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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진자 나오면 휴업' 공포에 환자 꺼리는 병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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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에 열 난다고 하니…"엑스레이 장비 없어, 다른 곳 가세요"
확진자 나오면 동선·상호명 모두 공개…"문 닫을까봐 어쩔 수 없어"
발병 가능성 없는 환자들은 1차 의료기관에서 치료해야…선별진료소 과부하 우려

위 사진은 기사와 무관함. (사진=스마트이미지 제공) 확대이미지

 

"발열감이 있으신 분들은 엑스레이 촬영할 수 있는 곳으로 안내하고 있어요. 저희 병원은 기계가 없으니 촬영 가능한 곳으로 알아보세요"

서울 강남구에 거주하는 A(30)씨는 최근 감기·몸살 증상이 있어 예약을 위해 인근 병원에 전화를 걸었더니, 간호사로부터 이 같은 답변을 들었다.

"그러면 '주변에 진료가 가능한 병원이 어디냐'고 물으니 '알아서 검색해보라'고 하더라고요. 황당했어요"

A씨는 "인근에 있는 다른 병원에도 전화를 걸었는데, 이곳은 3개월 뒤에나 진료가 가능하다고 했다"면서 "중국에 다녀오거나 확진자를 만난적이 있는지 등은 묻지도 않고 진료를 회피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일명 우한폐렴)가 확산하는 가운데, 일부 병원에서 '기침·고열' 증세를 보이는 환자의 진료를 회피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 강남구청 관계자는 "보건소로 진료 거부 의심 신고가 들어오고 있다"면서도 "정확한 건수 등은 확인이 곤란하다"고 말했다.

병원이 진료를 회피하는 이유는 병원 관계자나 다른 환자에게 감염시킬 수 있다는 우려와 함께 '휴업'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한 병원 관계자는 "환자가 최근 중국을 다녀왔는지를 전산으로 조회할 수는 있지만, 자동 조회가 아니라 시스템에 접속해서 의심 가는 사람의 정보를 입력하는 등 일일이 해야 한다"면서 "그러다 보니 차라리 열이 나는 등 의심되는 사람은 보건소나 인근 큰 병원으로 안내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확진자가 다녀간 병원 한 곳이 폐쇄됐더라. 당장 폐쇄까지는 안 되더라도 확진자가 나타나면 병원 이름이 모두 공개가 되니까 이 사태가 끝나도 환자들이 찜찜해서 방문 안 하지 않겠나. 그런 우려가 있다"고 덧붙였다.

의료기관의 진료 거부는 현행법상 명백한 '불법'이지만, 명백하게 거절 의사를 밝히지 않는 이상 진료 거부로 적발되기 어렵다. 이 때문에 '관련 의료 장비가 없다', '다른 의료기관으로 가시라'는 등의 안내를 통해 진료를 간접적으로 회피하는 것은 막을 방법이 없다.

강남구 보건소 관계자는 "병원의 상황을 설명하고 안내하는 행위는 진료 거부라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병원들의 진료 회피에 일반 시민들은 분통을 터뜨렸다. 서초구에 거주하는 김모(30)씨는 "지인이 몸살에 걸려 병원을 가려고 했는데, 몇 군데에서 거절 당했다고 하더라"면서 "환자의 이야기를 자세히 들어보지도 않고, 무작정 보건소로 가라고 하면 오히려 더 가지 않게 될 것 같다"고 말했다.

회사원 백모(26)씨는 "만약 병원에서 쫓겨난 사람이 확진자라면 보건소 가는 길에 다른 사람을 또 감염시킬 수도 있을 것 같다"고 우려했다.

문제는 의료기관이 환자의 중국 방문이나 확진자 접촉 이력 등을 확인하지도 않고 일방적으로 진료를 회피하면, 그 부담이 선별진료소로 가중돼 또 다른 피해를 낳을 수 있다는 점이다.

한림대학교 감염내과 이재갑 교수는 "1·2차 의료기관에서 발병 가능성이 없는 환자들은 잘 치료해줘야 선별진료소를 운영하는 보건소나 병원급 의료기관이 제대로 역할을 할 수 있다"며 "의료기관들이 차분히 대응해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보건 당국은 진료 거부 행위를 단속하겠다는 입장이다. 보건복지부는 보건소와 의료기관에 진료 거부 행위에 대한 가이드라인 지침을 보내고, 현장 점검을 강화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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