판에 출석하지 않아 이 사건 재판이 상당기간 지연되기도 했다"고 꾸짖었다.
재판부는 '양벌규정'에 의해 임직원들이 받은 혐의가 AVK에 함께 적용된다고 밝히면서 해당차량 판매 시 AVK 측이 내세운 허위·과장광고도 문제삼았다.
재판부는 "이 사건 범행으로 인한 이득은 모두 AVK에게 귀속됐고 범행기간 수입한 차량규모에 비춰 죄질이 무겁다"며 "독일 본사가 AVK의 주식을 소유하고 있다 하여 (AVK가) 법적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고, 법령 준수와 관련된 직원들의 관리·감독 업무에 소홀했다"고 질타했다.
이어 "친환경 컨셉을 대대적으로 내세웠고 그 광고를 전적으로 신뢰해 국내 자동차 제작사들과 비교할 때 상대적으로 높은 비용을 주고 구매한 소비자들의 신뢰를 고려하면 국내 제작사들의 차량보다 배출가스 정도가 심하지 않다 해서 이를 유리한 양형사정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위법행위에 고의성이 없었다며 검찰이 '죄형 법정주의'에 반(反)하는 공소제기를 했다는 박 전 사장 등의 주장도 기각했다.
재판부는 "박 전 사장은 폭스바겐코리아 사장으로 근무하면서 배출가스 기준 등 관계법령의 중요성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었을 것임에도 이런 책임을 도외시했다"며 "그럼에도 이 법정에 이르기까지 변명으로 일관하고 있고 직원에 불과한 다른 피고인들에게 책임을 전가하며 책임을 회피하고 있는 바 엄벌이 불가피하다"고 양형 사유를 밝혔다.
앞서 대법원은 지난해 10월 이 사건과 관련해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가 지난 2017년 AVK 측에 물린 과징금 373억 2600만원이 정당하다며 AVK가 공정위의 처분에 불복해 낸 소송에 대해 원고 패소를 확정지었다.
AVK는 지난 2007~2015년 각 매체와 인터넷을 통해 '탁월한 연비와 퍼포먼스를 발휘하며 유로파이브 배기가스 기준을 만족했다' 등 해당차량의 친환경성을 부각한 광고를 게재해 허위광고에 대한 제재로는 역대 최대의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한편 검찰은 지난해 7월 타머 전 사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받아 법무부에 범죄인 인도를 요청한 것으로 파악됐다. 타머 전 사장은 지난 2017년 6월 출장을 이유로 독일로 출국해 건강상 이유를 들며 입국을 미뤄 재판이 장기화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